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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탐사 성패 가를 ‘우주 네트워크’…한국, 전략적 목표 구체화해야[이창진의 우주로 읽는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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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넷’ 참여는 한다지만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 국장으로 임명된 재러드 아이작먼은 4명의 우주비행사가 달 궤도를 비행하는 임무인 아르테미스 2호 계획을 올해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은 달 착륙에 앞서 우주선·인프라·운용 체계 전반의 작동을 검증하는 것이 목적이다. 성공한다면 1972년 이후 최초의 유인 달 착륙이 현실화한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지구 저궤도 영역에서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이 급속히 성장함에 따라, 미국 정부는 민간이 단독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심우주 영역으로 우주개발 범위를 확대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달은 이러한 전략의 핵심 대상으로서, 우주 인프라 구축과 유인 활동의 거점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선진국들이 달 탐사를 다시 국가적 핵심 과제로 설정한 이유는 달이 단순한 과학 탐사 대상이 아니라 향후 수십년간 지속적인 인간 활동과 경제 활동이 가능한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달은 통신, 항법, 에너지, 물류 체계가 결합된 새로운 우주 활동 공간이자, 화성 및 심우주 탐사를 위한 전초기지로서 전략적 가치를 갖는다. 달은 더 이상 우주 탐사의 종착점이 아니라 인간의 거주가 가능한 우주경제의 새로운 활동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달은 지구 저궤도를 훨씬 넘는 먼 거리(약 38만㎞)에 있지만, 화성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천체이다. 달을 중간 거점으로 활용할 경우, 현재의 발사체 기술로도 화성 및 심우주 탐사를 단계적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 기술로는 가장 강력한 우주발사체를 사용해도 화성까지 편도 비행만 가능하다.

달에서 인간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달 표면 및 궤도에 탐사선, 궤도선, 로버 등 다수 우주체가 동시에 활동하는 환경에서는 이들을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통신 인프라와 정확한 위치·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항법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이는 지구에서 인터넷과 위성항법시스템(GPS)이 기본 인프라로 기능하는 것과 유사한 역할이며, 달에서 다양한 기술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우주선이 정확한 위치와 시간 정보를 확보할 경우, 안전하고 정밀한 이착륙이 가능해진다. 자율주행 로버의 임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연이나 비상 상황에서도 위치 정보를 사용해 효과적인 대응과 안전 확보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루나넷(LunaNet)’이라는 기술 체계가 있다. 루나넷은 달 표면과 달 궤도, 지구·달 공간을 연결하는 통신 기능과 더불어, 달 표면의 위치·시간·항법 정보를 제공하는 달 통합 네트워크이다. 루나넷은 장기적으로 지구의 위성항법시스템과 유사한 개념이 될 것이다. 여러 대의 달 궤도 위성이 동일한 항법 신호를 발송하고 위성 신호를 수신해 자신의 위치와 시각을 계산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제한된 수의 위성으로 통신 중심 서비스와 보조적 항법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루나넷에는 중요한 특징이 있다. 사전에 합의된 공통 표준의 신호와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여러 국가의 위성이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상호 운용될 수 있어 확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루나넷은 특정 국가에 종속되지 않는, 확장 가능한 국제 공공 인프라로 발전하게 된다.

현재 루나넷 구축에는 미국, 유럽, 일본이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유럽은 달 궤도에 다수의 위성을 배치해 달 남극을 포함한 지역에 대한 통신 서비스 제공을 담당한다. 이 과정에서 ‘교란 허용 네트워크(DTN)’ 기술이 적용돼 달 전역에서 안정적인 데이터 전달을 가능하게 한다.


DTN 기술은 한국 다누리호에 장착해 세계 최초로 달·지구 데이터 통신을 성공적으로 실현한 기술이다. 지구의 인터넷과 매우 유사하지만, 우주의 특별한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좀 더 진화한 인터넷 기술이다.

일본은 달 증강 항법 시스템을 개발해 달 남극 지역에서의 정밀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고정밀 착륙 기술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미국은 전체 시스템 통합과 달 궤도 정거장(게이트웨이)과의 연계를 담당하며, 달 통신 및 항법 네트워크 서비스(LCRNS)를 중심으로 루나넷 표준의 개발과 배포를 주도하고 있다.

루나넷 구축은 아르테미스 계획의 추진과 매우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올해에는 루나넷 표준안(LNIS v5)의 상호 운용성 검증 계획만 있지만, 2028년 아르테미스 4호 계획 때에는 달의 남극 등 제한된 지역에서 초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30년쯤에는 달 어디에서나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유사한 환경으로 통신할 수 있다. 또 정확한 위치와 시각 정보는 물론, 지구와도 데이터를 주고받는 시스템이 가능하게 된다. 특히 물이 확인된 달 남극 주변에 착륙하는 탐사선들은 루나넷의 고정밀 위치 및 시각 정보와 통신을 원활하게 지원받아 안전한 착륙을 보장받을 수 있다.

루나넷의 통신 및 항법 서비스는 ‘근직선 헤일로 궤도(NRHO)’를 비행하는 위성에 의해 제공된다. NRHO는 달 남극 인근 상공을 반복적으로 통과하는 타원형 궤도로, 지구를 중심으로 본다면 마치 달을 추종하는 여러 개의 선분으로 이어진 궤도 형태를 보인다.

우주비행사들이 루나넷 기술이 적용된 태블릿PC를 이용해 월면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임무에 관한 각종 정보를 수신하는 상상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우주비행사들이 루나넷 기술이 적용된 태블릿PC를 이용해 월면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임무에 관한 각종 정보를 수신하는 상상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유인 우주 경제 새 영역 된 ‘달’

화성보다 상대적 접근성 높아
심우주 탐사 전초기지로 부상
통신·항법 인프라 요구 더 커져


지구 ‘GPS’·달 ‘루나넷’

여러 국가 위성이 상호 운용돼
확장 가능한 국제 공공 인프라
아르테미스 계획 추진과 밀접


한국 “2032년 달 착륙”

루나넷 기반 활용 땐 도움 되지만
통신 중계선 역할·기능 ‘안갯속’
주파수 확보 기술 등 명확해야


이 궤도는 지구와 달의 중력 균형점을 따라 움직이므로 지구와의 지속적인 통신이 가능하고, 연료 소비가 매우 적어 장기 임무에 적합하다. 달의 우주정거장인 게이트웨이도 이 궤도에 위치할 예정이다.

한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세계전파통신회의(WRC)를 중심으로 달 통신에 사용되는 주파수 대역과 지구·달 간 통신 규정에 대한 논의도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구와 달 사이의 통신은 광통신을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달 궤도, 달 표면, 항법 등에 사용되는 주파수는 각국이 계획하고 있는 달 임무 수요를 근거로, 통신 간섭 방지를 추가 고려해 임무별·지역별 주파수 대역을 결정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달의 통신 환경은 지구 또는 근지구(near-earth) 영역과 분리된 독립적인 체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루나넷은 개방형 국제 네트워크이므로, 달 통신 주파수 확보는 기술적 문제보다 국제 협력과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정책적 과제이다. 이런 관점에서 달 탐사를 국가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한국은 WRC 논의에 전략적으로 참여해 향후 달 통신 및 항법 체계 구축 과정에서 주파수 할당에 대한 우리의 기술적 입장을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2032년에 달 착륙을, 2045년까지 화성을 탐사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우주 탐사 기술 확보를 국가 우주전략의 핵심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착륙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연착륙 기술의 실증을 거친 후, 미지의 지점에 달 착륙선을 착륙시켜 달 표면 환경 분석과 탐사 장비의 실증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기술적으로 달 표면 착륙은 그리 쉬운 과정이 아니다. 지구와 1.25초 정도의 통신 지연이 있어 지구에서 직접 착륙을 조정하기가 어렵다. 달 표면 지형 자료로 구성된 가상현실을 사용해 착륙지 지형과 주변을 인식하며 자율비행 방식으로 착륙을 수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형 인식이 부정확하거나 자율비행 제어의 불완전성이 나타나면 착륙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만일 안정적으로 제공되는 위치 정보와 시간 및 항법 정보를 확보한다면 착륙의 어려움은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

아르테미스 계획에서는 2030년대에 달 남극 지역을 중심으로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만일 한국 착륙선이 남극 인근에 착륙하는 것으로 결정된다면 루나넷 기반의 위치와 항법 정보를 활용함으로써 더욱 안전하고 정확한 착륙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인프라의 활용은 연착륙 기술의 신뢰도를 높여 기술 개발 및 검증 과정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다행히 우주항공청은 달 통신용 궤도선을 2029년에 누리호로 발사한다는 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루나넷 구축에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한 해당 통신 중계선의 궤도로 NRHO를 언급함으로써, 향후 착륙지가 남극 인근이 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한국이 루나넷에 참여한다는 기본 방침 외에 구체적인 역할과 실행 전략이 아직도 없다는 점은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다. 우리의 통신 중계선이 루나넷 전체 구조에서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지, 해당 중계위성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인지, 루나넷의 운용 및 아르테미스 거버넌스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매우 시급함에도 구체적 내용에 대해 알려진 것은 없다.

또한 2029년에 통신 중계선을 발사하려면 사용 주파수 확보와 함께 우리가 경험이 전혀 없는 NRHO의 설계 및 검증 계획 등을 향후 반드시 구체화해야 한다.

루나넷은 단순한 기술 시스템이 아니라 달에서의 질서, 규칙, 그리고 협력 방식을 좌우하는 미래 인프라이며, 더 깊은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거대한 비전의 출발점이다. 달 탐사를 국가 전략으로 선언한 한국은 탐사를 통해 확보하고자 하는 기술적·산업적·전략적 목표를 보다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달 착륙은 몇몇 핵심 기술을 실증하거나 과학적 성과를 축적하는 데 그치는 일회성 사업이 아니다. 다누리호를 성공적으로 달에 보냈지만, 여전히 ‘왜 달에 가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국가적 목표가 충분히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

달과의 연결은 이미 시작됐다. 우리가 여기서 뒤처진다면, 이는 역량 부족 때문이 아니라 달을 바라보는 전략의 빈곤과 상상력의 부족이 스스로 기회를 좁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 이창진

이창진 건국대 명예교수

이창진 건국대 명예교수

1959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에서 학사·석사를 마친 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UIUC)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건국대 교수로 재직하다 2023년 정년 퇴임한 뒤 명예교수직을 맡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우주단장으로 근무하며 KSLV-Ⅱ 한국형 우주발사체(누리호) 및 천리안 2호 정지궤도위성 개발 청사진을 마련했고, 한국형 달 탐사 연구와 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차세대 소형위성 개발 연구 등 국가 우주개발 사업의 기획을 주도했다. 현재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전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창진 건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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