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의원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대통령실 제공 |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던 중량급 정치인들 품평이 담긴 김건희 여사의 개인 메모장이 특검 수사 과정에서 확보됐던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 여사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등 정치와 당무에 개입했다고 판단하고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긴 상태다.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김 여사가 운영했던 전시업체 코바나컨텐츠 이름이 하단에 새겨진 김 여사의 메모장을 확보했다. 이 메모장에는 “총선에 이기려면 (김기현) 조직”이라는 내용이 담겼고, 이어 김기현·권영세·나경원 등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군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특검팀은 이 메모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축출되고 처음 치러지는 2023년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후보를 고른 흔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 메모장엔 “나경원 머리를 너무 높이지 말라”는 내용과 함께, ‘1) 카리스마’, ‘2) 호감적이어야 한다’ 등 당대표가 갖춰야 할 조건으로 추정되는 대목도 있다. 또 이 메모장엔 “권성동 장제원이 도와준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런 메모는 2023년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들이 경쟁했던 장면과 맞아떨어진다.
나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발탁되며 유력한 당대표 후보로 거론됐지만 ‘출산 시 대출원금 일부 탕감 구상’을 계기로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었다. 초선 의원들이 ‘전당대회 출마를 하지 말라’며 압박하는 연판장을 돌렸고 나 의원은 출마 의향을 접었다. 약체로 꼽혔던 김기현 의원은 고 장제원 의원과 ‘김장연대’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친윤석열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급부상했다. 김 여사의 메모장에는 “권성동(국민의힘 인기○) 측근으로 붙어 있어야지, 생각을 깊이 해줘야지”, “심플하다 정치바둑판”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김 여사의 메시지가 국민의힘에 집단 입당한 통일교 쪽에 전달돼 특정 후보들을 당선시킨 정황도 특검 수사에서 드러났다. 김 여사와 통일교의 가교 역할을 했던 ‘건진법사’ 전성배씨는 2023년 2월 초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당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조수진·장예찬으로 정리하라네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윤 전 본부장은 “움직이라고 하겠다”고 답했다. 전씨가 김 여사의 ‘밀지’를 전하는 모양새였고, 실제로 박성중 후보만 빼고 모두 당선됐다. 김 여사의 ‘막후 지원’으로 당대표가 된 김기현 의원 부부는 당선 9일 뒤인 2023년 3월17일 김 여사에게 260만원짜리 로저 비비에 가방을 보낸 사실이 드러났고, 특검팀은 김 의원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김 여사 쪽은 이와 관련해 “작성 시기, 작성 경위, 메모의 실질적인 내용 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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