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지난 5일 서울의 한 대학교 의과대학 모습. 연합뉴스 |
이경수 | 영남대 의대 교수
의대 정원 증원이 1년 만에 다시 논쟁거리가 되었다. 의사 인력 추계를 위한 가정들을 보면, 의대 정원 증원이 끝없는 논쟁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출생률 변동과 고령화 속도, 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발전, 통합 돌봄 정책 시행, 공공 의료 확대 정책, 의사 근무시간과 퇴직 시기 등 열가지가 넘는 가정치를 반영해 추계한다. 이마저도 의사 인력 총량 추계이기 때문에 △양성된 의사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서비스별 수가가 어느 진료과가 유리한가 △양성된 의사 인력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등에 따라 다른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최근 30년 동안도 그래 왔다.
추계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인구 추계만 봐도 알 수 있다. 수명 연장, 출생 변동 등에 의해 노인 인구 규모나 고령화 속도에 대한 추계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 인력 추계는 인구 추계보다 더 복잡한 요인들이 개입한다. 추계의 복잡성과 난이도 때문만은 아니지만, 필자는 전문 인력 공급 추계가 근거를 최대한 반영한 과학적 공급·수요 추계와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라고 본다.
그러면 의사 인력 추계를 통한 정원 조정과 사회적 합의 방향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분명한 것은 서서히 붕괴해 온 지역 의료 현장을 복원시켜야 하겠고, 환자와 국민이 자신의 지역에서 필수 의료를 더 잘 받게 되었다는 체감도를 높이는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지역 의료, 필수 의료, 공공 의료를 논하고 있지만, 핵심적인 바로미터(지표)는 두가지가 될 것이다. 첫째, 응급 의료와 암 치료 등 중증 질환 치료를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받을 수 있는 ‘지역 완결성’이 중요하겠다. 둘째, 대도시와 중소도시, 농촌의 의료 서비스 격차로 인해 생명 안전의 격차인 건강 격차가 커지지 않아야 하겠고, 지역별로 차별 없는 필수 의료 서비스를 온전하게 복원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인구 감소 지역인 중소도시와 농촌 지역에서는 필수 의료라는 말조차 무색하게 총체적 의료 공백이 있는 곳이 많다. 또한 통합 돌봄을 위한 재택 의료센터를 담당할 의료기관이 없는 것이 지역 의료의 현실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6천달러인 우리나라에서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지만, 아프리카나 동남아 개발도상국에 국제 보건사업 지원을 위해 다녀봐도 우리나라 농촌 지역과 같은 의료 공백 상황은 흔하지 않다. 농촌 의료 서비스를 이야기할 때 중추적 역할을 해 온 공중 보건의사에 의존하는 정책은 수명을 다했다고 보는 것이 현장의 중론이다. 이를 위해 지역에서 필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지역 의사’ 양성과 함께 환자 곁을 지켜야 하는 필수 의료 서비스 수가체계를 개선해야 하겠다. 정부가 추진하기 시작한 지역 의사 제도는 대학이나 수련 과정에서 장기 해외 연수교육이나 지역사회 병원과의 공동 교육수련과 같은 혁신적인 제도 운용을 통해 일류 의사를 양성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지방자치단체가 의대 신설을 주장하는 건, 그 이유가 궁색할 때도 있지만, 살고 있는 지역에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생명과 안전의 위협을 느끼는 현상에 대한 지역의 절규다. 실제 일부 농촌 지역은 평균 수명이 북한보다 짧은 곳도 있다.
대학별 정원 조정이나 의대 신설은 지역 의사 제도 참여나 지역인재 전형 등을 전제로, 30년 전 많은 의대를 신설할 때의 경험을 되살려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논의해 합의하는 것도 방편이 될 수 있겠다.
또한 의료전달체계 복원에 합의해야 할 것이다. 의료전달체계 복원 없이는, 지역 의료와 지역에서의 필수 의료 서비스의 효율적 제공은 요원하다. 지금은 중증환자 치료비 본인 부담률을 낮추는 것과 같은 좋은 취지의 정책을 강화할수록, 본인 부담비용이 낮아진 환자가 서울로 쏠리는 현상이 심화해 지역 의료의 동력을 지속적으로 악화시키는 ‘정책의 반생산성’이 심화할 것이다. 2024년 통계에서도 서울에 살지 않는 환자 600만명이 서울로 진료를 받으러 가서 일년 동안 약 11조원을 썼다. 이로 인해 의사와 의료 장비까지 서울로 쏠리고 있는 현실에서 이것을 교정하지 않고 지역 의료를 논하는 것은 어렵다.
의대 정원 증원은 지역 의료와 필수 의료의 유지를 통한 건강 격차 감소와 건강 수명 증가가 목표가 되어야 하겠다. 지역과 현장, 지역 주민과 환자 가까이를 지향해야만 정책 목표에 반하는 반생산성을 극복해 성공적인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적 추계와 사회적 합의를 통한 지역 의료 복원과 필수 의료 유지라는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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