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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게 ‘철도 안전대책’인가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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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경부선 남성현∼청도 구간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시설물 안전점검을 위해 현장으로 이동하던 노동자 7명이 무궁화호에 치여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경부선 남성현∼청도 구간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시설물 안전점검을 위해 현장으로 이동하던 노동자 7명이 무궁화호에 치여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전창훈 | 철도노조 노동안전실장





최근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 경부선 남성현~청도 구간 작업자 사망사고의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이른바 ‘안전 실명제’, 즉 ‘안전책임자 1000명 지정’이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 안전대책일 수 없다는 것이 현장 노동자들의 판단이다. 안전은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만으로는 보장할 수 없다. 특히 그 책임을 현장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낙인 찍는 방식으로는, 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없다.



이 사고의 본질적 원인은 열차가 운행하는 선로에서, 충분한 차단 시간과 안전한 이동 통로 없이 이뤄지는 상례 작업에 있다. 노사정 철도안전 태스크포스(TF)는 ‘원인을 진단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실질적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출범했다. 그런데 정작 태스크포스에서 핵심 의제가 돼야 했을 주·야간 차단 시간 확대, 상례 작업 최소화는 축소되거나 삭제됐다. 알맹이는 빠지고 껍데기만 남은 것이다.



국토부는 외주 공사 안전관리를 위해 책임자 1000명을 지정하겠다고 하지만, ‘지정’만으로 안전이 확보되지는 않는다. 전문 감리 강화, 계약·감독 체계 개선, 교육·훈련과 자격 기준 수립, 책임과 권한의 합리적 설계 등 구체적 대안 없이, 현장에서 작업하던 종사자 1000명을 안전책임자로 지정하겠다는 방침만 제시했다. 이들이 안전 업무를 전담하는 것인지, 기존 현장 업무에 안전 책임까지 떠안는 것인지조차 분명치 않다. 현장 인력에 무거운 책임만 덧씌우거나, 서류상 책임 체계만 덧대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 대책에 불과하다.



스마트 유지 보수, 근무 체계 개편, 관제 업무 이관으로 유휴 인력을 확보하겠다고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자동화와 중앙 집중화로는 현장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 로컬 관제의 중앙 이관은 특히 위험하다. 오송 제2관제 센터가 언제, 어느 수준으로 기존 업무를 수용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관제 인력을 먼저 줄이고 보겠다는 발상은 안전 대책이 아니라 도박에 가깝다.



“(현장 노동자들이) 반대해도 필요하면 추진하겠다”는 식의 일방적 태도 역시 문제다. 이는 태스크포스가 합의를 위한 기구가 아니라 이미 정해진 정책을 통보하기 위한 창구였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안전은 정책의 ‘일방 강행’으로 확보할 수 없다. 정책을 실행하는 노동자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대책은 현장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고 결국 다음 사고의 원인이 될 것이다.



철도 안전은 문서의 서명란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선로와 차량을 직접 만지는 노동의 조건에서 시작한다. 상례 작업을 최소화하고, 차단 시간을 실효성 있게 확대하며, 이동 통로를 확보하고,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확충하는 것만이 재발을 막는 길이다. 국토부는 ‘안전 실명제’라는 이름 아래 안전 책임을 현장에 전가하는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현장 안전을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안전은 시스템이다. 위험을 제거하고, 줄이고, 관리하는 과정의 총합이다. 누가 관리자인가를 따져 사고의 책임을 묻는 데 집중할수록 위험은 오히려 은폐된다. 지금 철도 안전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을 실제로 개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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