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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질된 ‘국제개입’과 국제기구의 위험한 방관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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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년 규탄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미국이 군사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축출한 것과 관련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1년 규탄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미국이 군사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축출한 것과 관련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계동 | 건국대 안보·재난관리학과 초빙교수



새해 벽두부터 국제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경악스러운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3일, 미국은 작전명 ‘절대적 결의’(Operation Absolute Resolve)를 통해 주권 국가인 베네수엘라의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체포해 자국으로 압송했다. 작전 과정에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UNSC·이하 안보리)의 승인은커녕 국제법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는 단순히 한 국가의 비극을 넘어, 지난 30여년간 퇴보해온 국제개입 역사가 낳은 참담한 결과물이다. 과연 오늘날의 국제개입은 누구를 위해, 무엇에 의해 정당화되고 있는가?



국제개입이 심각한 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1990년 냉전 종식 이후다. 미·소 양극의 억제력이 사라진 틈을 타 인종과 종교를 매개로 한 지역 분쟁이 분출했고,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의 일방적 행보가 본격화되었다. 1990년 걸프전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기반한 합법적 개입의 표본이었으나, 이후의 역사는 달랐다. 1999년 나토(NATO)의 코소보 개입은 그 변질의 서막이었다. 나토 헌장 제5조는 회원국이 침입을 받았을 때만 작동하는 방어적 기제임에도, 나토는 동맹과 전혀 관계없는 코소보 사건에 안보리 승인 없이 개입했다. 이는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간곡한 승인 요청마저 무시하는 오만함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2026년 베네수엘라에서의 일방적 군사작전이라는 괴물을 낳았다.



이제는 국제개입에 대해서 좀 더 포괄적으로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다양한 개입 중에서 초청에 의한 개입, 동맹에 의한 개입은 정당한 개입으로 인정되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정부가 주권을 사유화하여 국민의 저항을 압살하기 위해 외부 세력을 불러들일 때, 혹은 방어적 성격의 동맹 조약이 동맹국의 안보와 무관한 지역의 분쟁에 개입하는 명분으로 악용될 때 국제법은 침묵했다. 이러한 함정들은 결국 강대국의 자의적 개입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변질되었고, 결과적으로 세계의 안보환경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국제사회는 이제 이 위험한 방관을 멈춰야 한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문제를 국제기구가 이토록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 된다. 필자는 이 불분명한 안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두가지 제도적 결단을 촉구한다.



첫째, 모든 국제개입은 동맹조약이나 당사국 초청 여부와 상관없이 반드시 유엔 안보리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규정해야 한다. 동맹이 국제법 위에 군림하는 예외주의를 끝내야 하며,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이름의 밀실 협약이 보편적 인권과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도구가 되지 않도록 엄격한 공적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이를 물리적으로 강제할 ‘개입 방지 상비군’을 유엔 헌장 수준의 근거를 토대로 창설해야 한다. 현재의 평화유지군(PKO)처럼 회원국의 자발적 파병에 의존하는 구조로는 강대국의 자의적 판단이나 일방적인 무력 행사를 막을 수 없다. 국제기구가 독자적이고 실질적인 무력을 보유하여, 규범을 위반하는 무분별한 개입이나 자국민을 향한 정권의 폭거를 물리적으로 차단할 때 비로소 군사안보는 힘의 논리가 아닌 정의의 논리로 바로 설 수 있다.



국가안보의 본질은 정권의 유지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 보호에 있다. 급변하는 안보환경 속에서 국제사회가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를 소홀히 다룬다면, 지구촌은 다시 약육강식의 정글로 회귀할 것이다. 주권이라는 방패 뒤에 숨은 독재와,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패권적 개입을 억제할 강력한 법적, 물리적 토대를 구축하는 것, 이것이 21세기 국제정치의 가장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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