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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해봤자 다 털린다” 기안84도 당하더니… 특단의 조치가

헤럴드경제 박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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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콘텐츠진흥원 유튜브 영상에서 웹툰 불법 유통 피해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기안84.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유튜브 캡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유튜브 영상에서 웹툰 불법 유통 피해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기안84.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기안84도 당했다”

유명 웹툰 작가인 기안84를 비롯한 박태준, 락현 등 전·현직 네이버웹툰 소속 작가들도 피할 수 없는 웹툰 불법 유통 문제. 인공지능(AI)이 웹툰 업계의 고질적인 난제인 불법 유통을 해결할 대안으로 부상했다. 불법 복제물을 감시하고 유출 경로를 차단하는 보안 솔루션 역할을 넘어 글로벌 진출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창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일자리를 뺏는다는 논란의 중심에 선 AI가 창작자 권익 보호에 기여하는 모양새다.

12일 일본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불법 복제 사이트로 인한 일본 만화의 연간 피해액은 약 8조5000억 엔(약 78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일본 콘텐츠 산업이 역대 최고 해외 매출을 기록한 2023년 5조8000억엔(53조75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콘텐츠를 팔아서 버는 돈보다 도둑맞는 돈이 더 많은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적판이 기승을 부리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정식 번역본의 공급 지연’을 꼽았다. 실제로 일본에서 출간되는 만화 가운데 영어로 공식 번역되는 비율은 10% 남짓에 불과하다. 나머지 90%의 작품들은 정식 서비스가 없는 틈을 타 불법 사이트들의 무단 스캔과 번역을 통해 유통되는 식이다. 독자들이 “보고 싶어도 볼 길이 없다”며 해적판으로 유입된다는 것이다.

결국 일본 정부는 ‘AI’라는 특단의 조치를 꺼내 들었다. 일본 문화청은 해적판 자동 추적 시스템 개발과 더불어 AI 번역 인재 양성에 단체당 약 1억엔(약 9억28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사람이 일일이 번역하던 방식으로는 해적판의 유통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태국 방콕 쌈얀 밋타운(Samyan Mitrtown)에서 열린 네이버웹툰의 웹툰 콘 2025에 현지 웹툰 팬 2600명이 참석한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네이버웹툰 제공]

지난해 태국 방콕 쌈얀 밋타운(Samyan Mitrtown)에서 열린 네이버웹툰의 웹툰 콘 2025에 현지 웹툰 팬 2600명이 참석한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네이버웹툰 제공]



슈에이샤, 쇼가쿠칸 등 현지 대형 출판사도 도쿄대 스타트업 ‘만트라(Mantra)’에 투자해 캐릭터의 특성과 줄거리를 이해하는 AI 번역 솔루션을 내놨다. 이를 통해 번역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해 월간 단행본 1000권 분량을 18개 언어로 쏟아내는 생산성을 확보했다. 해적판이 나오기 전 정품 번역본을 시장에 깔아버리는 ‘속도전’으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웹툰 불법 유통으로 인한 피해는 국내 웹툰 시장도 피해갈 수 없다. 지난해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문체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온라인 불법 웹툰으로 인한 국내 피해 금액은 8400억원 수준이다. 이는 국내 웹툰 산업 전체 규모의 약 20%에 육박하는 수치다. 특히 ‘뉴토끼’ 등 대형 불법 사이트들은 해외 수사 공조의 어려움을 틈타 끊임없이 범죄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에 국내 사업자들은 AI 기술을 활용한 자체 단속 시스템으로 정면 돌파에 나섰다. 네이버웹툰은 2017년부터 AI 기반 단속 기술인 ‘툰레이더(ToonRadar)’를 가동 중이다. 웹툰 이미지에 보이지 않는 사용자 식별 정보를 삽입해 최초 유출자를 끝까지 추적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한국어 플랫폼에서 불법 유출을 시도하는 계정당 평균 대여 유료 회차 수를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이는 불법 사이트 운영자가 콘텐츠 확보를 위해 소모해야 하는 계정 비용이 10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계정 한 개당 탈취할 수 있는 웹툰 회차가 줄어들수록 불법 콘텐츠 복제 행위의 난이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툰레이더 로고. [네이버웹툰]

툰레이더 로고. [네이버웹툰]



또 유출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고 매출 피해가 큰 국내 인기 상위 50개 작품의 경우, 불법 사이트에 올라간 최신 회차와 공식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최신 회차 사이의 회차 간격이 연초 대비 연말에 약 3배 벌어졌다. 최신 유료 회차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공식 플랫폼에서 무료로 전환되기 때문에 불법 사이트에 유출되는 시간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것이 창작자 수익 보호에 기여한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기준 공식 플랫폼에 최신 회차가 게시된 당일 즉시 불법 사이트로 복제되는 작품 수도 지난해 1~3분기 평균 대비 약 80% 감소했다.


한편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만화 및 웹툰 이용자의 AI 도입에 대한 인식은 부정 평가보단 긍정 평가가 더 높다. 2025 만화산업백서를 통해 올해 처음 실시한 만화/웹툰 이용자 대상 인식 설문 조사를 살펴보면 AI 도입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이용자 비중은 12.5%에 불과했다.

만화, 웹툰에 AI 기술 적용 시 이용자가 기대하는 긍정적 효과로 ‘작가의 창작 보조를 통한 제작 시간 단축 및 생산성 향상’이 43.7%로 가장 높았고 ‘AI를 활용한 새로운 스타일과 실험적 장르 작품의 등장’(19.8%), ‘제작비 절감으로 다양한 주제와 기획의 작품 수 증가’(12.9%), ‘소규모 작가나 신인 작가의 진입 장벽 완화’(11.1%)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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