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골든글로브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받은 (왼쪽부터)크리스 아펠한스 감독, 매기 강 감독, 프로듀서 미셸 웡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기자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K팝 아이돌과 한국을 소재와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2관왕에 올랐다.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한국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무관에 그쳤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케데헌>이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주제가상(최우수 오리지널송)을 거머쥐었다. 특히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은 디즈니 <주토피아 2>, 픽사 <엘리오>,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등 쟁쟁한 후보를 제쳤다. 오는 3월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의 수상 가능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품상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한국계 캐나다인인 매기 강 감독은 “한국 문화에 깊이 기반한 영화를 믿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했다. <케데헌>은 해외 제작 애니메이션이지만, 한국의 무속신앙, 민화에서 착안한 호랑이와 까치 캐릭터, 한옥마을과 남산타워, K푸드(김밥과 컵라면) 등 한국적 요소가 두루 등장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인기 걸그룹으로 등장하는 헌트릭스 멤버들. 넷플릭스 제공 |
강 감독은 이어 “우리는 우리가 실제로 아는 여성의 모습을 캐릭터에 그리려 했다”며 “(그건) 강하고 대담하며, 굉장히 엉뚱하고 괴짜같고, 음식을 갈망하기도 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미국인 크리스 아펠한스 감독과 공동으로 작품을 연출한 강 감독은 골든글로브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받은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감독이다. 남녀 통틀어 첫 번째 아시아계 수상자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2023)의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다.
주제가상을 받은 곡은 <케데헌> 삽입곡 ‘골든(golden)’이다. 가창자이자 작곡·작사가 이재는 무대에 오르자마자 눈물을 보였다. 그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10년을 연습생으로 있었으나 끝내 K팝 아이돌로 데뷔하지 못했던 과거의 좌절을 언급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작곡가이자 가수 이재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참석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이재는 “어릴 적 K팝 아이돌이 되고 싶어 쉼 없이 노력했지만 끝내 데뷔를 하지 못했다. 내 목소리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우울하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음악과 노래에 집중했다. 그리고 지금 여기 가수이자 작곡가로 섰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받아들이자는 내용의 노래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게 기쁘다”며 “내 앞의 문이 닫혔다고 느끼고 있을 사람들에게, 거절(rejection)은 다시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것(redirection)일 뿐이니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한국어로 “엄마 사랑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제가상 시상 직후 사회를 맡은 미국 코미디언 니키 글레이저는 ‘골든’을 개사한 노래로 짤막한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케데헌>의 대중적 인지도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배우 이병헌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참석했다. AFP 연합뉴스 |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최우수 작품상,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남우주연상(이병헌), 비영어권 최우수 작품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무관에 그쳤다. 최우수 작품상은 각각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시크릿 에이전트>(비영어권)에, 남우주연상은 <마티 슈프림>의 티모시 샬라메에게 돌아갔다.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작품상뿐 아니라 감독상 등 4관왕으로 올해 골든글로브 최다 수상작이 됐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아카데미(오스카)와 함께 미국의 양대 영화상으로 꼽힌다. 미국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주관하다가 2021년 인종·성 차별 논란 등으로 영화계의 보이콧 대상이 된 뒤 대대적인 개혁이 추진됐고, 이후 영리 기업인 딕 클라크 프로덕션과 투자회사 엘드리지 인더스트리의 합작회사로 운영권이 넘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케데헌>의 수상 소식을 담은 기사를 공유하며 “우리 문화가 앞으로도 세계 무대에서 더 큰 사랑을 받길 기원한다”고 축하의 뜻을 밝혔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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