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기는 12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렸다. 경기 전 예상은 쉽지 않았다. 브라이턴은 최근 시즌마다 EPL에서 중상위권을 유지하며 까다로운 팀으로 평가받고 있고, 맨유는 불안정한 경기력과 부진한 분위기에 둘러싸여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홈 경기라는 점에서 최소한 다음 라운드 진출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더 높았다. 현실은 그 반대였다.
브라이턴은 경기 초반부터 자신들의 방식을 고수했다. 라인을 유연하게 바꾸며 점유를 유지했고, 맨유 미드필더라인을 흔들면서 침투를 노렸다. 전반 중반 이후 브라이턴이 득점 기회를 잡았고, 맨유 선수들의 압박과 기록되지 않은 작은 실수들이 위기로 연결되었다. 결국 브라이턴이 선제골을 성공시키며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이후 맨유는 로테이션에 가까운 구성으로 반전을 시도했지만 뚜렷한 활로를 찾지 못했다. 브라이턴의 두 번째 득점이 터진 시점에서는 경기장 분위기마저 침울하게 가라앉았다.
맨유가 반전의 실마리를 잡은 순간도 잠깐 있었다. 후반 40분 무렵, 벤저민 세스코가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만회골을 기록하며 올드 트래퍼드에 불씨가 살아났다. 하지만 그 희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추가시간 이전, 셰이 레이시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고 팀은 수적 열세 상황에서 마지막 10분을 소화해야 했다. 맨유의 압박은 그 직후부터 무기력하게 변했고, 브라이턴은 안전하게 공을 소유하며 흐름을 잠시 끊는 방식으로 마무리에 들어갔다. 심판의 마지막 휘슬과 함께 올드 트래퍼드의 공기는 혹독한 겨울처럼 식어 있었다.
이 굴욕의 여파는 단지 탈락이라는 단어로 끝나지 않는다. 컵 대회 일정은 팀의 공식 경기 수를 늘려주는 역할을 한다. 경기 수가 늘어나야 구단은 다양한 조합을 실험하고,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관중 흥행을 통해 구단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반대로 일찍 탈락할수록 일정 공백이 발생하고, 시즌이 비정상적으로 단축된다. 이번 시즌 맨유의 경우 38경기 리그 일정을 포함해 공식전 40경기만으로 시즌이 마감되는 구조가 확정됐다. 이는 무려 1914-1915시즌 이후 111년 만에 기록되는 ‘최소 경기 시즌’이다. 1차 세계대전이 펼쳐지던 시기와 비교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상징적이다.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현재 성적도 팬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맨유는 21경기에서 승점 32점(8승 8무 5패)을 수집하며 7위에 올라 있는 상태다. 챔피언스리그 진출 경쟁권에 포함되어 있지만, 팀의 경기력은 그보다 아래 수준이라는 평이 많다. 경기 내용이 불안정하고 득점 루트가 제한적이며, 리그 상위권을 상대로 흔들리는 모습이 반복된다. 팬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요소는 수비 조직력과 미드필더 공수 전환 문제인데, 이는 지난 감독 체제에서도 끊임없이 지적된 부분이다.
감독 사령탑 교체도 이번 부진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맨유는 불과 며칠 전, 지난 14개월간 팀을 이끌었던 후벵 아모링 감독과의 동행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18세 이하 팀을 이끌던 대런 플레처가 감독 대행 자격으로 벤치를 맡고 있고, 이번 브라이턴전 역시 플레처 체제 하에서 진행됐다. 감독 교체 직후 조직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고,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팬들은 이러한 이유가 누적된 문제를 덮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기가 끝난 뒤 영국 현지 팬 커뮤니티에서는 “111년 만에 이런 기록을 보게 될 줄 몰랐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FA컵과 리그컵을 동시에 첫판에서 접을 팀이 맨유일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이 그렇다”는 비판도 등장했다. 선수단·감독·프런트·오너십 문제까지 연결하는 확장된 비판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편 맨유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알렉스 퍼거슨 경은 이날 올드 트래퍼드를 찾았으나 쓸쓸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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