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선불충전금 증감 현황/그래픽=이지혜 |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이커머스 업계에서 고객 충성도의 방향 전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이용자가 플랫폼에 현금을 미리 맡기는 선불충전금 흐름에서 주요 플랫폼 간 온도 차가 나타나면서 이른바 '탈팡 효과'가 지표로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의 선불충전금 잔액은 뚜렷한 대비를 보였다. 쿠팡의 선불충전금 잔액은 1235억5572만원에서 1122억6257만원으로 112억9472만원 감소해 증감률 -9.1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컬리는 9억2061만원에서 11억4570만원으로 2억2509만원 늘어 24.45% 증가했다. SSG닷컴은 586억4018만원에서 602억1287만 원으로 15억7269만원 늘었고, 네이버쇼핑도 1688억8355만원에서 1769억362만원으로 80억2006만원 증가했다. 주요 플랫폼 가운데 선불충전금 잔액이 감소한 곳은 쿠팡이 유일했다.
쿠팡의 감소는 단기 변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쿠팡의 선불충전금 잔액은 2024년 말 1176억원에서 2025년 3월 말 1201억원, 6월 말 1196억원, 9월 말 1235억원으로 연중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왔다.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공시된 12월 말 기준 잔액에서 감소세로 전환됐다. 업계에서는 사건 이후 신뢰도에 민감한 일부 고객층의 이용 행태 변화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쿠팡 선불충전금 잔액 흐름/그래픽=이지혜 |
선불충전금은 고객 충성도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활용된다. 이용자가 결제 전에 현금을 미리 충전해두는 구조상, 해당 플랫폼을 반복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충전한 금액을 사용한 뒤 잔액이 남을 경우 추가 소비를 위해 다시 해당 플랫폼을 찾을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이 같은 구조는 각 플랫폼의 혜택 정책과 맞물려 작동한다. 컬리와 쿠팡은 결제 금액의 1%, SSG닷컴과 네이버는 1.5% 수준의 적립 혜택을 준다. 업계에서는 적립 혜택이 선불충전금 이용을 유도하는 동시에 잔액 흐름을 통해 고객의 이용 지속성을 가늠할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선불충전금은 이용자를 다시 플랫폼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장치"라며 "잔액 변화는 충성 고객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는 신호"라고 말했다.
특히 컬리·쿠팡·SSG닷컴의 선불충전금은 충전 이후 해당 플랫폼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충성도 지표로 활용된다. 반드시 해당 앱에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결제 동선상 플랫폼 내 소비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다만 네이버의 경우 네이버페이머니가 국내외 온·오프라인 가맹점 전반에서 사용돼 활용 범위가 넓은데다 결제 직전에 충전해 바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 공시 잔액보다 실제 사용 규모는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선불충전금 변화가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경쟁 구도의 변화를 시사한다는 반응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선불충전금은 분기별로 급격히 변하지 않는 지표"라며 "같은 기간 주요 플랫폼이 모두 증가한 가운데 쿠팡만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은 업계가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말했다.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