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핵 전쟁시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을 태우는 공중지휘통제기 E-4B 나이트워치가 51년 만에 LA 국제공항(LAX)에 등장했다. 이 비행기는 미군이 운용하는 가장 은밀하고 강력한 항공기로 꼽힌다. 핵 폭발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어 ‘종말의 날 비행기’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좀처럼 민간 공항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이 비행기는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사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그린란드 병합 시도와 맞물려 갑작스럽게 등장했다.
10일(현지시각) LA타임스와 항공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9일 E-4B 기종은 1975년 이후 처음으로 LA 중심 공항인 LAX에 착륙했다. E-4B는 평소 LA에서 2100킬로미터 넘게 떨어진 네브래스카주 오펏 공항을 기지로 사용한다. 서울에서 홍콩 정도 거리다. 군사 전문가들은 핵 전쟁 시 투입되는 핵심 전략 자산이 태평양 연안 대도시, 그것도 민간 항공기가 밀집한 미국 서부 최대 관문 공항에 착륙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하나의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미 공군 전략 자산이자 '종말의 날 비행기(Doomsday Plane)'로 불리는 E-4B 나이트워치. /연합뉴스 |
좀처럼 민간 공항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이 비행기는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사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그린란드 병합 시도와 맞물려 갑작스럽게 등장했다.
10일(현지시각) LA타임스와 항공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9일 E-4B 기종은 1975년 이후 처음으로 LA 중심 공항인 LAX에 착륙했다. E-4B는 평소 LA에서 2100킬로미터 넘게 떨어진 네브래스카주 오펏 공항을 기지로 사용한다. 서울에서 홍콩 정도 거리다. 군사 전문가들은 핵 전쟁 시 투입되는 핵심 전략 자산이 태평양 연안 대도시, 그것도 민간 항공기가 밀집한 미국 서부 최대 관문 공항에 착륙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하나의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캘리포니아주 최대 공항 LAX는 태평양을 향한 미국의 전략 거점이자, 아시아·중남미·미 본토를 잇는 글로벌 허브다. 이곳에 E-4B가 노출됐다는 것은 미국이 서부 태평양 전선과 미 본토 방어, 중남미 변수까지 동시에 고려한 전방위 대비 태세를 점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일 미국 뉴욕주 뉴버그 스튜어트 주방위군 기지에서 맨해튼 연방 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공식 명칭 ‘국가공중작전센터(NAOC)’인 E-4B는 보잉 747-200을 개조해 만든 기체다. 핵전쟁이나 대규모 재난으로 지상 지휘 체계가 붕괴했을 때 대통령과 국방장관, 합참의장이 공중에서 전쟁을 지휘하도록 설계됐다. 대당 가격은 도입 당시 기준 약 2억 2300만 달러(3000억 원)에 달한다.
초고가 기체지만, 기내에서는 첨단 디지털 장비 대신 아날로그 계기판을 사용한다. 핵폭발 시 발생하는 전자기펄스(EMP)로부터 내부 회로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디지털 장비가 없어 해킹 위협에서도 자유롭다. 대신 기체 상부에 65개에 달하는 안테나가 설치돼 전 세계 미군 부대 및 핵잠수함과 직접 교신한다. 공중 급유를 받으면 72시간 동안 착륙하지 않고 하늘에 머물며 ‘이동하는 국방부’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현재 미국은 E-4B를 단 4대만 운용한다. 이 중 1대는 반드시 대통령 근처에 대기하며 비상 상황에 대비한다. 미 공군은 이 비행기 존재를 굳이 숨기진 않지만, 세부 운용 내역은 철저히 보안에 부치고 있다.
‘종말의 날 비행기’ E-4B 한눈에 보기 |
이 때문에 군사 전문가들은 E-4B가 민간 공항에 착륙한 이유보다 운용 패턴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평시에 E-4B는 준비 태세 유지를 위한 시험 비행이나 훈련 차원에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마두로 체포나 북극권 제공권 확보 같은 비상 국면으로 접어들면 비행 양상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우선 짧은 왕복 비행이 아니라 공중 급유를 동반한 장시간 체공이 관측되면 위기 수준이 높아진 것으로 본다. 특정 기지 인근이 아닌, 적의 위협권 바깥 항로에서 대기하는 패턴도 비상 신호다. 군사 전문가들은 E-4B가 1대만 단독으로 이동하지 않고, 여러 대가 동시에 기동하거나 지원 전력을 연동해 움직일 때가 ‘진짜 위기’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LAX에서 목격된 E-4B는 1대였다.
군사 전문가 아누라그 샤르마는 “글로벌 긴장이 고조된 와중에 E-4B가 워싱턴 DC 주변에서 주요 거점으로 이동하면, 각국 정보 당국은 이 루트를 집중적으로 감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번처럼 태평양 연안 대도시 공항 노출은 우발적 사건이라기보다, ‘보여주는 대비 태세’ 성격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LAX) 관제탑 안에서 항공교통관제사들이 조종사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전문가들은 이번 LAX 착륙을 ‘전쟁 개시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미국이 핵 지휘 체계를 실제로 어떻게 분산·생존시키는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는 일종의 전략적 시연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대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E-4B의 LA 등장은 베네수엘라 사태뿐 아니라 태평양 지역 전반의 긴장 관리 차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중 전략 경쟁이 장기화되고, 중남미·북극·인도태평양이 동시에 흔들리는 국면에서 ‘미 본토 지휘부는 언제든 공중으로 분산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E-4B가 가시적으로 노출되면 외교가와 금융 시장에도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교적으로는 동맹국에 강한 신뢰를 주는 효과가 있다. 미국이 최악 시나리오까지 대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통해 안보 공약을 재확인하는 셈이다. 반면 적대국에는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적대국이 핵 공격을 결심해도 ‘언제든 보복 명령을 내릴 준비가 됐다’는 무언의 경고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항공 전문매체 에비에이션 A2Z는 “E-4B는 미국 국방력의 상징이자 최후의 보루”라며 “이 기체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현대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단순한 이동 수단 그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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