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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사업자가 엉터리 작성…“환경영향평가 공탁제 도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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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엘 볼체 중국 난징임업대 교수가 지난 10일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를 위한 국제 세미나’에서 멸종위기종 이주·이식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아마엘 볼체 중국 난징임업대 교수가 지난 10일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를 위한 국제 세미나’에서 멸종위기종 이주·이식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대법원은 지난해 8월19일 환경영향평가서 96건을 거짓 작성한 혐의로 개발사업자를 대신해 환경영향을 조사하는 업체인 ㅎ연구소에 벌금 1천만원, ㅎ연구소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부산도시철도 건설,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 개발, 경남 마산로봇랜드 조성, 창원중앙역 역세권 개발, 을숙도 철새도래지 개선 등 대형 건설사업들이 ㅎ연구소의 엉터리 환경영향 조사로 허가를 받았다. 게다가 노자산 일대에 27홀 규모 골프장 등을 건설하는 경남 거제남부관광단지 조성사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이 이미 완공돼, 되돌릴 수 없게 됐다.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을 개발사업자에게 맡겨서 생긴 문제이다. 환경부나 지자체는 평가서를 평가할 뿐, 환경영향 조사를 제대로 했는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 엉터리 평가서의 문제점을 걸러내기 어려운 구조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 공탁제 도입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민단체 ‘노자산 지키기 시민행동’은 지난 10~11일 경남 거제시 도시재생 이음센터에서 전국의 환경운동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를 위한 국제 세미나’를 열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를 위한 국제 세미나’ 참가자들이 야생생물 보호를 위한 13개 정책 대안에 투표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를 위한 국제 세미나’ 참가자들이 야생생물 보호를 위한 13개 정책 대안에 투표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사단법인 에코코리아 부설 한국 피지에이(PGA) 생태연구소의 한동욱 소장은 “환경영향평가법에 공탁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환경영향평가 공탁제는 개발사업자가 국가에 환경영향평가를 요청하고, 그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다.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을 개발사업자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세미나 참석자들로부터 정책대안으로 가장 큰 호응을 얻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환경부도 환경영향평가 공탁제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책임 문제 때문에 꺼리는 것 같다”라며 “시범운영 과정을 거쳐서 도입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마엘 볼체 중국 난징임업대 교수는 “멸종위기종의 이주·이식은 매우 신중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마엘 교수는 “개발 계획을 쉽게 하기 위한 이주·이식, 이주·이식 성공에 대한 분석이 되지 않은 이주·이식, 주변 생명체에 대한 영향이 확인되지 않은 이주·이식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며 “멸종위기종을 이주·이식을 할 때는 종 보종의 마지막 수단일 때, 함께 사는 생명체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을 때만 해야 하며, 이주·이식 전후 장기간 관찰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키 오구라 일본 사가대 교수(농학부)는 “거제남부관광단지 개발을 위해 추진하는 멸종위기종 대흥란 이식 사업은 대흥란의 진화 과정을 거스르는 행위로, 반드시 실패한다”고 경고했다. 유키 교수는 “대흥란은 광합성을 하지 않고, 땅속줄기를 통해서 생존에 필요한 모든 영양분을 주변의 균과 나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생물인 균종속영양생물(genus Cymbidium)이다. 따라서 대흥란 개체만 이주·이식하면 대흥란은 살 수 없다. 대흥란 서식지 숲 전체를 옮겨야 하는데, 이것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윤주옥 전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대표는 “서로 다른 이름을 가졌지만, 이 땅의 멸종위기 생물들은 그 땅이 아니면 살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런데 자본과 권력의 이익이 우선되면서, 그 생명이 터전에서 밀려나고 있다. 이를 멈추지 않으면 결국 우리 인간이 밀려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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