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발생 시 작업중지 조치에 대한 부정적 평가 이유/그래픽=윤선정 |
건설현장 실무관리자 절반 이상이 작업중지권 현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중지권의 발동범위가 넓고 현장 손실이 크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현재 작업중지권을 보완하기 위한 입법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11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대한건설협회와 함께 진행한 작업중지 조치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94개 건설현장 실무관리자 59%가 중대재해 발생 시 작업중지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작업중지권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가장 주된 이유(복수 응답 가능)는 '재해 발생 원인과 관련 없는 작업까지 모두 멈춰야 하기 때문'(6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작업중단으로 인한 현장 손실에 대한 우려'(52%), △중대재해 예방에 대한 실질적 효과 미흡(35%), △작업중지 명령 기준의 불명확성(34%)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포함한 여러 현장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등 안전사고가 이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이중에는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하는 작업중지권의 실효성을 한층 강화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지난해 12월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해 발생 직전이 아닌 위험 징후가 있을시 작업중지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산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또 근로자 대표, 노동조합,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등이 작업중지를 요청하거나 발동할 수 있도록 해 발동 주체를 확대하고 합리적 이유로 작업을 중지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업주를 처벌하는 내용도 담았다.
지난해 11월 발의돼 지난달 23일 소위원회에 회부된 정혜경 진보당 의원의 법 개정안은 정당한 공사기간 연기 사유에 '작업중지권 행사로 인한 착공지연 또는 시공중단'을 추가하도록 했다.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전가하는 것을 방지하는 등 사후 대응을 보완하는 내용이다.
건산연은 이러한 보완 입법들에 대해 "근로자 작업중지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라면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쟁점들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작업중지권의 '급박한 위험'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 판단 기준이 부족하다는 점, 작업중지로 인한 손실을 누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작업중지로 인한 손실 책임구조 개선, 작업중지 해제 절차 신속화, 작업중지제도 기준과 절차를 구체화한 지침 마련 등의 다른 법적 보완도 병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성유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현재 작업중지제도는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수단이라기보다, 위험의 은폐와 과도한 처벌을 우려하게 만드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작업중지의 발동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작업중지로 인한 손실과 책임이 근로자 개인이나 사업주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재영 기자 hjae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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