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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센트블록 쇼크②] 정부 들이받은 스타트업… 기술 탈취냐 헛발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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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홍 기자] 루센트블록의 절규는 섬뜩하다. 허세영 대표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예고했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경쟁사들을 제소하는 강수를 뒀다. 반면 유력한 인가 후보인 넥스트레이드(NXT)와 한국거래소(KRX) 컨소시엄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경쟁일 뿐이라며 루센트블록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핵심 기술 빼갔다 vs 국세청 자료만 봤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넥스트레이드의 기술 탈취 의혹이다.

루센트블록은 넥스트레이드가 투자를 미끼로 접근해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한 후 회사의 명운이 걸린 기밀 자료를 통째로 넘겨받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루센트블록 측은 재무 정보, 주주명부, 구체적인 사업 계획, 핵심 기술 아키텍처 등 민감한 정보를 모두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넥스트레이드는 이 정보를 본 뒤 투자는 거절하고 곧바로 동일한 사업인 STO 장외거래소 인가를 신청했다는 주장이다. 명백한 도덕적 해이이자 영업 방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구단주가 선수로 뛰는 격이라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다만 넥스트레이드 측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그들은 루센트블록의 요청에 따라 자료를 검토한 것은 맞지만 받은 자료는 표준재무제표증명원(국세청 자료), 회사소개서, 법인등기부등본 등 기초적인 서류가 대부분이었다고 반박한다.

기업의 일반적인 현황을 파악하는 수준이었지 베끼거나 도용할 만한 영업 기밀이나 독보적인 기술 코드는 없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료 검토 후 사업성이 맞지 않다고 판단해 추가 자료 요청 없이 검토를 중단했다며 자신들은 이미 뮤직카우라는 업계 1위 파트너를 통해 충분한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어 루센트블록의 기술을 훔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은 향후 법적 공방으로 비화될 소지가 크다. 핵심 자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넥스트레이드가 인가 신청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루센트블록의 자료가 실제로 활용되었는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거대 기업을 상대로 기술 침해를 입증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종이 계획서가 7년 실적을 이기다?
두 번째 쟁점은 금융위원회의 심사 기준이다. 당장 인가 기준에 대해 루센트블록은 실적을, 금융위와 경쟁자들은 인프라를 강조한다.

천천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루센트블록은 50만 명의 이용자와 300억 원의 거래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4년간 단 한 번의 보안 사고나 전산 장애 없이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반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2년간 샌드박스로 STO 장내 시장을 운영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유통 실적이 0건이다.


넥스트레이드 역시 아직 법인이 설립되지도 않은 컨소시엄 단계로 실제 운영 경험은 전무하다. 허 대표가 어떻게 실체가 없는 종이 계획서(사업계획서)가 4년의 무사고 운영 실적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다.

다만 금융당국의 평가는 미래의 위험 관리에 방점이 찍혀 있다. 현재 50만 명 수준인 이용자가 향후 500만 명, 1,000만 명으로 늘어났을 때 스타트업의 서버와 보안 시스템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기존 증권사들과의 연동성, 자금 세탁 방지(AML) 시스템의 고도화, 그리고 만약의 사태에 투자자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자본력 측면에서 루센트블록은 절대적인 열세다.

심사위원들은 과거에 얼마나 잘했느냐보다 앞으로 터질지 모를 사고를 얼마나 잘 막을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채점표를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혁신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관료 사회의 전형적인 특성이기도 하다.


상생인가 끼워 팔기인가
넥스트레이드 컨소시엄의 구성도 논란거리다.

넥스트레이드는 자신들의 컨소시엄에 뮤직카우(음악 저작권), 스탁키퍼(한우), 투게더아트(미술품) 등 다수의 조각투자 스타트업이 참여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대기업이 독식하는 구조가 아니라 스타트업과 함께하는 상생 모델이라는 논리다. 안정적인 거래소 운영 능력에 스타트업의 혁신성을 더한 완벽한 팀이라고 자평한다.

'분노한' 루센트블록의 생각은 다르다. 이를 들러리 세우기 혹은 문어발식 확장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넥스트레이드가 주도권을 쥐고 스타트업들은 단순히 상품을 공급하는 하청 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심지어 루센트블록은 넥스트레이드와 한국거래소 컨소시엄이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신고 의무를 위반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자산 규모가 큰 기업들이 결합해 시장을 독점하려 할 때는 공정위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건너뛰고 금융위 인가를 먼저 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넥스트레이드 측은 아직 법인 설립 전 단계이므로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루센트블록은 이를 절차적 하자를 덮고 가는 특혜라고 비판한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이 싸움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두 집단의 충돌"이라며 "루센트블록은 우리가 시장을 만들었다는 기여도의 언어를 쓰고 있고, 금융당국과 대형사는 누가 더 안전한가라는 리스크 관리의 언어를 쓰고 있어 평행선을 달리는 것"이라 말했다. 나아가 "중재자가 되어야 할 금융위가 심판관으로서 특정 언어(안정성)의 손을 들어주는 순간, 공정성 시비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될 것"이라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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