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비틀쥬스> 대본 각색에 참여한 이창호 작가. CJ ENM 제공 |
100억년간 이승과 저승 사이에 끼인 사고뭉치 유령 비틀쥬스는 인간에겐 보이지 않는다. 죽도록 외로운데, 이미 죽어서 죽을 수도 없는 그가 푸념한다. “근데 같이 춤추고 노래하면 뭐해, 내가 같이 있는 줄도 모르는데. 왜? 내가 쌩지랄을 해도 날 보질 못해.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내가 투명하다는 거야. 그리고 투명하다는 게 어떤 거냐면…. 어, 저기 차은우다!” 멈칫하다 웃음을 터뜨리는 관객들. “이봐 이봐 이봐, 나 투명해졌지.”
뮤지컬 <비틀쥬스>가 한층 더 과감해진 웃음으로 4년 만에 돌아왔다.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1988년)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기상천외한 이야기와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이 ‘테마파크’에 온 듯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바바라·아담 부부의 집을 배경으로, 유령을 볼 수 있는 소녀 리디아와 그의 가족이 이사 오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세상에서 고립된 아웃사이더인 비틀쥬스와 리디아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번 재연은 코미디언이자 콘텐츠창작자로 잘 알려진 이창호가 참여해 ‘지금 한국의 웃음’을 담은 대사들이 객석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창호 작가는 “대본 작업 제안을 받고 처음엔 ‘깜짝 카메라’로 생각할 정도로 믿기지 않았고, 제안이 철회될까 봐 ‘백상아리가 피 흘리는 생선을 물듯’ 바로 하겠다고 했다”면서 “뮤지컬은 연기, 노래에 메시지까지 있는 매력적인 장르인데 <비틀쥬스>는 웃음까지 더해져 ‘한식부페’,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4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비틀쥬스>의 심설인 협력연출과 이창호 작가(왼쪽부터). CJ ENM 제공 |
협업의 계기는 이창호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뮤지컬 스타’ 콘텐츠였다. 특히 뮤지컬 <킹키부츠>의 드랙퀸 캐릭터 롤라를 패러디한 ‘쥐롤라’가 천만뷰를 넘기며 뮤지컬 업계의 관심까지 받게 됐다. 심설인 협력연출은 “<비틀쥬스> 원작이 미국식 코미디를 기반으로 하다보니 ‘한국화’가 필요했는데, 그의 코미디적 능력과 재치가 더해지면 신선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첫 만남부터 가발을 뒤집어쓰고 등장한 이창호가 심상치 않았다고 심 연출은 회고했다. 초벌 번역을 맡은 김수빈 번역가와 이창호가 속한 코미디 레이블 ‘메타코미디’의 대본 작업은 넉달 이상 걸렸다. 심 연출은 “비틀쥬스는 사람으로 살아본 적이 없다보니 어떤 행동이나 말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도 안되는 사회화가 덜 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며 “초연에선 한국 관객에게 낯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착하게’ 표현했다면, 이번 재연에선 ‘괴랄함’과 ‘괴기스러움’을 최대한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첫 대본 리딩 이후에도 코미디와 뮤지컬 호흡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작업은 계속됐다. “사람이든 집이든 실제 연배가 오래 됐어도 튜닝만 잘 하면 집도 저속 노화가 가능하다구요. 쭈글쭈글한 천장은 울쎄라로 쫙 펴주고 오래된 계단은 임플란트로 박아주고~” 이렇게 현재성을 담은 대사에, 배우들의 아이디어도 한몫했다.
비틀쥬스의 마지막 퇴장 장면에서 “안녕, 잔인한 인간 세상아! 다시는 만나지 말자”였던 초연의 대사가, 김준수 배우의 제안으로 인터넷 ‘밈’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이누야사>의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 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로 바뀌었다.
이 작가는 “무대에 설 때는 커튼 뒤에서 떨다가도, 막상 나가면 안 떨린다”며 “작가 시점으로 공연을 보니 막이 내릴 때까지 불안했고, 화장실 앞에 서서 계속 관객 반응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터질 것 같던 데서는 안 터지고, 생각 못 한 데서 터지는 경우가 많더라”며 “아무튼 웃음은 터지는 게 정답이라는 것만 배웠다”고 했다.
2021년 초연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비틀쥬스>는 첫 코믹 연기 도전으로 화제가 된 김준수, 초연에도 참여한 베테랑 정성화, 익살스러움이 돋보이는 정원영까지 제각각 매력의 비틀쥬스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CJ ENM 제공 |
뮤지컬 <비틀쥬스> 공연 장면. CJ ENM 제공 |
뮤지컬 <비틀쥬스> 공연 장면. CJ ENM 제공 |
뮤지컬 <비틀쥬스> 공연 장면. CJ ENM 제공 |
뮤지컬 <비틀쥬스> 공연 장면. CJ ENM 제공 |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