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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4년전 '히잡 시위' 넘겼지만…신정체제 47년만에 최대위기

연합뉴스 나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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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제재에 따른 생활고에 민심 분노…보름째 곳곳서 유혈 사태
트럼프 패권 공세 속 중동 정세 살얼음판…"하메네이 최대 갈림길" 진단
9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시위 모습. 온라인상에 오른 영상을 캡처한 것.[AP=연합뉴스 자료사진]

9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시위 모습. 온라인상에 오른 영상을 캡처한 것.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이란에서 경제난으로 촉발된 거리 시위가 신정(神政) 체제를 거부하는 분노로 번지면서 보름째 테헤란을 포함한 곳곳에서 피비린내 나는 유혈 사태가 번지고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종교 지도자가 최고 권력을 가지는 신정 체제를 구축한 이란에서는 그간 크고 작은 민심의 저항이 터져나왔지만 이번 시위는 특히 중동 정세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살얼음판 속에 불거진 것이어서 국제사회 또한 긴장 속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47년 신정 체제의 정점에 선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표면적으로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서방 전문가들은 그가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 구호에 둘러싸여 최대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래픽] 이란 반정부 시위 확산 현황(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이란 당국의 강경 진압에도 반정부 시위가 2주째 격화하는 양상이다.     circlem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그래픽] 이란 반정부 시위 확산 현황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이란 당국의 강경 진압에도 반정부 시위가 2주째 격화하는 양상이다. circlem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 경제난이 촉발한 시위…3년 전 히잡 반대 시위와는 달라

이번 시위는 그간 생활고에 시달리던 민심이 폭발하면서 '방아쇠'가 됐다는 점이 앞선 2009년이나 2022년 시위와는 차이가 있다.

2009년에는 당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재선으로 귀결된 대선 결과를 놓고 야권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지만 좌절됐고, 2022년 히잡 반대 시위는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를 불씨로 분노와 저항이 들불처럼 번졌다.


이와 달리 이번 시위는 지난달 리알화 가치 폭락을 계기로 그간 서방의 제재에 따른 물가 폭등, 생활고 가중에 시달리던 민심의 분노가 상인을 구심점으로 거리로 터져나왔다.

미 중앙정보국(CIA) 선임 중동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던 윌리엄 어셔는 "1979년 이후 이란 최대의 순간"이라며 "정권은 지금 매우 험난한 상황에 놓여 있고, 그 주된 원인은 경제"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12일 보도했다.

그는 "정권이 다시 통제력을 회복할 가능성은 좁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수단도 줄어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 정치 체제 변화를 요구하는 시위대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시위대의 구호가 단순한 경제난 해소가 아니라 정치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9일 테헤란 등에서 열린 시위 영상에는 1979년 이전 왕정 시기 이란 국가를 들고 있거나, 테헤란에서 대형 광고판에 왕정에 우호적인 문구를 스프레이로 쓰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슬람 혁명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에 이어 1989년부터 이란 권력의 정점에 있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직접 겨냥한 구호도 등장했다.

시위대가 외치는 "팔레비 왕조가 돌아올 것", "세예드 알리는 무너질 것"과 같은 구호는 그동안 신정체제의 철권통치 하에서 절대 금기로 통하는 것들로 알려졌다.

다만 팔레비 왕조 마지막 샤(국왕)의 아들로서 현재 미국에 망명 중인 레자 팔레비 왕세자가 온라인을 통해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시위대의 이 같은 구호는 왕정복고를 바란다기보다는 현 체제 타도를 위해 동원된 구호라는 해석이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네이트 스완슨 선임 연구원은 지난 7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글에서 팔레비 왕세자에 대해 "해외 거주 이란인 일부에서 열성적인 지지를 받으며 이란 내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는 매우 논쟁적인 인물이기도 하며, 2022년에 정권에 반대하는 해외 거주 이란인의 단결 시도가 무산된 데 대해 그의 지지자들이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 미 트럼프 정부의 커지는 개입주의

이번 시위는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를 맞아 점점 더 '개입주의' 성격을 드러내는 와중에 벌어졌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시위 초기인 2일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이란이 늘 그랬듯 평화 시위대에 발포해 폭력적으로 살해할 경우 미국은 그들을 구출하러 나설 것"이며 "우리는 완전히 준비된 상태이며 출동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미국이 이란 시위상황에 군사력 동원 등으로 직접 개입한 적은 없었다는 점에서 이 발언은 정치적 수사로 해석되기도 했지만, 트럼프 정부가 다음날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에 나서면서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워싱턴DC로 이동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군도 이 사안을 살펴보고 있다"며 "몇몇 강력한 선택지들을 살펴보고 있으며,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이란 정부가 미국에 협상을 제안해 왔다면서 "회담은 준비되고 있다"고 대화 가능성도 거론했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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