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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엔 시신·가족들 오열…이란 반정부 시위 왜 [디브리핑]

헤럴드경제 정목희,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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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경제난 항의시위 2주 넘게 전국 확산
리알화 10년새 45분의1 폭락…상인까지 거리로
‘실탄 사격’ 유혈 진압...사망자 2000명 넘을수도
거리엔 시신더미∙시위대 가족들 ‘통곡’
금기 깨고 “하메네이에 죽음을”…47년 신정체제 최대 위기
트럼프 “세게 때릴 것” 공습 검토...이란 “공격땐 미군기지 보복”
美상원 “이란공격땐 반미결집만 도울뿐” 회의론도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가 외곽에서 열린 이란 시위 운동 집회에 참가한 시위대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초상을 불태우고 있다. [EPA]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가 외곽에서 열린 이란 시위 운동 집회에 참가한 시위대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초상을 불태우고 있다. [EPA]



이란의 반(反) 정부 시위가 2주 넘게 이어지며 유혈사태로 치닫고 있다. 인터넷 차단 등으로 정확한 사상자 규모를 확인하기 어려운 가운데, 인권 활동가들은 사망자가 2000명이 넘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란이 47년간 이어온 신정체제(神政體制)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 속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군사 개입도 검토하면서, 이란 정부는 “공격땐 미군 기지를 때릴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국제정세에서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이 심지가 얼마 남지 않은채 타들어가는 다이너마이트가 됐다.

이란 반정부 시위 확산 현황

이란 반정부 시위 확산 현황



①식료품 물가 72%↑·리알화 10년새 45분의1 폭락=이란 내 유혈사태의 발단은 경제난이다. 이란의 리알화 환율은 이달 초 달러당 147만리알(시장 환율 기준)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5년 이란과 미국 등 서방 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타결됐을 당시 달러당 3만2000리알 수준이던 환율은 10년 만에 45배가량 뛰었다. 리알화 가치가 사실상 붕괴됐음을 의미한다.

리알화 가치 폭락은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타스님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란의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2.2% 상승했다. 유제품·음료·빵 등 식료품과 담배 가격은 전년보다 72% 폭등했다.

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는 가운데 시위대 근처에서 차량이 불타고 있다. [로이터]

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는 가운데 시위대 근처에서 차량이 불타고 있다. [로이터]



경제난을 해결하라며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이내 자유를 억압해온 신권정치를 규탄하기 시작했다. 반정부 구호로 이어진 이번 시위는 이슬람 보수주의를 지지해온 상인들이 주도하고 있어 과거 시위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 테헤란의 상인들은 지난달 28일부터 시장 문을 닫고 동맹 파업에 돌입했으며, 여기에 대학생과 시민들이 합세하면서 시위가 이란 전역으로 확산됐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중동 담당 분석가 디나 에스판디아리는 “이란 국민이 전반적인 좌절감과 피로감에 빠져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시위는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②실탄사용 폭력진압…사상자 2000명 넘을듯=이란 정부는 강경 진압으로 대응했다. 부패 척결, 정부 비효율 축소 등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을 제안해온 ‘개혁파’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조차 11일(현지시간) 방송 인터뷰에서 “국민의 우려를 해결해야 하지만, 폭도들이 사회 전체를 파괴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이 더 높은 의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강조했다.

이란 정부는 시위가 격화된 이후 인터넷과 전화 등 통신망을 차단해 정확한 현지 상황은 확인이 어렵다. 인권 활동가들의 분석이나 민간 위성 스타링크를 통한 영상 등에 따르면 이란 보안 당국은 군용 소총과 산탄총, 고무탄 등을 사용해 시위대를 진압했다. 아흐마드레자 라단 이란 경찰청장은 시위대를 향한 과격 대응은 “보수를 받지 않는 이란 적들의 병사들” 의 탓이라며 칼에 의한 부상이나 근거리 총격은 정부 당국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시위 현장을 담은 영상, 시위대가 교차로를 막고 있다. [AP]

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시위 현장을 담은 영상, 시위대가 교차로를 막고 있다. [AP]



인권단체들은 사상자 발생 규모에 대해 엇갈린 추산을 내놓고 있지만, 사망자가 2000명을 넘었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날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확인되지 않은 보고에 따르면 사망자가 2000명을 넘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활동가들은 이번 시위 사태로 인해 최소 538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사망자 규모로 500명을 추산하며, 지난 2주간 1만600명 이상이 구금됐다고 전했다.

이란 테헤란의 한 의료시설 밖에 시신들이 놓여 있다. [로이터]

이란 테헤란의 한 의료시설 밖에 시신들이 놓여 있다. [로이터]



③“하메네이에 죽음을”…47년 신정체제에 치명타=시위가 유혈사태로 격화되면서 47년간 절대권력을 이어온 신정체제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란은 종교지도자 하메네이가 ‘이란 이슬람 공화국 최고지도자’라는 공식 직함을 갖고, 군·사법·정보기관 등 국가 전반을 통치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시위에 가담하면 누구든 사형에 처하겠다며 시민들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지만, 시위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지난 10일 국영 IRIB 방송 연설에서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며 “일부 폭도들이 거리를 파괴하며 다른 나라 대통령(트럼프)을 기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는 한 남성이 “하메네이에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영상까지 확산되고 있다. 시위대 일부에서는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으로 축출된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 레자 팔레비의 귀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레자 팔레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위대를 지지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간 이란 반정부 시위가 여러차례 있었지만, 무너진 팔레비 왕조 복귀 요구를 내건 구호는 거의 없었기에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팔레비 왕조는 부패, 반대파 탄압 등으로 반발을 사, 축출된 바 있다. 때문에 뉴욕타임스(NYT)는 레자 팔레비 귀환 요구가 왕조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현 이란 정권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



④트럼프, 베네수 다음은 이란? 美, 군사개입 검토=이란의 유혈 사태가 심상찮은 수위까지 올라오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은 어쩌면 과거 어느 때보다 자유를 바라보고 있다. 미국은 도울 준비가 됐다”고 게시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이란에 행사할 수 있는 군사 타격 선택지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검토중인 구체적인 선택지에는 이란의 반(反)정부 세력 지원 강화, 이란 군사 시설에 대한 사이버 무기 사용, 추가 제재 부과 등의 방안이 있다.

미국의 이란 개입 시사는 베네수엘라 공습 직후에 나온 것이라, 무게감이 다르다. 여기에 줄곧 이란을 견제해온 이스라엘까지 가세해 이란에 대한 미·이스라엘의 군사 행동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AP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밤새 이란 문제를 논의했다. 개입 방식과 시기 등에 대해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자유를 위한 그들(시위대)의 투쟁을 지지하며 무고한 시민에 대한 대량 학살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페르시아(이란의 옛 이름)가 곧 독재의 멍에에서 해방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⑤이란 “美-이스라엘이 시위 조장…공격시 미군기지 보복” 긴장 최고조=이란은 미국이 무력을 동원해 개입하면 즉각 보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11일 의회 연설을 통해 “미국이 군사 행동을 감행할 경우, (이스라엘) 점령지와 미군 기지, 해상로 모두가 우리의 합법적인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는 사후 대응에 국한하지 않고 위협의 객관적인 징후에 근거하여 행동할 것”이라는 갈리바프 의장의 연설에 의원들은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이에 동조했다.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 시사에 대해 마두로 체포 이후 베네수엘라 석유 통제 계획을 언급하며 “한 국가의 대통령직을 뻔뻔하게 훔치고 그 나라의 석유를 노렸다고 말하는 사람은 당신들을 위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이란 정부는 이번 시위의 배후도 미국과 이스라엘이라 지목하고 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9일 레바논 방문 중 기자들에게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내 시위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며 “이들이 평화적 시위를 분열적이고 폭력적인 양상으로 전환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국영 매체들은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방화와 폭력 사태의 배후에 미국·이스라엘과 연계된 ‘테러 요원’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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