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주식시장이 시중 유동자금을 빠른 속도로 빨아들이고 있다. 최근 일주일 새 주요 은행 예치금이 24조원 넘게 빠져나간 반면,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 예금은 깨고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늘리며 끌어모을 수 있는 자금을 동원하는 모습이다. ▶관련기사 3·19면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7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총 649조631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674조84억원)과 비교해 24조3773억원 감소한 규모다. 불과 일주일 사이 24조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 이는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넘어서면서 예치금이 급감한 지난해 10월 한 달 감소 폭(약 22조원)보다 더 큰 규모다.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식 예금이나 급여통장처럼 언제든 인출이 가능한 자금이다.
연말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인상하며 이탈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정기예금 잔액은 902조5228억원으로, 지난해 말(939조2863억원)보다 36조7635억원 감소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정기예금은 국내 첫 종합투자계좌(IMA) 상품 출시와 연말 회계 결산을 앞둔 기업들의 자금 회수 등 계절적 요인이 겹치며 한 달 새 32조7034억원 감소한 바 있다. 새해 들어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일주일 사이 더 많은 자금이 은행을 떠난 것이다.
금리 하락 국면에도 은행권이 예금금리를 끌어올리는 움직임은 투자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수신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다는 방증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연 2.55~3%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기본 금리는 농협은행이 연 2.95%로 가장 높았고, 나머지 은행 4곳의 기본 금리는 연 2.05~2.85% 수준이었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3%대 예금 상품을 찾을 수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은행에서 빠져나간 자금 상당액은 증시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협회·코스콤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8일 기준 92조853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새해 들어서만 5조원 넘게 늘었다. 투자자 예탁금은 고객이 증권사 계좌에 맡겨 놓은 돈으로 역할을 한다. 통상 주식 투자 심리가 좋아질수록 규모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같은 날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28조1903억원을 기록하면서 나란히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은행권에서도 빚투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7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잔액은 105조1112억원으로, 지난해 말(104조9685억원)보다 1428억원이 늘어났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500선을 돌파하면서 빚투 열기가 고조된 데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신용대출로 자금을 돌리는 수요가 맞물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은행 예금은 빼고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해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카드론 증가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9개 카드사의 지난해 11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5529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1.14%(4778억원) 불었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했다가 코스피 4000 고지를 넘어선 10월부터 두 달 연속 증가세다. 10월은 전월 대비 0.57% 증가했고, 11월은 증가율이 더 높아진 상태다. 코스피 5000 돌파 기대감이 커지면서 증권사 신용공여뿐만 아니라 마통·카드론을 동원한 빚투 과열에 우려가 제기된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4639.89포인트로 전장 대비 1.17% 상승 출발한 뒤, 오전 장중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지수는 한때 4652.54포인트까지 상승, 장중 역대 최고치까지 경신했다. 기관과 개인이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461.3원으로 출발한 뒤 오전 11시 기준 전일 대비 0.15% 오른 1462.1원을 기록 중이다.
유혜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