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가운데)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민석(왼쪽) 국무총리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배석했다. [연합] |
정부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0%로 제시하며 저성장 탈출을 선언했다. 이는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주요 기관이 전망한 1.7~1.9%를 웃도는 수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6년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올해를 대한민국 경제 대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성장의 과실이 모두에게 돌아가도록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총지출 증가율이 2~3%대에 머물렀던 전임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에서 벗어나 8.1%의 확장 재정으로 경기 회복의 불씨를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인구 감소와 투자 위축으로 2% 아래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범국가적 전략 산업 육성에도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K-반도체 세계 2강 도약, 방위산업 4대 강국, 바이오산업 육성, 석유화학·철강 등 주력 산업 경쟁력 제고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인프라·기술·산업·인재 전 분야에서의 인공지능(AI) 대전환을 통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AI 전환(AX)과 녹색 전환(GX), 중국의 기술 추격,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 등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질서 속에서 더는 대응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이다. 20조원 규모의 한국형 국부펀드 설립을 통한 적극적인 국부 창출 방안도 포함됐다.
이번 성장전략에는 구조적 양극화 해소 과제도 담겼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를 만들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5극3특’ 체제로 상징되는 지방 주도 성장, 기회와 과실을 고루 나누는 ‘모두의 성장’, 안전이 기본인 지속 가능한 성장, 문화가 이끄는 매력적인 성장으로 양극화를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경기 부양만으로는 굳어진 생산성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
다만 강한 목표에 비해 정책 실행 수단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전략은 조직 개편 이후 예산 편성 권한이 없는 재정경제부가 마련한 첫 경제 청사진으로, 세제·정책금융·규제 개선 중심의 간접 유인책이 주를 이룬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재정 지출 확대에 더해 공공기관 투자와 정책금융을 통해 20조원 규모의 추가 자금 공급 효과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재정 투입의 지속성과 강도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직접 비교하기에는 시차가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이 보조금 지급 등 정부가 직접 시장을 창출하는 방식을 제시했던 것과 달리, 이번 전략은 세금 감면과 펀드·보증 등 간접 유인 정책에 무게를 실었다. 예산 편성권이 사라진 재경부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민간이 돈을 쓰도록 유도하는 설계자의 역할로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세제 지원, 산업 육성 대책, 제도 개선 등 상당수 정책이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상반기 성장 모멘텀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연간 2% 성장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만일 기획예산처가 더 깊게 참여했다면 ‘실탄’을 투입하는 향후 재정소요 추계와 단계별 이행계획이 더 구체화하면서 정책의 강제력과 속도감이 더해졌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이번 전략의 성패는 향후 기획처와 협업을 통해 얼마나 정책을 구체화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중장기 비전을 둘러싼 엇박자 우려도 제기된다. 재경부는 ‘광복 100주년, 2045 대한민국 경제 대도약’을 내걸었다. 올해 상반기 안으로 국가 의제를 발굴해 현 정부 안에서 경제 대도약으로 삼을 실행 계획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획처는 중장기 도전과제과 관련해 별도로 ‘미래비전 2050’ 연내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중장기전략위원회와 회의를 열고 2030년을 전후한 중기·장기 등 전략 목표를 수립해 추진과제를 정하기로 했다. 허나의 정부 안에서 2030년, 2045년, 2050년 등 목표 시점이 분산되면서 정책의 일관성과 예산 배분을 둘러싼 혼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중장기 정책의 실효성은 예산 배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자칫 한솥밥을 먹던 재경부와 기획처가 밥그릇 싸움을 한다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목표는 분명하지만 실탄과 타이밍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배문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