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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T 100장 준비한 MBK… ‘RCPS는 자본’ 입증해야 분식회계 혐의 벗는다

조선비즈 노자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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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홈플러스 점포의 모습. /뉴스1

서울시내 홈플러스 점포의 모습. /뉴스1



이 기사는 2026년 1월 12일 11시 0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등 MBK파트너스 최고위 임원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영장실질심사의 시작 시간은 당초 예정됐던 오후 1시 30분보다 3시간 30분이나 앞당겨졌는데, 그만큼 김 회장 등은 기각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파워포인트(PPT)만 약 100장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구속영장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외에 1조원 규모 분식회계 혐의까지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해 기업회생을 신청함으로써 사기회생죄를 저질렀다는 취지다. 이를 방어하려면 MBK파트너스 측은 홈플러스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부채에서 자본으로 변경한 것의 타당성을 입증해야 한다. 홈플러스가 상환권을 가졌다는 것 외에도 배당금 지급이 의무가 아니라는 점 등을 증명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 쟁점 복잡해 방대한 방어 논리 필요... 檢도 9개월간 공들여

12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김 회장과 김 부회장, 김정환 MBK파트너스 부사장, 이성진 홈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는 13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법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 등이 준비한 PPT는 약 100장 분량이다. 쟁점이 워낙 복잡한 만큼 방어 논리를 촘촘히 정리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심문 시작 시간을 앞당긴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앞서 지난해 4월 홈플러스 사건을 배당받은 이래 9개월가량 수사해 왔다. 주요 혐의는 형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다. 김 회장 등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 및 기업회생을 예상하고도 사채를 발행해 고의적으로 투자자들을 기망하고 손실을 끼쳤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한 검찰 고위직 출신 인사는 “법조계 일각에서는 수사 착수 이후 1년이 돼가는 만큼 마무리 수순 차원의 영장 청구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면서도 “중앙지검이 수사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검찰은 김 회장 등이 투자자들을 기망할 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의혹에 더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김 부회장·김 부사장·이 전무 등 3명에게 추가로 적용한 혐의가 1조원대 분식회계다. 재무제표의 핵심 지표를 인위적으로 개선해 재무위기가 덜 심각한 것처럼 ‘외관’을 만들고, 자금 조달과 회생 절차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이용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특히 홈플러스가 RCPS를 부채에서 자본으로 재분류해 부채 비율을 낮춘 것이 회계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가 토지 재평가를 통해 자산가치를 부풀린 정황도 의심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 RCPS 상환은 홈플러스의 ‘권리’... MBK “자본 분류 타당하다”

홈플러스의 분식회계를 주장하는 검찰 논리의 골자는, 과거 외부 투자를 받으면서 발행했던 RCPS가 본질은 부채임에도 부당하게 자본으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홈플러스가 2015년 투자를 유치했던 구조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7000억원 규모의 RCPS를 발행하기 위해 ‘한국리테일투자’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웠다. 프로젝트 펀드(MBK 2015의1호·2호)를 만들어서 RCPS 형태로 한국리테일투자에 7000억원을 투입하고, 한국리테일투자가 다시 RCPS로 홈플러스에 투자하는 이중 구조였다. 프로젝트 펀드 자금 7000억원 중 대부분인 5826억원을 국민연금이 댔다.

RCPS 투자자는 일반적으로 배당을 통해 수익을 지급받는다. 이자와 거의 같은 개념이다. 홈플러스 RCPS에 대해서도 2015~2018년 4개년에 걸쳐 배당이 이뤄졌다. 홈플러스가 한국리테일투자에 배당하고, 다시 한국리테일투자가 프로젝트펀드에 배당하고, 결과적으로 배당금이 펀드 출자자인 국민연금 등에 올라가는 구조였다.

투자자들은 매년 원금의 9%를 배당받도록 돼 있었다. 먼저 연 3%를 배당받고, 6%는 만기(2020년 10월) 혹은 상환일에 누적 배당 받는 식이었다. 즉 6%는 지급이 유예되는 만큼 원금에 가산돼 복리 효과가 발생하도록 설계했다.


이 같은 투자 구조는 지난해 2월 26일을 기점으로 변화를 맞았다. 한국리테일투자가 RCPS의 ‘상환권’을 홈플러스에 넘긴 것이다. 한국리테일투자가 갖고 있던 ‘상환요구권’이 홈플러스의 상환권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이는 한국리테일투자와 홈플러스 사이에 있는 RCPS 계약의 성격이 바뀌었다는 것을 뜻한다. K-IFRS에 따르면, RCPS는 상환요구권이 투자자에게 있으면 부채로 분류되는 게 일반적이다. 반대로 상환 여부를 발행사가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을 경우 자본으로 인식될 여지가 커진다.

당시 이 RCPS를 자본으로 변경한 이유에 대해 MBK파트너스 측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라고 설명한 바 있다. 어차피 해당 RCPS는 홈플러스의 인수금융이 전액 상환되고 회사에 배당가능이익이 있어야만 상환 가능한 상품이었다. 그런데 홈플러스는 2019년부터 순손실을 기록해 배당가능이익도 없었고 재무 사정 악화로 인수금융을 갚는 것도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에, 어차피 RCPS 상환은 어렵다고 판단한 MBK파트너스 측이 부채비율이라도 낮춰보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다만 부채에서 자본으로 바뀐 것은 홈플러스가 발행한 RCPS뿐이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한국리테일투자의 RCPS는 여전히 부채로 남아 있어, MBK파트너스는 국민연금의 사전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 배당 강제성 있으면 ‘전환가액 변동→보통주 수량 미확정→부채로 인식'

검찰과 MBK파트너스 간 시각 차이가 가장 크게 갈리는 지점은 바로 상환권을 어떻게 볼 것이냐에 있다.

MBK파트너스 측은 상환권이 발행사인 홈플러스에 있기 때문에 자본으로 분류하는 게 맞는다고 주장한다. 홈플러스 감사보고서에는 “당사의 RCPS는 상환에 대한 재량권을 당사가 보유하므로 현금 등 금융자산을 인도할 계약상 의무가 존재하지 않으며, 정해진 전환가격 당 고정된 수량의 자기지분상품을 인도할 계약상 의무가 있는 비파생금융상품”이라고 명시돼 있다.

반면 검찰은 RCPS의 배당 계약을 문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환권이 발행사인 홈플러스에 있더라도,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누적해 지급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부채의 성격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즉 ‘배당금 지급’의 의무가 살아있는 한 사실상 부채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법조계에서는 누적 배당 관련 계약 문구가 혐의 성립 여부를 가를 핵심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MBK파트너스 측은 해당 조항이 ‘향후 배당가능이익이 발생해 회사가 배당을 결정할 경우, 미지급분을 누적해 우선 지급한다’는 취지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해석이 받아들여진다면, 발행사인 홈플러스가 현금 지급을 회피할 재량이 있기 때문에 RCPS가 자본으로 분류될 여지가 크다.

반면 미지급분이 상환금액에 자동 가산되거나 특정 조건 혹은 시점에 현금으로 반드시 정산해야 하는 계약상 의무로 남아 있다면, 검찰 주장처럼 RCPS를 부채로 봐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을 수 있다.

홈플러스가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구조라면, 배당금 지급 여부에 따라 RCPS의 전환가액이 변동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전환되는 보통주의 수량은 확정되지 않기 때문에 RCPS를 부채로 봐야 한다는 게 검찰의 논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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