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배운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모든 원칙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AI 혁명이 일으킨 변화로 인해 ‘콘텐츠’의 세계가 완전히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 이메일, 슬랙 메시지, 마케팅 이미지, 소셜미디어 게시글, 블로그 글, 링크드인 프로필, 화상회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까지, 모든 커뮤니케이션에서 완벽함과 세련됨을 추구했다. 그런 표현은 전문성과 경험, 능력을 상징했다.
그러나 이제 완벽하고 매끄러운 표현은 오히려 ‘가치 없음’을 드러내는 신호가 됐다. 그것은 AI를 사용했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CEO 아담 모세리는 최근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한 발표에서 이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선언했다. 모세리는 인스타그램과 스레드(Threads)에 올린 글에서 “딥페이크 기술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으며, AI가 실제 촬영된 사진과 영상과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의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 피드는 온통 인공적인 이미지로 채워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모세리에 따르면 “AI는 ‘세련됨’을 싸구려로 만든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콘텐츠는 이제 만들기 쉬워졌고 소비하기엔 지루해졌다.”
또한 모세리는 “대중은 진짜처럼 느껴지는 콘텐츠를 원한다. 모든 것이 완벽해질 수 있는 세상에서 불완전함은 오히려 진정성의 신호가 된다. 거칠고 날것의 표현은 이제 단순한 미적 취향이 아니라, 현실과 가치를 증명하는 방식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메시지는 온라인 크리에이터를 위한 것이었지만, 모세리의 인사이트는 비즈니스 전문가에게도 똑같이, 어쩌면 그보다 더 깊이 적용된다.
오늘날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세계는 값싸고 매끈한 말과 이미지로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 AI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작성하더라도, 너무 완벽하게 다듬은 표현이라면 사람들은 그것이 당신의 말이 아니라 ‘챗GPT가 쓴 글’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이 시대의 이 세계에서는 모세리의 말처럼 “실제로 존재하고, 투명하며, 일관된 방식으로 신뢰와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만이 앞으로 돋보이게 된다. 더 많은 커뮤니케이터가 사고와 창작의 과정을 AI에 맡길수록 이 세상의 콘텐츠는 점점 더 획일적이고 평범하며, 차별성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에서 ‘나답게 말한다’는 것은 진정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개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직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통할 때, 획일적이고 얼굴 없는 AI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감과 가치가 오히려 높아진다.
이 원칙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 더욱 중요하게 적용된다. 대중은 점점 더 “보이는 모든 콘텐츠는 AI가 만든 것”이라고 가정하고, 그 결과를 싸구려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최근 맥도날드는 AI로 제작한 크리스마스 광고 ‘올 한 해 최악의 날(The Worst Time of the Year)’을 공개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광고 영상이 “이질적이고 부자연스럽다”, “불쾌하다”, “이해할 수 없다”라는 혹평이 이어졌고, 결국 맥도날드는 여론의 압박에 밀려 해당 콘텐츠를 삭제해야 했다. 이 사건은 기업의 평판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남겼다.
코카콜라는 2024년 11월과 2025년 11월, 두 해 연속으로 AI를 활용해 자사의 고전 광고 ‘휴일이 온다(Holidays Are Coming)’을 재현했다. 그러나 이들 광고 역시 “영혼이 없다”, “디스토피아적이다”, “창의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라는 혹평을 받았다. 자동차 전문 매체 잘롭닉(Jalopnik)은 광고 속 트럭이 60초 동안 무려 10가지 서로 다른 차축 구성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AI 광고에 대한 반응 절반은 완성도 자체에 대한 비판이었지만, 나머지 절반은 단지 “이 거대 기업이 AI를 사용했다”라는 사실 때문이었다고 본다. 대중은 AI를 ‘값싸고, 빠르고, 손쉬운 대체 수단’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시도는 코카콜라가 진정한 창의적 사고 없이 ‘대충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AI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콘텐츠를 외면하는 것은 비단 대중뿐만이 아니다.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도 ‘진정성의 신호’를 담은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노출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모세리는 메타 내부에서 “대량으로 손쉽게 생산되는 템플릿형 혹은 일반적인 AI 콘텐츠보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래도 AI를 사용하라, 다만 현명하게
챗GPT는 2022년 11월 30일 공개됐다. 그 후 3년 동안 사람들은 LLM 기반 생성형 AI가 마치 마법처럼 우리의 일을 대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하지만 이제 모두가 그 ‘마법’을 쓰게 되면서, 더 이상 그것은 마법이 아니게 됐다. 이제는 AI와 맺는 관계를 완전히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시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는 최근 블로그 글 ‘2026년을 내다보며(Looking Ahead to 2026)’에서 이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시했다.
나델라는 AI를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도구로 볼 것이 아니라 “인간 잠재력을 위한 발판(scaffolding)”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인간의 인지 능력을 확장하는 수단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AI를 “우리가 글을 쓰지 않아도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지 않아도 이미지를 만들고, 코드를 배우지 않아도 코드를 대신 써주는 도구”로 여길 것이 아니라, AI를 통해 글쓰기·창작·코딩에서 더 뛰어난 역량을 갖추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누구나 AI를 가지고 있고, 또 그것을 사용한다고 가정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의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은 ‘전적으로 AI가 생성한 것’부터 ‘AI의 개입이 전혀 없는 인간 중심인 것’까지 모두가 하나의 스펙트럼 위에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스펙트럼의 끝, 즉 인간적인 쪽에 가까운 콘텐츠일수록 수용자에게 더 큰 가치와 진정성을 전달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누구도 속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AI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일이 오히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신뢰와 신빙성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보자. 이번 칼럼을 작성하면서 필자는 3가지 AI 툴을 사용했다.
첫 번째는 마이마인드(MyMind)라는 툴이다. 지난 한두 달 동안 이 주제와 관련해 읽은 여러 자료를 이곳에 메모했다. 이 도구는 AI를 활용해 자동으로 내용을 분류하고 태그를 붙여 주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다시 찾을 수 있다.
두 번째로 카기 어시스턴트(Kagi Assistant)를 통해 제미나이 3 프로를 사용했다. (참고로 필자의 아들이 카기에서 근무한다.) 이 툴을 일종의 검색 엔진처럼 활용했으며, 마이마인드에 저장된 노트에서 인용한 아이디어가 언제, 어떤 기술 리더에 의해 언급됐는지를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줬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사용한 렉스(Lex)라는 워드 프로세서에는 AI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칼럼을 작성한 후, 어떻게 글을 개선할 수 있을지 AI에 조언을 요청했고, 그중 일부 제안이 유용하다고 판단해 약간의 수정을 더했다. 철자나 오탈자를 점검할 때도 이 툴을 활용했다.
AI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우리의 지식 수준과 기대치다. 지금 우리는 AI가 만든 콘텐츠가 값싸고, 손쉽게 만들어지며, 획일적이고, 지루하고, 낮은 가치를 상징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 모든 변화 속에서도 단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은 당신 자신이다.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점점 더 진실이 되어가고 있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낼수록 당신은 더 큰 가치를 지니게 되고, 다른 사람에게도 더 가치 있는 존재로 인식될 것이다.
그러니 꾸밈없이 자신을 드러내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표현하라. 그리고 완벽함과 세련됨에 대한 집착은 잊어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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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ke Elgan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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