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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 방중' 뒤에 남은 이재명 정부의 세가지 과제

프레시안 원동욱 동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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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욱 동아대 교수]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중국 국빈 방문은 상징과 언어의 외교였다.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리창 국무원 총리, 자오러지 전국인대 상무위원장을 잇달아 만난 이번 일정은, 중단과 경색의 시간을 지나 "2026년을 한중관계 전면 복원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분명한 정치적 메시지를 중국 측에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적어도 외교적 형식과 분위기, 그리고 상호 발화의 수위에서 이번 방중은 이전 정부 시기와 뚜렷이 구분된다.

이번 방중의 의미는 한국 외교의 변화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중국 역시 2026년을 세계질서 전환의 분기점으로 인식하며, 다극화된 국제질서 속에서 주변국 관계를 재정렬하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방중은 바로 이 중국 외교 인식의 변화와 정확히 맞물린 방문이었다.

1. 관계의 '복원'에서 '재규정'으로

이번 방중의 가장 분명한 성과는 관계의 성격 규정 자체를 바꿨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방중 기간 내내 '복원', '불가역적 흐름', '시대적 조류'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이는 한중관계를 더 이상 위기 관리나 갈등 최소화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고, 정치적 의지를 통해 재구성 가능한 관계로 상정했음을 의미한다.

리창 총리와의 회담에서 강조된 '민생'과 '평화'라는 키워드는 중국 외교 언어와의 접점을 정확히 짚은 선택이었다. 중국은 2026년을 '15차 5개년 규획'의 원년으로 설정하며, 국내 발전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정적인 주변 환경 조성을 외교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 맥락에서 중국은 한중관계를 미·중 전략 경쟁의 하위 변수로 격하시키기보다, 주변외교와 안정 관리의 틀 안에서 재위치시키려는 유인을 갖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 프레임을 정면으로 거부하거나 도전하기보다, 그 안에서 한국의 전략적 존재감을 복원하는 현실적 선택을 했다. 리창 총리와 자오러지 위원장이 공히 "전략적 인도", "정상 궤도 복귀", "새로운 단계"를 언급한 것은, 중국 역시 이번 방중을 단순한 의례 방문이 아닌 관계 전환의 출발점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개인적 신뢰의 언어가 가진 외교적 무게

이번 방중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장면은 개인적 신뢰와 친밀감을 강조하는 발화들이다. 샤오미 셀카 외에도 이재명 대통령이 리창 총리와의 세 번째 만남을 두고 "오랜 친구처럼 느껴진다"고 표현하고,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는 한국 속담을 인용한 대목은 우연적 수사가 아니다.

중국 외교에서 개인적 신뢰의 언어는 단순한 친교 차원을 넘는다. 그것은 향후 소통 채널의 안정성과 위기 관리 방식을 규정하는 정치적 자산이다. 특히 중국 지도부가 이번 회담에서 반복적으로 '坦诚沟通(솔직한 소통)'를 언급한 점은,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공개적 충돌보다는 비공개 조율과 관리의 공간을 열어두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는 한중관계가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사드 갈등 이후 반복되어 왔던 급격한 악화와 대화 단절의 악순환으로 회귀하지 않을 최소한의 안전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이번 방중의 실질적 성과를 평가할 수 있다.


3. 남아 있는 구조적 제약들

그러나 성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번 방중은 '분위기'와 '방향'을 설정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구조적 난제를 해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첫째는 한반도 문제다. 회담에서 '비핵화'라는 표현은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고, 대신 '평화', '안정', '실현 가능한 방안'이 강조됐다. 이는 중국이 더 이상 한반도 문제를 규범적 해결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불안정 관리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최근 인식 변화와 맞닿아 있다. 이 틀 안에서 한국이 어떤 주도권과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둘째는 미·중 경쟁이라는 구조적 제약이다. 중국 측은 이번 방중 과정에서 직접적 표현을 피하면서도 한국의 '전략적 선택'을 반복적으로 환기했다. 이는 협력의 제안이자 동시에 압박이다. 한중관계의 복원이 한미동맹의 약화로 오인되거나, 반대로 한미관계 관리 실패가 한중관계의 재경색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고도의 전략 설계가 요구된다.


셋째는 경제 협력의 실질성이다. '민생', '상생', '평등 호혜'라는 표현은 풍부했지만, 한국 기업과 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정성, 기술·공급망 협력의 구체적 틀은 아직 시험대에 오르지 않았다. 말의 외교를 정책의 외교로 전환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4. 선언 이후의 외교

이재명 정부의 이번 방중은 분명 성공적인 출발이었다. 그러나 외교는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번 방문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세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정상외교의 언어를 실무 협의와 제도적 소통 채널로 연결해야 한다.
둘째, 한중관계 복원과 한미동맹 관리 사이의 균형을 전략 차원에서 명료화해야 한다.
셋째, '불가역적 흐름'이라는 표현에 걸맞은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2026년을 한중관계의 '복원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진짜 평가는, 이 선언이 얼마나 오래 지속 가능한 구조로 전환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방중은 그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제 그 문을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이재명 정부의 다음 선택에 달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시진핑 국가주석 부부가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만찬 후 샤오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샤오미폰은 경주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시진핑 국가주석 부부가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만찬 후 샤오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샤오미폰은 경주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연합뉴스



[원동욱 동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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