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이 한창인 지난 7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니시안 엑스포에서 한 관람객이 캐나다 기업 누라로직스의 ‘장수 거울’을 체험하고 있다. 최민지 기자 |
동화 <백설공주> 속 왕비는 거울에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가까운 미래에는 거울에 던질 질문이 이렇게 바뀔지도 모른다. “거울아, 거울아. 나는 얼마나 늙었니?”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이 한창인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니시안 엑스포 D홀은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려는 이들로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캐나다 스타트업 ‘누라로직스’가 선보인 ‘장수 거울’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기자가 거울 앞에 서자 거울 상부에 내장된 카메라가 30초간 얼굴을 샅샅이 스캔하기 시작했다. 몇 초쯤 지났을까. 별 3개와 함께 스무 가지 넘는 지표가 거울 가득 띄워진다. ‘맥박수 94bpm’, ‘호흡수 6brpm’, ‘심박 변이도 30.7ms’…. 기자의 현재 건강·노화 상태를 담은 리포트다.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편이에요. 심박 변이도가 좀 낮은데, 오늘 전시 보느라 많이 걸었죠? 발이 피곤해서 그럴 거예요.”
도우미로 나선 누라로직스 관계자가 리포트 결과를 설명했다. 누라로직스에 따르면, 장수 거울은 건강 데이터 수백만 건을 학습한 인공지능(AI)이 얼굴의 미세한 혈류 변화를 포착해 현재 건강 상태는 물론 잠재적 위험까지 분석한다.
미국 기업 ‘비부’가 선보인 스마트 생리대. 생리혈과 각종 체액을 분석해 여성의 자궁 건강을 분석한다. CES 2026 혁신상 수상작이다. 최민지 기자 |
한국 기업 텐마인즈가 선보인 수면 솔루션 ‘AI 슬립봇’. 그냥 베고 자기만 하면 최적의 수면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다. 최민지 기자 |
의료에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헬스’는 CES 2026을 지배한 주요 트렌드 중 하나다. 현장에서는 건강·장수를 돕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 제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들 제품은 ‘웰니스’에 높아진 관심과 함께 관련 AI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보여줬다.
미국 기업 ‘비부’는 특별한 생리대를 선보였다. 평범한 생리대처럼 보이지만, 내부에는 센서가 들어있다. 센서는 생리혈과 각종 체액을 수집해 자궁 건강 상태를 분석한 뒤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결과를 전달한다. 결과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90초. 병원에 가지 않고도 여성 건강을 금방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으로, CES 2026 혁신상을 받았다.
잠을 잘 자게 해주는 ‘슬립 테크’(Sleep Tech) 제품도 눈에 띄었다. 한국 기업 ‘텐마인즈’가 내놓은 수면 관리 솔루션 ‘AI 슬립 봇’이 대표적이다. 별도의 웨어러블 기기 착용 없이 그냥 베고 자기만 하면 AI가 이용자의 호흡·움직임을 인식해 수면 패턴을 분석해주고 베개 높낮이를 자동 조절해 코골이도 멎게 한다. 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집안 여러 기기와 연결돼 조명·온도를 조절하는 등 ‘꿀잠’을 잘 수 있게 돕는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관리하는 중국 기업 펫킷의 AI 급식기. 최민지 기자 |
반려동물의 건강 및 장수를 위한 제품도 주목받았다. 중국 기업 ‘펫킷’은 AI 급식기를 선보였다. 이 급식기는 반려동물의 식사와 음수량 등을 파악해 건강 상태를 추적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먹지 않고 남은 사료는 자동 제거하고 꼼꼼하게 살균 처리를 한다. 삼성전자도 AI가 반려동물 사진을 분석해 슬개골 탈구 등 질병 여부를 알려주는 ‘스마트싱스 펫 케어 서비스’를 공개했다.
이번 CES 기간 내내 노화(Aging)와 기술을 합친 ‘에이지테크’ 관련 전시와 콘퍼런스가 펼쳐져 ‘저속노화’에 대한 열망이 곳곳에서 읽혔다.
다양한 디지털 헬스 제품이 등장하게 된 배경엔 역시 AI가 있다. 데이터를 클라우드 등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자체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가 가능해지면서 작은 기기 하나로 민감한 개인의 신체 정보를 수집 및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CES를 주최하는 소비자기술협회(CTA)는 디지털 헬스를 올해 주목할 만한 키워드로 꼽으며 “AI와 사물인터넷, 원격의료가 의료 서비스 제공 방식을 재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스베이거스 |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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