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방첩사령부 누리집 첫 화면에는 ‘최정예 군 보안·방첩부대 국군방첩사령부’라는 문구가 뜬다. 국군방첩사령부 누리집 갈무리 |
권혁철 | 통일외교팀장
12·3 내란사태에 앞장선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가 해체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방첩사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왔다고 하는데, 방첩사의 이 힘은 어디에서 나왔던 걸까.
방첩사의 공식적 주요 임무는 군사기밀을 보호하고(군사보안), 외국과 북한의 군 관련 정보활동을 찾아내고 이를 견제·차단하고(방첩), 군 관련 안보 사범 검거 및 외국 스파이를 차단하는(방첩 수사) 일이다. 방첩사가 올해 안에 해체된다고 하니, 일부에서는 방첩사 본연의 역할이었던 군사보안과 방첩, 방첩 수사 등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걱정한다. 이는 방첩사의 실제 본연의 역할을 몰라서 하는 기우다.
방첩사는 이승만 대통령 때부터 지금까지 보안과 방첩을 내세웠지만 본질은 정권 친위부대, 쿠데타 방지 부대였다. 방첩사의 공식 임무에는 없지만, 실제 핵심 임무는 ‘대전복 임무’와 ‘통수 보좌 임무’다. 대전복 임무는 쿠데타를 막는 것이다. 방첩사의 부대 성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쿠데타 방지 전담 부대’다.
이승만 정부 때 방첩사의 전신인 특무부대는 쿠데타를 막기 위해 군 내부를 감시했다.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사정부는 자기 같은 후배 군인이 또 나올까 봐 보안사령부(보안사), 기무사령부(기무사)를 시켜 군 내부를 더 철저히 감시했다. 1993년 김영삼 정부 이후 민간 출신 대통령들도 쿠데타 걱정을 떨칠 수가 없어, 기무사 등에 군 내부 감시와 견제를 계속 맡겼다.
이 과정에서 ‘통수 보좌’가 이 부대의 핵심 임무가 됐다. 통수 보좌는 대통령이 군 통수권을 원활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대통령의 눈과 귀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정권 친위부대를 자임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대통령을 향한 절대 충성이 부대 정신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군 내에서 방첩사의 힘은 막강하다. 이 힘은 군 인사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에서 나온다. 대령급 이상이 지휘하는 일선 부대에는 방첩사 요원이 상주한다. 일선 부대에 나간 방첩사 요원은 쿠데타 방지를 이유로 지휘관의 언행과 세부 동향을 꼼꼼하게 감시한다. 예전 보안사, 기무사 시절에는 지휘관의 통신을 24시간 감청해, 이들의 내밀한 사생활까지 손바닥 보듯 사찰했다.
방첩사 요원이 작성한 지휘관 동향 자료가 쌓여 방첩사의 인사 자료가 되고, 이 자료가 청와대에 들어가 군 인사 때마다 큰 힘을 발휘했다. 역대 모든 정권은 방첩사와 그 전신인 부대로부터 군 내부 동향과 인사 자료를 보고받았다.
진급과 보직에 민감한 지휘관은 방첩사 요원과 관계가 틀어지면 출셋길이 막히니 자신보다 계급이 훨씬 낮은 방첩사 요원에게 굽신거리는 ‘당나라 군대’ 같은 일도 벌어졌다. 예를 들어 소장급이 지휘관인 부대에는 방첩사 중령이 방첩부대장으로 상주하는데, 방첩사 중령이 부대 지휘관인 소장과 허물없는 친구처럼 지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국방부 ‘내란극복·미래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는 지난 8일 방첩사 해체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인사 첩보, 세평 수집, 동향 조사 기능 등 과거부터 문제로 지적됐던 기능들은 전면 폐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방첩사가 군 인사에 미치는 영향력을 원천 차단해, 방첩사의 존재감을 군 내부에서 지우려는 조처다.
군 내 보안과 방첩을 담당하는 부대는 세계 모든 군대에 있다. 하지만 선진 민주국가 군대의 보안·방첩부대가 군 인사에 개입하는 경우는 없다. 이들 국가에선 군사경찰 기능이 쿠데타 움직임을 범죄 측면에서 차단할 뿐, 쿠데타 방지 부대를 두는 경우도 없다. 쿠데타 방지 부대인 방첩사가 12·12 군사반란에 이어 12·3 내란사태 때도 ‘쿠데타 부대’로 둔갑했다. 방첩사가 존재 기반을 스스로 허물었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참에 방첩사가 발전적 해체를 통해 통수 보좌 같은 왕조시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진짜 `최정예 군 보안·방첩부대’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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