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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OECD 2배 넘는 韓 복제약 가격

이데일리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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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 기고
OECD 2배 넘는 한 복제약 가격
제약업계 약가제도 개편 반대 근거 부족
제네릭 난립, 리베이트에 R&D는 뒷전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 지난해 12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 5개 단체가 약가제도 개편안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문을 냈다. ‘제약산업의 근간이 흔들린다’며 개편안 시행을 유예하고 산업계와 협의할 것을 요구했다. 연간 3조 6000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구체적인 피해규모도 제시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

하지만 기자회견문에는 결정적으로 빠진 게 있다. 수십 년간 보호받은 전통 제약기업들이 세계적인 신약 하나 만들지 못했는가에 대한 답이다. 유한양행 ‘렉라자’가 유일한 후보인 수준이다.

제약업계는 ‘상위 100대 제약사 영업이익률이 4.8%에 불과하다’고 호소한다. 이 수치야말로 구조적 병폐의 증거일 수 있다. 이익률이 낮은 이유는 약가가 원인이 아니라 과도한 영업비용 때문이다. 기자회견문에 ‘판촉영업자(CSO) 종사자 약 4만 명’이라고 밝혔다. 신약을 만들어야 할 제약업계 전체 종사자 12만 명 중 3분의 1이 판촉영업 인력인 셈이다. 최근 5년간 14개 제약사의 852개 의약품이 불법 리베이트로 행정처분을 받았다.

최고 품질이라는 한국 복제약(제네릭)은 수출을 거의 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의 제네릭 약가를 받으면서도 남는 게 없다면 그 돈은 연구개발(R&D)이 아닌 리베이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방증 아닌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제네릭 난립이다. 동일 성분에 5개 정도만 경쟁한다면 적은 마진으로도 충분한 수익을 올리고 신약 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생긴다. 그러나 현실은 동일 성분에 수십 개의 제네릭이 난립하면서 수익이 분산되다 보니 의미 있는 R&D를 하기 어려운 구조다. 제약업계는 ‘기업 수익 1% 감소 시 R&D 활동 1.5% 감소’라는 연구를 인용했지만 수익이 분산되는 구조적 원인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본질적인 질문에 답을 해야 할 때다. 왜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로 난립한 제약회사 모두를 먹여 살려야 하는가. 동일 성분에 30~40개 제네릭이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이제는 품질과 가격 경쟁력 있는 회사만 살아남아야 한다.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합병하는 건 정상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한국 제약산업은 높은 약가와 리베이트로 비효율적인 기업들까지 연명하고 있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건보료로 충당한다.

2022년 캐나다 약가검토위원회에 따르면 한국 제네릭 약가는 OECD 평균의 2.17배다. 기자회견문은 ‘상장 제약사 R&D 비중 12%’를 내세우지만 글로벌 빅파마 평균(2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자회견에서 밝힌 ‘국산 신약 41개, 파이프라인 3233개’가 글로벌 신약이 되기 위해서는 국내 제약기업이 세계적인 제약사로 진화해야 한다.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에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지속 지원 내용이 있으니 신약을 만들려는 제약회사들은 좋아해야 하는 것 아닌가.


1만 4800명의 실직도 우려한다. CSO 4만 명 중 상당수는 리베이트가 사라지면 함께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건보료를 써야 할까.

‘의약품 공급 중단 147건’을 근거로 약가 인하가 공급 부족을 초래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또한 제약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리베이트 경쟁으로 시장을 유지하는 한 약가를 대폭 인상해 주지 않고서는 제약회사가 수요가 적은 제네릭을 생산할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 건강증진과 보건안보를 위해 제약산업 발전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발전의 기반이 건보료라는 점을 감안해 건전하고 지속 가능해야 한다. ‘산업계와 충분한 협의’를 요구하는 제약업계는 지난 25년간 협의의 결과가 지금의 기형적 구조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건보료를 비효율적 기업들의 연명 자금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경쟁은 없고 보호만 있는 산업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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