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ETRI 원장임기 종료에도 선임절차 없어
한의학연·NST도 답보상태… "과학기술계 홀대론"
출연연법 탄생 1년… "현장 실효성 떨어진다" 평가
과학기술 연구기관의 리더십 공백을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출연연법'이 탄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 실효성은 여전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원장의 임기가 지난해 12월 종료됐음에도 후임 기관장 선임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계 리더십 공백을 막기 위해 차기 기관장 선임기간을 의무화한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출연연법)이 신설된 지 1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모양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출연연법은 지난해 1월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같은 달 31일에 공포됐다. 출연연 원장의 임기가 끝나기 3개월 전에 차기 원장이 될 후보자를 공모하는 절차에 착수하도록 하는 법이다.
출연연 기관장 공백, 현재 상황 어떻길래/그래픽=김현정 |
그간 과학기술 출연연에서는 원장 임기종료 1년이 넘도록 후임자를 선임하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이같은 조직운영의 불안정성이 국가 R&D(연구·개발) 임무수행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부가 과학기술 리더십에 무관심하다는 '과학기술 홀대론'도 나왔다.
출연연 리더십 공백은 올해도 여전하다. 원자력연과 ETRI가 대표적이다. 현행법상 기관평가 종료 후 현 원장의 연임 가능 여부가 결정돼야 새 원장 선임절차에 들어간다. 두 기관은 지난해 평가를 마치고 결과지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앞서 공백상태인 출연연들의 원장 선임이 끝나지 않아 원자력연과 ETRI까지 줄줄이 밀렸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이하 한의학연) 원장 선임도 답보상태다. 한의학연 원장의 임기는 2024년 4월에 종료됐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두 번째 선임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득표기준을 충족한 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번번이 선임이 불발됐다. NST는 지난해 12월30일 또다시 초빙공고를 냈다. 한국뇌연구원장도 2024년 12월 임기가 끝났지만 신임 원장을 선임하지 못해 유임 중이다.
올해 한국전기연구원장, 한국화학연구원장 임기도 각각 1월과 3월 종료될 예정이어서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이들까지 줄줄이 임기를 넘겨 유임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KAIST(카이스트), 기초과학연구원(IBS) 등 주요 기관도 장기공백 상태다.
KAIST는 이광형 총장 임기가 지난해 2월에 끝났지만 3배수 총장 후보를 꾸린 상태에서 멈춰 있다. IBS는 노도영 전 원장이 임기를 마친 후 1년 더 유임했지만 결국 본 소속인 GIST(광주과학기술원) 교수 휴직기간을 넘기게 돼 지난해 12월 IBS 원장직을 퇴임하고 GIST로 복귀했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법안이 생겨도 정작 현장에 오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수년간 반복됐다. 이제는 기대도 하지 않을 정도"라며 "리더십 공백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과학기술계 홀대론은 잦아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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