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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년 만에 대이변… 6부 아마추어가 작년 우승팀 잡았다

조선일보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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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FA컵 축구 ‘언더독의 반란’
잉글랜드 축구 6부 리그 소속의 매클스필드FC가 10일 열린 FA컵 3라운드(64강전)에서 지난 시즌 FA컵 챔피언인 1부팀(프리미어 리그) 크리스털 팰리스를 2대1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매클스필드 미드필더 조쉬 케이(가운데)가 그라운드로 뛰어든 팬들과 함께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PA=AP연합뉴스

잉글랜드 축구 6부 리그 소속의 매클스필드FC가 10일 열린 FA컵 3라운드(64강전)에서 지난 시즌 FA컵 챔피언인 1부팀(프리미어 리그) 크리스털 팰리스를 2대1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매클스필드 미드필더 조쉬 케이(가운데)가 그라운드로 뛰어든 팬들과 함께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PA=AP연합뉴스


세계 최고(最古) 축구 대회 잉글랜드 FA컵에서 155년 역사상 첫손에 꼽힐 만한 이변이 나왔다. ‘파트타임’ 선수로 구성된 6부 리그 아마추어 팀 매클스필드FC가 10일 열린 FA컵 3라운드(64강)에서 작년 이 대회 우승팀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크리스털 팰리스를 2대1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팰리스는 선수단 몸값이 약 9000억원(5억2900만유로)에 이르는 반면, 매클스필드는 몸값 산정이 불가능한 아마추어들로 구성돼 있다. 팀의 주장이자 중앙 미드필더인 폴 도슨은 3년 전까지 고속도로 관리 직원으로 일했고, 이 경기 전날엔 택배 포장 아르바이트를 했다. 오른쪽 수비수 루이스 펀섬은 동네 체육관 사장이고, 센터백 샘 히스코트도 경기 전날 평소처럼 초등학교에서 파트타임 체육 교사로 수업을 진행했다.

/그래픽=양진경

/그래픽=양진경


두 팀의 전력 차이는 패장인 팰리스 감독마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할 정도로 현격했다. 하지만 경기는 누구도 예상 못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상대 공격을 막는 데 주력하던 매클스필드는 전반 43분 그라운드 중앙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팰리스 문전으로 길고 높게 찬 프리킥을 주장 도슨이 번쩍 뛰어올라 강력한 헤딩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팰리스가 추격에 나섰지만, 오히려 매클스필드가 후반 15분 골대 앞 혼전 상황에서 1골을 더 넣으며 2-0으로 앞섰다. 매클스필드는 후반 45분 스페인 국가대표 출신 예레미 피노에게 프리킥 골을 내줬지만, 2대1 승리를 지켜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5300명 규모 홈구장을 가득 메운 매클스필드 팬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들어 선수들을 헹가래치며 한바탕 축제를 벌였다.

매클스필드 선수들에게 이날 경기는 최근 불의의 사고로 숨진 팀 동료를 추모하는 의미도 있었다. 21세 공격수 이선 매클라우드는 지난달 원정 경기 후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결승골을 넣은 버클리-리켓츠는 “경기가 끝나는 순간 이선이 이곳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10일 영국 북부 매클스필드 소재 모스 로즈의 리징닷컴 스타디움에서 열린 매클스필드 타운과 크리스털 팰리스의 잉글랜드 FA컵 3라운드 경기 시작 전, 매클스필드 타운의 존 루니 감독(왼쪽)이 형이자 전 잉글랜드 대표팀 스타 웨인 루니(오른쪽)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10일 영국 북부 매클스필드 소재 모스 로즈의 리징닷컴 스타디움에서 열린 매클스필드 타운과 크리스털 팰리스의 잉글랜드 FA컵 3라운드 경기 시작 전, 매클스필드 타운의 존 루니 감독(왼쪽)이 형이자 전 잉글랜드 대표팀 스타 웨인 루니(오른쪽)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대이변을 이끈 매클스필드의 감독 존 루니(36)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골잡이로 활약한 웨인 루니의 친동생이다. 형과 달리 루니는 선수로서 성공하지 못했고, 2023년부터 매클스필드에서 선수로 뛰다 2025년 감독으로 부임했다. 이날 BBC 해설자로 경기를 중계한 웨인 루니는 “동생이 매우 자랑스럽고 그의 성과에 감격스럽다”고 했다.


FA컵 155년 역사에 6부 리그 팀이 1부 리그 팀을 이긴 건 매클스필드가 최초다. BBC는 “EPL 13위 팰리스는 5개 리그 아래 117계단이나 차이가 나는 팀에 패한 것”이라며 “최근 100년간 FA컵에서 아마추어가 프로 팀을 꺾은 것도 단 9번에 불과하다”고 했다.

작년 5월 창단 120년 만에 처음으로 FA컵 우승의 감격을 누렸던 팰리스는 체면을 구겼다. FA컵 역사에서 디펜딩 챔피언이 아마추어에게 패한 건 1909년 이후 117년 만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기적 같은 승리의 주인공이 바로 팰리스였다. 8부 리그 소속이던 팰리스는 첫 판에서 1908년 대회 우승팀 울버햄프턴을 꺾었는데, 한 세기를 훌쩍 넘겨 대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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