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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 떠나보내며 부른 ‘친구여’… 가왕 조용필의 남다른 추모 방식

조선일보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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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일 서울 공연 25곡 거뜬히 불러
더 딴딴해진 목소리… 2030도 환호
“친구여/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

1983년 가왕 조용필(75)의 5집에 실린 이 노래는 40여 년간 전 국민의 우정 찬가로 사랑받았다. 지난 10일 조용필이 서울 송파구 케이스포(KSPO)돔을 이 노래로 채울 땐 관객 1만여 명 머릿속에 한 사람의 얼굴이 찬가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생전 조용필의 절친이었던 배우 고(故) 안성기. 그는 2018년 인터뷰에서 “용필이 노래 ‘친구여’를 들으면 우리 세대의 정서와 우리들의 시간이 고스란히 느껴져 뭉클하다”고 했었다. 중학교 동창으로 60년간 깊은 우정을 나눈 두 사람은 1997년 KBS ‘빅쇼’ 때 이 노래를 듀엣하기도 했다.

윤수정 기자 10일 서울 송파구 케이스포돔(올림픽체조경기장) 단독 공연 중 조용필이 노래 ‘미지의 세계’ 순서에서 기타를 메고 전속 밴드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 최희선(오른쪽)과 듀엣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윤수정 기자 10일 서울 송파구 케이스포돔(올림픽체조경기장) 단독 공연 중 조용필이 노래 ‘미지의 세계’ 순서에서 기타를 메고 전속 밴드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 최희선(오른쪽)과 듀엣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조용필이 지난 9~11일 사흘간 무대에 오른 이곳은 지난해부터 이어온 전국 투어의 종착지였다. 9일은 특히 광주, 대구, 부산 등지를 거친 서울 공연의 첫날이자 안성기의 영결식 날이었다. 조용필은 지난 5일 안성기의 별세 소식 때 이번 서울 공연 연습 중이었고, 한걸음에 빈소로 달려가 추모했다.

가왕은 무대에서 친우를 떠나보낸 슬픔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2시간 15분간 흐른 25곡의 군데군데서 오랜 우정이 묻어나곤 했다. 공연의 문을 열어젖힌 ‘태양의 눈’(2003)이 그렇다. 발매 때 안성기가 출연해 국내 최초의 천만 영화가 됐던 영화 ‘실미도’의 장면을 뮤직비디오로 쓴 노래. 조용필이 공연 중 “이 노래 덕에 제가 알려졌다”며 관객 떼창을 유도한 ‘돌아와요 부산항에’도 안성기가 생전 애창곡으로 꼽았던 곡.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안성기가 직접 이 노래 한 소절을 불러보이던 장면을 떠올린 관객도 있었을 것이다.

70대 현역 가왕의 가창력은 여전히 탄탄했다. 조용필은 공연 초반 ‘태양의 눈’, ‘물망초’, ‘자존심’, ‘그대여’를 내리 부르고서야 “오늘이 벌써 아홉 번째 공연이자 새해 된 지 열흘째”라며 첫인사를 나눴다. “한 해란 개념은 누가 정해 놓은 것일 뿐 사실 시간은 구분 없이 흘러갈 뿐입니다. 나이 따위에 지지 맙시다!”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된 객석을 향해 그는 “다만 어떤 분은 80대까지 하라신다. 에이, 그걸 어떻게 하나. 여러분이 (기력 딸려) 못 오실 수 있다”며 폭소를 더했다. 이어 ‘기도하는~’으로 시작하는 ‘비련’을 부르자마자 객석이 “꺅!” 소리로 물들었다

지난해보다 더 진화한 듯, 안정된 창법은 청중의 귀를 홀렸다. 조용필은 지난해 “신보로는 마지막”이라며 발표했던 20집 타이틀곡 ‘그래도 돼’를 선보일 때 “솔직히 소리가 옛날 조용필이 아니다. 나름대로 내 현재 상태에 맞게 녹음을 해야 한다”며 노래 부르는 법을 좀 바꿨다고 먼저 털어놓았다. 이날 공연에선 이 노래뿐 아니라 ‘단발머리’ ‘고추잠자리’ ‘그 겨울의 찻집’ ‘킬리만자로의 표범’ 등 기존 대표곡 전반에 바뀐 창법이 스며들어 있었다. 예컨대 긴 호흡이 필요한 고난도 고음이나 가성을 유지하는 시간은 전반적으로 짧아졌지만, 절제된 고음을 필요할 때만 낭비 없이 꽂아 넣었다. 관록은 더 깊어졌고, 덕분에 음압을 꾹꾹 눌러 담은 카랑카랑한 음색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들렸다.


압권은 좀처럼 콘서트에 잘 올리지 않던 ‘고독한 러너’를 꺼냈을 때. 5분대 길이, 느릿한 중음이 반복되는 구조 탓에 라이브 공연에선 자칫 밋밋하게 들리기 쉬운 곡이다. 그러나 조용필은 단단하다 못해 딴딴한 소리로 섬세한 노래 감정선을 완벽히 소화해 감탄을 자아냈다. ‘미지의 세계’ ‘판도라의 상자’ 등 조용필이 로커 빌리(초기 로큰롤) 가수처럼 직접 기타를 매고 장장 거리는 독주를 선보인 노래들에선 장내 덩실덩실 춤추는 기립 관객이 속출했다.

이날 공연 예매 연령 비율은 10대 0.7%, 20대 19.1%, 30대 37.5%, 40대 13.5%, 50대 21%로 20·30대가 절대 다수였다. 부모님 티켓을 대리 예매해 준 경우도 있겠지만, 눈대중으로도 젊은 층 관객이 많이 보였다. 지난해 추석(10월 6일) KBS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에서 28년 만에 성사된 조용필의 TV 무대 출연 영향이 컸다. 현장에서 만난 관객 김민형(36)씨는 “TV보다 현장 콘서트 소리가 충격적일 정도로 더 좋다”고 했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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