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불호령을 들었다. 최근 품절 대란을 빚고 있다는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를 구해 오라는 지령을 완수하지 못해서다. 신혼여행 길에 경유한 두바이 공항에서도 두바이 초콜릿을 구하지 못해 핀잔을 들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도 두바이 파생 상품 때문에 곤욕을 치를 줄은 몰랐다. 아쉬운 마음에 연애 시절 자주 찾던 마들렌 가게를 검색해 보니, 거긴 이미 폐업하고 없었다. 분명 연애할 땐 아내가 마들렌을 손수 포장해 와서 선물로 줬는데, 유행 변화와 세월이 야속했다.
흔히 냄비 근성이라 비하되는 우리 사회 특유의 유행 급변을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냉정히 살피면 마냥 소모적인 것만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을 강타한 ‘불닭’ 열풍을 상기해 보자. 극도로 매운 닭 요리를 먹고 온 가족이 다음 날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게 정상인가. 자연스레 몇 년 지나지 않아 불닭 전문점은 대부분 간판을 내렸지만, 그 매운맛의 유산은 20년 뒤 ‘불닭볶음면’이라는 가공식품으로 계승되어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수출 효자 상품이 됐다. 지금의 20대는 불닭이라는 요리가 따로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불닭은 나름대로 이어진 거다.
비단 음식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술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더 흥미로운 사례도 있다. 1990년대 전 국민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무선 호출기, 일명 ‘삐삐’다. 휴대전화의 보급으로 삐삐는 멸종된 것 같지만, 실은 우리나라 카페에 버젓이 살아있다. 삐삐에 쓰이던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이 푸드코트와 카페의 ‘진동벨’ 기기로 진화해, 줄 서지 않고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한국만의 편의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삐삐가 유행하지 않았다면 특유의 진동벨 문화도 존재하기 어려웠을 테다.
흔히 냄비 근성이라 비하되는 우리 사회 특유의 유행 급변을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냉정히 살피면 마냥 소모적인 것만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을 강타한 ‘불닭’ 열풍을 상기해 보자. 극도로 매운 닭 요리를 먹고 온 가족이 다음 날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게 정상인가. 자연스레 몇 년 지나지 않아 불닭 전문점은 대부분 간판을 내렸지만, 그 매운맛의 유산은 20년 뒤 ‘불닭볶음면’이라는 가공식품으로 계승되어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수출 효자 상품이 됐다. 지금의 20대는 불닭이라는 요리가 따로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불닭은 나름대로 이어진 거다.
비단 음식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술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더 흥미로운 사례도 있다. 1990년대 전 국민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무선 호출기, 일명 ‘삐삐’다. 휴대전화의 보급으로 삐삐는 멸종된 것 같지만, 실은 우리나라 카페에 버젓이 살아있다. 삐삐에 쓰이던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이 푸드코트와 카페의 ‘진동벨’ 기기로 진화해, 줄 서지 않고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한국만의 편의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삐삐가 유행하지 않았다면 특유의 진동벨 문화도 존재하기 어려웠을 테다.
두바이 초콜릿의 인기가 식은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변종인 두쫀쿠가 등장하는 걸 보면, 유행 교체 주기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공급자들에겐 피 말리는 경쟁이겠지만, 소비자는 나쁠 게 없다. 전 세계 유행을 흡수해 가장 한국적인 형태로 가공해 내는 문화적 혼종화(hybridization)가 실시간으로 일어나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빠르게 누릴 수 있어서다. 게다가 이 치열한 전장(戰場)에서 살아남은 것들은 결국 ‘K-푸드’라는 이름으로 세계로 나가기까지 한다. 그러니 유행을 좇는 문화를 너무 가볍게만 보지 말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변주해 내는 우리 사회 특유의 기질적 혁신이라 봐야 하지 않을까. 두바이에 두쫀쿠를 수출할 날을 기다려 보자.
[박한슬 약사·'숫자한국'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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