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고를 졸업하고 2019년 KIA의 2차 1라운드(전체 10순위) 지명을 받은 홍원빈은 오랜 기간 ‘미완의 대기’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건장한 체격에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매력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제구가 문제였다. 2023년 퓨처스리그(2군) 20이닝에서 4사구가 25개, 2024년 1⅓이닝에서는 4사구가 무려 13개였다. 좀처럼 스트라이크가 들어가지 않아 경기 진행이 되지 않는 경우가 꽤 많았다.
그러나 KIA는 홍원빈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았다. 시속 150㎞ 이상의 빠르고 힘 있는 공을 던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2025년 시즌을 앞두고는 1군 스프링캠프에 전격 합류하기도 했다. 지금의 실적이 있어서가 아닌, 앞으로의 미래를 본 투자에 가까웠다. 이범호 KIA 감독도, 선배들도 “힘 있는 공을 던진다”며 홍원빈을 격려했다. 지난해에는 꿈에 그리던 1군 무대에도 데뷔했다.
그런데 갑자기 은퇴를 한다고 하니 주위에서는 만류하는 게 당연했다. 성실하게 야구를 했던 선수고, 아직 20대 중반에 군 복무까지 다 해결한 선수였다. 구단이 은퇴를 등 떠미는 것도 아니고, 방출 명단에 들어간 것도 아닌데 스스로 야구를 접은 것이다. KIA는 계속 설득했지만 홍원빈의 뜻이 너무 확고했고, 끝내 선수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 당시 KIA 내부에서도 아쉬움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미국을 대표하는 야구 아카데미로 우리 선수들도 많이 찾는 곳인 ‘트레드 애슬레틱’은 지난 10일(한국시간) SNS를 통해 시설 내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홍원빈이 힘차게 공을 던지는 모습이 포착돼 국내 팬들에게 큰 관심을 모았다. 포수 뒤 스피드건 측정기에 구속이 찍혔는데 최고 97.4마일(156.7㎞)가 찍혀 나오기도 했다. 전력을 다해 던졌다는 의미다.
‘트레드 애슬레틱’은 간혹 꼭 선수가 아닌, 코치들이나 다양한 인사들의 투구를 영상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재미의 요소다. 선수들도 즐거워한다. 하지만 홍원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관계자들이 지켜보며 묵묵하게 홍원빈의 구위를 체크했다. ‘트레드 애슬레틱’ 또한 “홍원빈은 평균 구속이 90마일 후반에 형성됐고, 80마일 후반대의 자이로 슬라이더, 90마일 중반대의 싱커, 80마일 초반대의 커브를 던졌다”고 소개했다.
KIA는 이 영상을 확인한 뒤 다소간 당황한 눈치다. 현역을 접고, 공부를 한다고 미국에 간 선수가 갑자기 공을 다시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시속 150㎞대 중반의 공이 나온다는 것은 그간 홍원빈이 공을 놓지 않고 꾸준하게 훈련을 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홍원빈은 현재 임의탈퇴 신분이다. 일단 1년은 KIA든 어디든 KBO리그에서는 공을 던지지 못한다. 임의탈퇴로부터 1년이 지난 뒤 KIA로 돌아갈 수는 있다. 아직 먼 이야기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다시 현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KIA 복귀가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다. KIA가 1년 뒤 임의탈퇴를 풀고 타 구단 이적을 허락할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미국에서 뛰려고 해도 임의탈퇴 신분이라 KIA와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단 KIA는 홍원빈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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