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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샤오미, 마오타이, 그리고 판다

조선일보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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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만찬 후 샤오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만찬 후 샤오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과 중국은 베이징에서 ‘샤오미’와 ‘병어’를 주고받은 셈이다. 중국은 기술 수출을 원했고, 한국은 원물을 대륙에 팔고자 했다. 지난 5일 회담에서 한중 정상은 관계 복원 선언과 함께 뒤바뀐 양국 ‘등가 교환’ 공식을 확인했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주목받은 장면은 ‘샤오미 셀카’였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는 만찬 직후 시진핑 주석 부부와 함께 작년 11월 경주 정상회담 때 선물로 받은 샤오미 스마트폰으로 기념 촬영을 했다. 한때 ‘대륙의 실수’로 불리던 샤오미는 이제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중국 첨단 기술의 상징이자 얼굴이 됐다.

중국의 달라진 의중은 회담 배석자 구성에서도 엿보였다. 과거 중국 측 배석자들은 외교·안보 라인 중심이었지만, 이번엔 경제·기술 라인이 전면에 섰다. 국가발전개혁위(거시경제)·상무부(무역·공급망)뿐 아니라 과기부·공신부 수장까지 이례적으로 함께했다. 이 대통령 일정에 초대된 중국 기업 대표단엔 TCL(가전), CATL(배터리), 텐센트(게임) 등 첨단 기업이 포함됐다. 반면, 한국이 이번 회담에서 얻은 경제 성과는 전략 물자 공급망의 ‘안전핀’인 한중 상무장관회의 정례화와 냉장 병어 등 수산물·농축산물의 대(對)중국 수출 허용·확대에 그쳤다. 이마저도 중국이 일본을 겨냥해 희토류(6일)와 수산물(작년 11월) 금지 조치를 내놓은 국면에서 받은 어딘가 ‘불안한 선물’이다.

시진핑은 과거 한국 대통령 국빈 방중 때 내놓지 않던 초(超)고가 바이주 마오타이를 이 대통령에겐 대접했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 방중 만찬주로 장위 와인,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 방중 당시엔 장위 와인에 샤도네이 화이트와인이 더해진 것과 대조된다. 마오타이는 중국의 커진 경제력을 과시하고, 한국이 대만 등 의제에서 중국에 협력하면 최고의 보상을 제공할 것이란 메시지로 읽힌다. 시진핑이 ‘베이징 짜장면’을 이 대통령에게 권한 장면 또한 ‘중국 룰’을 받아들이라는 은근한 신호처럼 다가온다.

정상 간 대화에서 판다·축구·바둑 등 지나치게 소박한 주제들이 나열된 것도 한중 사이 레드라인이 늘고 민감 의제가 많아진 현실을 보여준다. 한국이 기대하는 문화 교류의 핵심은 K팝과 한국 드라마·영화의 중국 시장 전면 진출인데, 관심이 덜한 소재들이 그 중심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조기 방중을 통해 대북 대화의 돌파구를 기대했지만, 중국 측 발표문엔 북한 문제가 빠졌다. 2013·2017년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직후엔 빠짐없이 비핵화가 언급됐다.

결국 이번 회담에서 샤오미는 한국을 앞질러 기술 강국이 된 중국의 위상을, 마오타이는 경제를 외교와 묶어 움직이는 중국의 전략을, 판다는 한중 교류의 폭이 좁아진 현실을 연상케 한다. 달라진 중국을 상대해야 하는 한국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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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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