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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1526] 팔란티어와 제갈공명

조선일보 조용헌 동양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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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의 ‘마두로(馬頭路)’가 수갑 차고 잡혀가는 모습을 보면서 지난번 칼럼에서 다룬 ‘빅테크 용(龍)’ 가운데 하나인 팔란티어가 떠올랐다. 팔란티어는 ‘전투 작전 소프트웨어’를 파는 기업이다. 미국 국방부가 주요 고객이다. 이번 작전에도 팔란티어가 ‘AI 소프트웨어’를 전투에 제공하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팔란티어는 제갈공명의 역할이다. 제갈공명은 한자 문화권 최고의 전투 교과서이자 작전 교과서인 ‘삼국지’의 주인공이자 도사에 해당한다. 공명의 장인이었던 황승언, 사람의 능력을 간파하기로 유명했던 수경선생 사마휘 같은 사람은 당대의 도사들이었다. 공명은 이러한 도사 그룹의 영향을 받고 성장한 인물로 봐야 한다. 최고 수준의 도사는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사(人事)를 꿰뚫는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타이밍, 지리적 상황, 그리고 주요 인물들의 능력을 꿰뚫는 것이다. 즉 각기 따로 놀 수 있는 여러 분야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스템화하는 능력이다. 전쟁에서는 시스템화가 어려우면서도 승패의 관건이라고 본다.

삼국지의 ‘적벽대전(赤壁大戰)’을 예로 들어 보자. 천시인 타이밍은 동남풍이 언제 불어올 것인가를 예측하는 일이다. 지리(地利)는 육지의 전투가 아니고 강물에 수백 척의 배가 밧줄로 묶여 있는 해전이었다는 점이다. 밧줄로 묶여 있는 배를 불로 공격한다는 화공(火攻)이 지리적 이점에 해당한다. 인사는 공명 자신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관건은 동남풍이었다. 이걸 어떻게 미리 알고 있었을까? 아니면 진짜로 공명이 하늘에 기도를 해서 생겨난 바람일까?

공명은 일급 도사들 사이에 유통되던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다고 여겨진다. 그 데이터는 주역의 18번째 괘인 ‘산풍고(山風蠱)’ 괘였다. 이 괘의 제일 첫줄에 ‘선갑삼일(先甲三日) 후갑삼일(後甲三日)’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암호로 되어 있는 문구였다. 이 암호를 풀면 갑자(甲子)일의 사흘 전부터, 또는 사흘 후까지 동남풍이 불어온다는 의미였다. 공명은 이 데이터를 알고 동남풍이 불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적벽대전에서는 갑자일(甲子日)부터 바람이 불었다고 되어 있다. ‘갑자기(甲子起)’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팔란티어의 AI 소프트웨어가 항공모함, 미군 전투기 150여 대, 미사일, 베네수엘라의 전력망, 국방, 정보 네트워크, 드론 조종, 마두로의 동선, 철갑 방어벽 등을 모두 시스템화했다고 본다. 수천 개, 수만 개로 파편화되어 있는 다차원적 요소를 서로 연결해 하나의 유기체로 작동시키는 게 팔란티어의 전쟁 소프트웨어 아닌가 싶다.

[조용헌 동양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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