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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판 정치화·사법부 조롱 끝에 연기된 ‘尹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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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등 사건 재판과 관련해 엊그제로 예정되었던 1심 결심공판이 이례적으로 연기됐다. 윤 전 대통령을 기소한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구형도 당연히 이뤄지지 못했다. 내란 혐의로 윤 전 대통령과 나란히 재판에 넘겨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이 ‘서류 증거(서증) 조사’라는 명목 아래 지연작전을 펴며 공판이 12시간을 넘겨 밤늦게까지 이어진 탓이다. 오죽하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이 의사 진행 방해 수단으로 흔히 쓰는 필리버스터에 빗대 ‘법정 필리버스터’라는 지적까지 나왔겠는가.

재판에서 고의로 시간을 끄는 행위는 스스로 불리하다고 여기는 측이 흔히 쓰는 수단이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의 경우 2004년에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를 주도한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단이, 2016∼2017년에는 국회 탄핵소추를 당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이 그렇게 했다. 하지만 헌재는 아랑곳하지 않고 변론을 종결한 뒤 결정을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도 재판 지연은 피고인에게 불리하다는 점을 잘 알 것이다. 재판부도 이날 “피고인들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이런 방법을 동원한 것은 법리와 무관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밖에 달리 평가할 길이 없다.

이날 공판에서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이 보인 행태는 누가 봐도 이른바 ‘윤 어게인’으로 대표되는 윤 전 대통령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것이었다. 재판을 정치화함으로써 12·3 비상계엄 선포는 불가피했다는 논리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공판이 길어지자 피고인석의 윤 전 대통령은 변호인과 대화하며 웃거나 꾸벅꾸벅 조는 모습까지 보였다. “속도를 내 달라”는 특검팀의 요청에 김 전 장관 변호인은 “혀가 짧아 빨리하면 혀가 꼬인다”고 응수했다. 이쯤 되면 사법부 권위를 대놓고 무시하며 조롱한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는 내일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 내란 사건 피고인들 결심공판을 다시 열기로 했다. 재판부는 앞선 공판을 반면교사로 삼아 재판을 정치화하고 사법부를 조롱하려는 행태에 경종을 울려야 할 것이다. 혐의와 무관한 장광설이나 늘어놓는 법정 필리버스터는 소송 지휘권 발동으로 엄격히 대응해야 한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에게도 ‘거대 야당을 겨냥한 경고성 계엄’이란 궤변을 거두길 촉구한다. 이번 공판이 1심 선고 이전에 12·3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할 ‘마지막 기회’란 점을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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