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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산업 민간 자율 구조조정 한계…정부 주도 신산업정책으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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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석화·배터리 등 공급과잉
산업연구원 “죄수 딜레마 빠져”
철강·석유화학·배터리 등 국내 주력산업 분야의 글로벌 공급과잉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현재 추진 중인 민간 중심의 자율 구조조정을 정부 주도 신산업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11일 ‘주력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신산업정책의 필요성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주력산업의 과잉공급 국면은 전형적인 ‘죄수의 딜레마’ 양상이라고 진단하며 이같이 밝혔다.

죄수의 딜레마는 미국 경제학자 존 내시가 만든 게임이론 중 하나로, 게임 참가자들이 협력할 때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데도 결국 각자의 이익만을 좇아 모두에게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석화·철강·배터리 등 기업들이 이로 인해 선제 대응이 미비했고, 세계 경기 회복 이후 수요 증대를 바라보며 버티다가 사업 재편 적기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중국발 과잉공급에 따라 기업들 모두 구조조정 필요성을 인식했는데도 과잉설비를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실제 석화·철강·배터리 산업의 생산능력 대비 가동률은 각각 2021년, 2016년, 2023년부터 급격하게 떨어진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과잉 공급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현재 ‘선 민간 자구, 후 정부 지원’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딜레마가 해소되지 않았고, 통폐합이나 설비 감축에 나설 유인도 충분치 않아 구조조정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


보고서는 제도적 불확실성도 구조조정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봤다. 설비 감축이나 통폐합 논의를 하려면 생산능력, 가동계획, 원가와 수익성 등 민감 정보의 교환이 불가피하지만 공정거래법은 이를 ‘경쟁 제한성 위반’으로 해석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들이 담합·기업결합 등을 통해 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질서를 왜곡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말한다.

특히 규제 당국이 시장 범위를 국내로만 할지 해외로 넓힐지도 불확실해 국내 자율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M&A) 관련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봤다.

보고서는 “국내 주요 제조업은 내수 기준으로는 독과점 구조에 가깝지만, 글로벌 기준으로는 점유율이 미미하다”며 “(기업들의) 실제 경쟁이 세계 시장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사업재편과 관련해 기존의 소극적 사후 승인 방식을 벗어나 선제적으로 사업 재편 대상을 발굴하고 참여를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제 안보 관점에서 산업·경쟁 정책을 연계해 신속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경쟁 제한성 판단 지침을 명문화하는 등 규제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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