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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마코 루비오, MAGA 정부의 네오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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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재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이 어느 날은 러시아에 유리했다가 다음날은 다시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전개되는 이유 중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인사들의 성향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J D 밴스 부통령이 친러시아라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의 우군이다. 친러 인사들이 러시아 입맛에 맞게 만든 28개 조항 평화협정안이 우크라이나 의견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대폭 수정된 것도 루비오 작품이었다. 우크라이나를 상대할 때의 루비오는 세계가 미국에 기대하는 것, 즉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수호자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중남미 정책을 밀어붙일 때 루비오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그는 이달 초 벌어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작전의 설계자다. 마두로가 부정선거로 3연임하고 반대자들을 탄압했더라도 제3국이 군을 투입해 주권국가의 대통령을 생포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다.

우크라이나에 따뜻한 루비오와 마두로를 잡아들인 루비오 사이에는 사실 모순이 없다. 그는 고립주의를 좋아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보다는, 전 세계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이식하는 게 미국의 도덕적 의무라고 믿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에 가깝기 때문이다. 루비오에겐 러시아나 베네수엘라나 민주주의를 짓밟은 권위주의 국가들이다.

루비오가 독재와 공산주의에 대해 품고 있는 증오는 역사가 깊다. 그의 부모는 피델 카스트로가 쿠바 혁명에 성공하기 3년 전인 1956년 쿠바에서 미 플로리다주로 이주한 반공 성향 이민자다. 플로리다에서 나고 자란 루비오는 정계에 입문하면서 자신을 “사악한 독재자” 카스트로와 그 후계자의 원수로 규정했다. 플로리다에는 쿠바·베네수엘라 혈통의 반공 성향 주민이 200만명 이상 살고, 그중 상당수가 공화당 지지자다. 이런 환경에서 루비오는 쿠바 공산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을 필생의 목표로 추구하게 된다.

미국이 쿠바를 지원한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을 공격한 것도 루비오의 큰 그림과 무관하지 않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벤 로즈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쿠바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은 루비오 정체성의 핵심”이라며 “쿠바 이민자들 사이에는 베네수엘라가 무너지면 쿠바가 도미노처럼 쓰러질 것이라는 신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루비오도 2019년 인터뷰에서 쿠바 정권 약화는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의 “부수적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루비오는 오래전부터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시도해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9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후안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승인해 마두로를 견제하도록 했고, 과이도가 군을 움직여 쿠데타를 시도하게 했다. 당시 루비오는 이 작전을 구상하고 트럼프를 설득해 실행에 옮기도록 했지만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 후 7년 만에 루비오는 마두로 축출 목표를 이뤘다. 하지만 그의 앞에 쿠바로 가는 탄탄대로가 놓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단 미 행정부 내 기류가 그가 원하는 대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 그는 마약테러 근절, 석유 이권 확보 등 트럼프가 흥미를 느낄 만한 논리를 동원해 행정부를 움직이는 데 성공했으나 마가 이념을 주창한 트럼프는 루비오와 근본적으로 다른 부류다.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고 마두로 측근들에게 권력을 맡긴 것만 봐도 그렇다. 2년 전 루비오가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던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트럼프의 구상에서 배제됐다.

특히 루비오가 마가 정부의 장관인 만큼 마가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스티븐 배넌, 로라 루머, 터커 칼슨 등 마가 논객들은 미국의 해외 개입을 혐오하며, 루비오를 네오콘이라고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백악관에 이들의 입김이 작용한다면 루비오는 힘을 잃을 수 있다.

베네수엘라가 얼마나 신속하게 안정을 되찾을지는 루비오의 앞날을 결정할 또 다른 변수다. 향후 과도정부와 군부, 친정부 준군사조직, 야권 간에 권력투쟁이 벌어져 혼란이 확산한다면 루비오는 ‘벌집’을 들쑤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쿠바가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기도 전에 베네수엘라라는 수렁에 빠질 수 있다. 남의 나라 정권 교체는 함부로 도모하는 게 아니라는 역사의 교훈을 우리가 또다시 확인하게 된다면 이는 루비오 개인에게도, 베네수엘라에도 비극이 될 것이다.


최희진 국제부장

최희진 국제부장

최희진 국제부장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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