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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트럼프식 공영방송 죽이기, 윤석열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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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영방송의 자금을 지원하는 법정 민간 기구 CPB(Corporation for Public Broadcasting)가 지난주 해산을 발표했다. 공화당 다수인 미 의회가 이 조직에 대한 2026·2027년도 두 해 동안의 예산 지원을 중단해 벌어진 일이다. CPB는 그간 국가 지원금을 지역 공영방송사 1500여개에 분배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들 공영방송사는 대학교나 시민단체 등이 소유한 비영리 조직으로서 주요 재원이 기부금이며, 이것들이 연합해 방송하는 것이 PBS 텔레비전과 NPR 라디오다. PBS는 고품질 뉴스는 물론 <세서미 스트리트> 등 어린이 프로그램으로도 유명하다. NPR은 뉴스·시사가 인기며 한국 가수 박재범과 BTS도 출연한 바 있는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 등 유튜브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공화당은 오랫동안 PBS와 NPR의 ‘진보적 편향’을 주장하며 의회 다수가 될 때마다 예산 삭감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예 CPB 지원 금지를 요구하며 이에 찬성하지 않는 공화당 의원은 다음번 선거에서 지지를 거부하겠다며 위협했다. 그는 NPR과 PBS를 “뉴스로 위장한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선전”이며 “괴물”이라고 불렀다.

CPB는 홈페이지에서 “추가 공격”을 막기 위해 자진 해산한다며 자금 없이는 “향후 정치 공작이나 오용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엉뚱한 인물들이 이사회를 장악해 기괴한 일로 공영방송 가치를 왜곡하는 짓 등을 막으려는 결단이다. 더럽혀지느니 자결하겠다는 뜻일 테다. 이미 트럼프는 CPB 일부 이사를 해임해 이사진을 재편하려다가 법원의 제동을 받기도 했다. 한국에서 윤석열 정권 아래 벌어진, 공영방송과 인권위 등 공공기구의 역할 전도(顚倒)가 상기되는 일이다.

CPB 해체는 무엇보다 방송의 지역성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기구의 지원금이 생존에 절대적인 소도시나 농어촌, 산간 지역 방송사들이 결정적 타격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도시 공영방송사들은 서비스 축소가 불가피하겠지만,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작은 공영방송사들에 판매하는 수익과 기부금으로 어쨌든 연명할 수 있다. 자금 삭감이 분노의 기부 행렬을 이끌었어도 이 또한 대도시에 집중되는 이야기다. 농어촌 등 벽지에 뉴스와 긴급 경보를 제공하는 거의 유일한 정보원이 미국의 공영방송이다. 이들 지역에는 신문이 폐간되고, 광대역 인터넷도 제공되지 않으며, 설사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더라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트럼프의 CPB 공격은 재원 불안정이라는 공영방송 제도의 근원적 문제점을 파고든 것이다. 이는 윤석열이 KBS의 취약한 고리인 ‘수신료·전기료 병과제’ 폐지를 통해 재정을 압박했던 것의 확장형 데자뷔다. 우익이 극단화하는 세계적 추세에 한국 공영방송에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과거와 달리 대안 미디어가 널린 상황에서 극우 성향 정권이라면 공영방송을 순치하려 하기보다는 아예 없애버리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도 선택한 길이다.

지금 한국 정부는 민주 질서 보호의 중요 수단인 공영방송 체계를 다져놓을 필요가 있다. (지난 정권에서 공영방송 MBC의 역할과 이에 대한 공격을 돌아보자!) 이를 위해서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시대의 공영방송 역할을 재점검해 환골탈태 수준의 기능 설정 변화를 꾀하는 게 먼저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지속 가능한 재원 및 존립 구조를 세워야 한다.


차기 공영방송사 리더십을 꿈꾸는 사람들도 지금까지의 공영방송은 잊어야 한다. 민영방송과 확연히 구별되는 품격 높은 서비스 및 합리적 경영의 계획과 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도전하고 뽑히길 바란다.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공영방송에 대한 권력의 침탈에 시민들이 나서 막아줄 수 있는 정도의 신뢰와 만족의 체감이 없다면 그것은 모래성일 뿐이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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