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낙우송, 땅속 비밀을 드러내다 [황금비의 수목원 가드닝 다이어리]

한겨레
원문보기
낙우송 ‘펜덴스’가 땅위로 노출한 공기뿌리. 천리포수목원 제공

낙우송 ‘펜덴스’가 땅위로 노출한 공기뿌리. 천리포수목원 제공




황금비 | 천리포수목원 나무의사





나무의 가장 비밀스러운 부분을 꼽자면 뿌리일 듯싶다. 일단 흙 속에서 파내지 않는 이상 눈으로 그 모습을 확인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나무에게는 흙 사이의 작은 틈새인 공극을 따라 잔뿌리를 뻗고, 토양의 무기물질과 수분을 빨아들이면서 생명 활동을 시작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수목원에서는 나무의 해거리를 피하기 위해 매년 늦가을 비료를 뿌려주는 작업을 하는데, 비료를 덮을 땅의 범위를 나무의 수관(나무의 잎과 가지가 달린 윗부분 전체) 너비에 맞춰 둥그렇게 표시하곤 한다. 대략 그 정도 범위 안에 주요 뿌리가 뻗어 있다고 가늠하면서다.



낙우송 ‘펜덴스’의 공기뿌리. 천리포수목원 제공

낙우송 ‘펜덴스’의 공기뿌리. 천리포수목원 제공


천리포수목원에도 ‘뿌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수종이 있다. 바로 큰 연못 주변으로 나란히 심겨 우람한 모습을 자랑하는 낙우송이다.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자생하는 낙우송은 측백나무과 낙우송속에 속한 큰키나무다. 대부분의 침엽수은 늘푸른나무인 데 비해, 낙우송은 가을철 잎이 누렇게 말라 떨구는 낙엽수에 속한다.



가을철 잎이 붉게 물든 낙우송의 모습. 천리포수목원 제공

가을철 잎이 붉게 물든 낙우송의 모습. 천리포수목원 제공


잎의 모양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침엽수와는 조금 다르게 생겼다. 가지를 따라 어긋나는 잎은 깃털 모양으로 생겼는데, 매년 봄 연둣빛 새싹이 돋아나 여름철 진한 녹색으로, 가을이 되면 짙은 갈색으로 마르며 잎을 떨군다. 단단하고 뾰족한 바늘잎과는 달리 낙우송의 잎은 결을 따라 만지면 부드러운 질감을 가졌다. 잎이 마치 새의 깃털처럼 생긴 낙우송(落羽松)의 한자어 역시 ‘깃털 모양의 잎을 가을에 떨구는 침엽수’라는 의미를 그대로 담았다. 암수한그루로 가을이면 구과를 맺는데, 둥글게 생긴 구과가 익으면 마름모꼴로 틈이 벌어지며 삼각형의 종자를 선보인다.



낙우송의 잎. 천리포수목원 제공

낙우송의 잎. 천리포수목원 제공


낙우송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뿌리에 있다. 낙우송 줄기 주변 흙 위로 솟아오르는 공기뿌리 덕분이다. 가까이에서 보면 동굴 속 석순의 모습과도 비슷한데, 습지 주변의 풍경과 어우러져 마치 한뼘 크기의 요정이 사는 숲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곤 한다. 낙우송의 공기뿌리는 영어로 ‘무릎 뿌리’(knee root)라고도 불린다. 마치 사람의 무릎처럼 튀어나온 모습에서 비롯됐다.



여름철 낙우송 ‘펜덴스’의 공기뿌리 모습. 천리포수목원 제공

여름철 낙우송 ‘펜덴스’의 공기뿌리 모습. 천리포수목원 제공


낙우송의 공기뿌리는 물을 좋아하는 낙우송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미국의 낙우송 자생지 대부분은 남동부의 늪지대와 강 연안에 분포해 있다. 특히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블랙 리버 보호구역에는 나이가 2600년이 넘는 낙우송 개체가 발견되기도 했을 정도로 오래된 원시림이 퍼져 있다. 물가의 질퍽한 흙 속에는 기체를 담을 수 있는 공극이 일반적인 흙보다 훨씬 적은데, 낙우송은 원활하게 뿌리 호흡을 하기 위해 흙 밖으로 공기뿌리를 들어 올린다. 넓게 퍼진 공기뿌리는 질퍽한 흙 속에서 나무가 쉽게 쓰러지지 않도록 뿌리를 단단하게 고정하는 역할도 한다. 공기뿌리는 나무의 원줄기로부터 먼 지면까지 돌출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범위가 대략 뿌리가 뻗어있는 구역이라고 가늠하게 된다.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지하의 모습을 공기뿌리 덕분에 간접적으로나마 상상해볼 수 있는 셈이다.



비늘낙우송 ‘누탄스’의 공기뿌리. 천리포수목원 제공

비늘낙우송 ‘누탄스’의 공기뿌리. 천리포수목원 제공


성장이 매우 빠르다는 이유로 천리포수목원은 설립 초기부터 낙우송 묘목을 연못 주변에 심기 시작했다. 작은 연못 주변에서 매년 새잎을 내는 비늘낙우송 ‘누탄스’는 1975년 영국 힐리어가든에서 묘목을 들여와 심은 개체다. 그보다 1년 뒤 심은 낙우송 ‘펜덴스’는 50년이 지난 현재, 수목원 큰 연못가 주변에서 약 10m에 가까운 우람한 수고를 자랑한다. 두 낙우송 모두 아름다운 공기뿌리를 가지고 있는데, 특히 비늘낙우송 ‘누탄스’는 물가에 붙어 있어 공기뿌리가 연못 표면에 비치는 반영에 내내 시선을 빼앗기곤 한다. 깃털 같은 낙우송 잎과는 달리 마치 긴 털실을 늘어뜨린 듯한 잎의 모습도 특징적이다.



작은연못 한가운데에서 자라는 낙우송. 천리포수목원 제공

작은연못 한가운데에서 자라는 낙우송. 천리포수목원 제공


천리포수목원에는 본인이 서 있는 위치만으로도 탐방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낙우송도 있다. 바로 작은 연못에 자리한 낙우송이다. ‘작은 연못에 자리한’이라는 말을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보자면, 말 그대로 연못 한가운데 얕은 수심의 땅 위에서 자라고 있어 마치 물 한가운데에 잠겨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수고가 4m 남짓한 이 나무의 주변 연못가에는 비슷한 시기에 심긴 낙우송도 함께 자라고 있는데, 주변의 낙우송은 높이가 두배 가까이 더 크다. 아무리 물을 좋아하는 낙우송이라고 하더라도 호흡이 불리한 물 한가운데에서는 어쩔 수 없이 생장이 더딜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연못 표면의 물이 얼고 그 위로 흰 눈이 쌓이는 겨울이 오면, 연못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선 낙우송은 더없이 존재감을 뿜어내는 주인공으로 거듭난다. 수목원의 겨울 풍경을 더욱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겨울밤 밝히는 민주주의 불빛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다니엘 뉴진스 퇴출
    다니엘 뉴진스 퇴출
  2. 2맨유 캐릭 임시 감독
    맨유 캐릭 임시 감독
  3. 3짠한형 염경환 순수익
    짠한형 염경환 순수익
  4. 4김경 출국금지
    김경 출국금지
  5. 5김한규 전용기 임명
    김한규 전용기 임명

한겨레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