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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젠더 격차, 민주주의를 시험하다 [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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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에 따른 투표 행태의 양극화는 이른바 ‘현대적 젠더 격차’(Modern Gender Gap)라 불린다. 이처럼 남성과 여성 사이의 정치적 선호가 체계적으로 갈라지는 경향은 2020년을 전후해 급격히 확대되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성별에 따른 투표 행태의 양극화는 이른바 ‘현대적 젠더 격차’(Modern Gender Gap)라 불린다. 이처럼 남성과 여성 사이의 정치적 선호가 체계적으로 갈라지는 경향은 2020년을 전후해 급격히 확대되었다. 게티이미지뱅크




하네스 모슬러(강미노) |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 정치학과 교수



한국은 최근 몇년 사이 민주주의 국가들 가운데서도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성별에 따른 투표 행태의 양극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른바 ‘현대적 젠더 격차’(Modern Gender Gap)라 불리는 현상, 즉 남성과 여성 사이의 정치적 선호가 체계적으로 갈라지는 경향은 2020년을 전후해 급격히 확대되었으며, 특히 20대와 30대 초반의 젊은 세대에서 두드러진다. 2025년 대통령 선거에서 18~29살 남성 유권자의 74.1%가 보수 진영(김문수·이준석)에 표를 던진 반면, 같은 연령대 여성 가운데 보수 후보권을 선택한 비율은 35.8%에 그쳤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재명에게 투표한 비율은 젊은 여성의 경우 58.1%였지만, 젊은 남성은 24.0%에 불과했다. 이미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에서도 성별 격차의 조짐은 계속 나타났지만, 2020년에서 2025년 사이 그 차이는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극단적인 수준으로 폭발했다.



이러한 분극화는 성별을 핵심 정치 정체성으로 고착시키며 민주주의의 기반을 약화한다. 젊은 여성은 정치를 안전과 평등의 문제로, 상당수 젊은 남성은 능력주의와 개인 책임을 강조하며 평등 정책을 불공정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정치적 인식이 성별에 따라 갈릴수록 타협과 상호 인정은 약화하고, 민주주의는 제로섬 경쟁으로 변질된다. 특히 극우 세력은 현대적 젠더 격차를 의도적으로 증폭시켜 지지층을 결집하고, 그 결과 민주주의는 성별에 따라 비대칭적으로 지지되는 취약한 체제로 전락할 위험에 놓인다.



하지만 이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강력한 복지국가와 합의 민주주의 전통, 오랜 성평등 정책을 갖춘 독일에서도 최근 몇년 사이 현대적 젠더 격차는 크게 확대되었다. 2025년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서 25살 미만 여성의 35%는 좌파 정당인 ‘디 링케’(Die Linke·좌파당)를 선택했지만, 같은 연령대 남성은 16%에 그쳤다. 반대로 우익 포퓰리즘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을 지지한 비율은 젊은 남성이 27%, 젊은 여성은 15%였다. 이 역시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성별 편차다. 제도적으로 안정된 민주주의조차 이러한 분극화에 면역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양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원인도 분명하다. 교육 수준은 중요한 변수다. 오늘날 젊은 여성은 평균적으로 젊은 남성보다 더 높은 학력을 보이며, 진보 정당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여기에 ‘토크빌의 역설’도 작용한다. 객관적으로는 평등이 진전되었음에도, 젊은 여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불평등을 더 강하게 인식하는 반면, 많은 젊은 남성은 자신들이 구조적으로 불리해졌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그리고 디지털 공론장은 이러한 인식 차이를 증폭시키고 성별로 분절된 담론 공간 속에서 불만과 좌절은 쉽게 강화된다. 불안정한 노동시장, 불투명한 미래 전망, 치솟는 주거비 역시 단순한 정치적 설명을 찾으려는 유혹을 키운다.



한국에는 여기에 더해 젠더 격차를 더욱 폭발적으로 만드는 특수한 요인들이 존재한다. 병역 의무는 그 부담이 실질적으로 불균등하게 분배되어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건설적으로 다뤄지지 못해 왔다.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 다수대표 선거제, 정당 카르텔 구조는 갈등을 친구와 적의 구도로 밀어 넣고, 조정보다 대립을 강화한다. 또한 청년층을 충분히 보호하는 복지국가 체계가 부재해 물질적 불안은 완충되지 못한다. 그 결과 사회 문제는 문화적·성별 갈등으로 치환된다.



현대적 젠더 격차는 일시적인 분위기가 아니다. 그것은 민주적 정당성에 대한 구조적 위험이다. 한국은 지금 이 갈등이 영구적인 정치적 전선으로 굳어질 것인지, 아니면 더 깊이 고착되기 전에 정치적으로 다뤄낼 수 있을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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