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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상광심’ 부동산 경기부양의 유혹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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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1선도시는 흔히 ‘북상광심’(北上廣深)으로 불린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을 일컫는 말로 소득 수준도 높고, 취업 기회도 많고, 좋은 대학들도 많다. 중국 상하이 전경. 클립아트코리아

중국의 1선도시는 흔히 ‘북상광심’(北上廣深)으로 불린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을 일컫는 말로 소득 수준도 높고, 취업 기회도 많고, 좋은 대학들도 많다. 중국 상하이 전경. 클립아트코리아




최필수 |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작은 뉴스 속에서 구조적 균열이 감지될 때가 있다. 최근 중국에서 들려오는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들이 그렇다. 지난해 여름부터 베이징, 상하이 등 이른바 1선도시들은 부동산 규제들을 살금살금 완화해왔다. 주택 구매 실거주 의무 기간을 줄인다거나,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금리 제한을 완화한다거나, 선입금 조건을 낮춘다거나 하는 식이다. 처음엔 이것이 개별 도시들이 엄살을 떠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중앙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지방 정부들이 주어진 범위 내에서 재량권을 행사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말 발표된 15차 5개년 계획에서 “자동차·주택 등의 소비를 불합리하게 제약하는 조치들을 정리하겠다”는 조문을 보고 깨달았다. 이것이 국가적 차원의 움직임이었음을. 그 뒤 연말까지 1선도시들에서는 점점 더 대담하고 본격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중국 경제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던 두개의 통념을 깨뜨린다. 첫째, 1선도시의 경기는 그래도 괜찮다는 것. 둘째, 중국 정부는 탈부동산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라는 것. 하나씩 살펴보자.



중국의 1선도시는 흔히 ‘북상광심’(北上廣深)으로 불린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을 일컫는 말이다. 이 도시들은 소득 수준도 높고, 취업 기회도 많고, 좋은 대학들도 많아서 누구나 가장 살고 싶어 하는 곳이다. 만약 14억 인구를 지닌 중국이 거주 이전의 자유를 무제한 허용하면 ‘북상광심’은 필경 과밀도시가 되고 말 것이다. 집값이 지나치게 폭등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호적제도를 자유화하는 추세 속에서도 북상광심에 대해서만은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베이징 호적을 얻으려면 베이징 소재 대학을 나와야 한다거나, 광저우 호적을 얻으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과 직업이 있어야 한다는 식이다. 사정이 이런 만큼 1선도시의 부동산은 늘 초과 수요 상태이고 다른 지역의 아파트가 공실이 나도 1선도시에서는 그럴 일이 없다. 따라서 부동산발 경기침체가 중국에 만연한 와중에도 1선도시의 경기는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1선도시의 부동산 부양 정책들을 보니 이제까지 알고 있던 이러한 통념이 깨진 것이다. 1선도시마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야 할 정도로 중국의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이다.



두번째 통념은 중국 정부가 탈부동산 구조조정 정책을 추진 중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인구구조로 볼 때 주택 수요는 이미 피크가 지났고, 지나치게 높은 부동산 가격이 인민의 삶에 부담이 되고 있으므로 중국 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천천히 빼고자 한다는 것이다. 비록 투기 수요를 종식시킬 부동산세 도입이라는 결정적인 조치는 너무 충격이 커서 미루고 있지만, 어느 정도의 경기 부진은 감내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는 정부가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중국식 체제에서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포퓰리즘에 취약한 다당제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우월성으로 인식되곤 했다. 그런데 최근 조치들을 보니 탈부동산 정책 의지가 과연 확고한 것인가 의심스러워진 것이다.



이번 북상광심 부동산 경기부양의 귀결은 무엇일까? 장기·단기에 걸친 시간적 영향과 중심·주변에 걸친 공간적 영향으로 나눠 생각해보자. 먼저 단기적으로는 집값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로 소비가 증가할 것이다. 특히 북상광심에 진입하는 문턱에서 허덕이던 차상위 계층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집값과 소득의 격차가 더 커지면서 북상광심에 주거를 마련하지 못한 청년 계층의 좌절이 더 깊어질 것이다. 공간적으로는 어떨까? 부동산 수요를 1선도시들이 흡수하면서 주위 도시들의 집값을 끌어내릴 것이다. 즉 북상광심과 나머지 도시들의 격차가 더 커질 것이다.



시간과 공간에 걸친 이러한 부작용은 예상치 못할 바가 아니다. 부작용은 이미 충분히 겪고 있었고 바로 그것을 피하고자 탈부동산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북상광심을 서울로 치환하여 우리나라의 부동산 정책에 대입해도 똑같은 효과와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즉 부동산 경기부양의 부작용은 중국만의 특수한 문제도 아니다. 정작 예상치 못했던 것은 우리만큼이나 중국 정부도 반대를 무릅쓰고 올바른 정책을 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유능한 권위주의 정부’에도 부동산 경기부양은 너무나 손쉽고 달콤한 유혹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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