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영세 사업장 사이의 육아휴직 접근성 격차가 여전히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일·생활 균형 제도를 확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체 규모에 따라 제도 활용 가능성과 인식 수준에서 큰 차이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고용노동부 의뢰로 실시한 ‘2024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사업체 중 ‘육아휴직 대상자는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3.3%에 그쳤다. 특히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는 해당 비율이 89.2%에 달했지만 5~9인 소규모 사업체에서는 60.1%에 머물렀다.
제도에 대한 인지도 역시 사업장 규모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전체 사업체 가운데 ‘육아휴직 제도를 잘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57.7%였으나 ‘모른다’는 응답도 9.0%에 달했다. 이 가운데 5~9인 사업체의 ‘모른다’는 응답 비율은 10.8%로 가장 높았고 300인 이상 사업체는 3.3%에 불과했다.
실제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례가 있는 사업체는 전체의 10.6%에 그쳤다. 이들 가운데 84.9%는 “현재 대상자가 없다”고 답했으며, 4.6%는 “대상자는 있으나 신청자가 없다”고 응답했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는 ‘동료나 관리자의 업무 부담 증가’가 꼽혔다. 해당 응답은 35.9%로 가장 많았다. 이어 ‘휴직 사용을 꺼리게 만드는 조직 문화’(31.3%), ‘대체 인력 확보의 어려움’(26.8%)이 뒤를 이었다.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든 응답은 4.5%에 그쳤다.
육아휴직으로 인한 업무 공백은 ‘기존 인력이 나눠서 처리한다’는 응답이 41.1%로 가장 많았고 ‘계약직 대체 인력을 채용한다’는 응답도 41.6%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육아휴직 최대 사용 가능 기간은 평균 11.8개월로 조사됐다. 전체 사업체의 96.3%는 12개월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다만 육아휴직 기간을 승진 소요 기간에 포함하는 사업체는 30.1%에 불과했고, 절반 가까운 49.1%는 승진 산정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활용 확대를 독려하고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역시 실제 사용 실적은 미미했다. 해당 제도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사업체는 4.3%에 그쳤다. ‘대상자는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63.0%였지만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제도 인지도와 활용 가능성에 대한 응답 비율은 낮아졌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기 어려운 이유로도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부담 증가’가 27.2%로 가장 많이 지목됐다. 업무 공백을 ‘남은 인력이 분담한다’는 응답은 72.6%에 달했으며, 대체 인력을 별도로 고용한다는 응답은 21.0%에 머물렀다.
유연근로제도를 도입한 사업체는 전체의 32.8%였다. 시차출퇴근제 도입률이 22.5%로 가장 높았고 시간선택제(18.9%), 선택근무제(12.1%), 재량근무제(11.3%), 재택근무제(11.0%), 원격근무제(10.0%) 순으로 나타났다.
유연근로제를 도입한 이유로는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 지원’이라는 응답이 36.9%로 가장 많았다.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 제고’를 이유로 든 응답도 31.2%에 달했다. 도입 효과에 대해서는 96.4%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고용 현장에서의 성별 인식 격차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채용 시 조건이 같다면 남성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30.7%였고 ‘주요 보직이나 핵심 업무에 남성을 더 많이 배치한다’는 응답도 29.1%로 나타났다.
일·생활 균형 제도가 기업과 근로자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기업 생산성 향상’(82.7%)이 가장 높은 긍정 평가를 받았다. 이어 ‘근로자 직무 만족도 향상’(82.4%), ‘이직률 감소’(77.8%), ‘우수 인재 확보’(77.4%) 순이었다.
응답자들이 꼽은 일·가정 양립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18.8%)이었다. 이 밖에 ‘성차별 해소 및 직장 내 성희롱 예방’(17.3%), ‘남녀 모두의 자유로운 육아휴직 사용’(17.0%), ‘유연근로제 확산’(15.2%)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전국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5000곳의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임혜린 기자 hihili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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