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타고 여행 갈 때 먹거리 챙기시나요? '삶은 달걀에 사이다'도 어느덧 옛말인 것 같아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고속열차 안에서 도시락 먹는 게 일상적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영 눈치도 보이고 냄새가 강한 음식은 꺼리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커피든 주먹밥이든 역에서 사서 기차 안에서 먹으면 두배로 더 맛있는 느낌입니다. 떠나는 설렘과 맞물려 기차에서만 먹을 수 있는 그 맛이 있죠.
일본은 주요 기차역에서 도시락을 판매하는데요. 역에서 파는 도시락이라고 해서 '에끼벤'이라고 부릅니다. 이 에끼벤을 판매하는 곳들 대다수는 일본철도구내영업중앙회에 소속된 업체들인데요. 역마다 파는 공식 에끼벤으로 인정했다는 뜻으로 마크를 붙여서 나오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역마다 특산물을 살려 도시락을 만드는데요. 최근에는 일본 무형문화재 등재를 노릴 정도로 이 문화를 살리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일본의 기차 도시락, 에끼벤에 대해 들려드립니다.
1885년 역에서 팔던 주먹밥 도시락이 시작…현재는 2000종류 넘어
에끼벤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1885년 도치기현 우쓰노미야의 여관에서 시작했다는 것이 유력합니다. 일본식 매실 절임 우메보시가 들어간 주먹밥과 단무지를 대나무 겉껍질에 싸서 판매하던 것이 발전해 지금의 형태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우쓰노미야는 당시 일본 교통의 요충지였고, 이 때문에 인근 지역 군인들이 오가는 중심 역이었다고 합니다. 군에 들어가는 도시락을 납품하는 일이 많았다는 것이죠.
일본 주요 기차역에서 판매하는 도시락. 게티이미지 |
일본은 주요 기차역에서 도시락을 판매하는데요. 역에서 파는 도시락이라고 해서 '에끼벤'이라고 부릅니다. 이 에끼벤을 판매하는 곳들 대다수는 일본철도구내영업중앙회에 소속된 업체들인데요. 역마다 파는 공식 에끼벤으로 인정했다는 뜻으로 마크를 붙여서 나오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역마다 특산물을 살려 도시락을 만드는데요. 최근에는 일본 무형문화재 등재를 노릴 정도로 이 문화를 살리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일본의 기차 도시락, 에끼벤에 대해 들려드립니다.
JR동일본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지역의 에끼벤. JR동일본. |
1885년 역에서 팔던 주먹밥 도시락이 시작…현재는 2000종류 넘어
에끼벤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1885년 도치기현 우쓰노미야의 여관에서 시작했다는 것이 유력합니다. 일본식 매실 절임 우메보시가 들어간 주먹밥과 단무지를 대나무 겉껍질에 싸서 판매하던 것이 발전해 지금의 형태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우쓰노미야는 당시 일본 교통의 요충지였고, 이 때문에 인근 지역 군인들이 오가는 중심 역이었다고 합니다. 군에 들어가는 도시락을 납품하는 일이 많았다는 것이죠.
이후 철도망이 발달하면서 에끼벤은 점차 다른 지역으로 뿌리내리기 시작합니다. 전쟁 중에도 사업은 성행했죠. 중국이나 우리나라로 출정하는 군 도시락을 역에서 납품하는 사업자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2차세계대전 뒤에는 도쿄로 상경하며 돈을 벌러 가는 사람들이 이 도시락을 사 먹기 시작했다고 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기차 안에서 먹는 도시락 문화가 굳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본이 고도성장기를 맞이했을 시기, 기차 여행이 일상화되면서 에끼벤 문화도 완전히 정착하게 됩니다. 일각에서는 현재 일본에 존재하는 에끼벤 종류가 4000개가 넘는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입니다. 다만 에끼벤 자료관에서 하나하나 엑셀에 입력해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에서 실제 판매 중인 에끼벤은 2159종류라고 합니다.
지역 특산물 담고…노래 나오는 도시락까지
현재는 각 지역의 특산물을 담은 식문화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가령 도야마현은 에도시대부터 소금에 절인 은어로 만든 초밥을 진상했던 곳인데요, 이후 귀한 은어 대신 강에서 많이 잡히는 송어를 이용해 같은 방법으로 초밥을 만들어왔습니다. 이 때문에 송어 초밥 도시락이 도야마역의 에끼벤이 됐습니다. 우설이 유명한 센다이에서는 우설 구이 에끼벤을 센다이역에서 판매하고 있죠.
도야마현 도야마역에서 판매하는 숭어초밥 에끼벤. JR동일본. |
재미있는 건 특색이 없는 수도 도쿄역에서도 특산물을 넣은 에끼벤을 판매하는데요. 바로 도쿄역에서만 판매하는 '도쿄 도시락'입니다. 도쿄도 내 유명 노포에서 판매하는 반찬을 모아서 한 도시락에 담아냈다고 해요. 미식가들에게도 꽤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는데요.
취향을 타지 않는 스테디셀러도 있습니다. 요코하마시에 본점을 둔 중화요리 전문점 키요켄의 '슈마이 도시락'은 하루 2만5000개 이상 꾸준히 판매될 정도로 인기인데요. 요코하마 명물로 시작했는데 요즘은 전국 각지 허브 역에서도 유통하고 있습니다. 워낙 잘 팔리다 보니 일본에서는 에끼벤의 물가 기준치처럼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키요켄이 물가 상승, 인력 부족 등으로 가격을 인상한다고 하면 이 소식이 언론에 보도될 정도랍니다.
요코하마역에서 판매하는 키요켄의 '슈마이 도시락'. 키요켄. |
심지어 도시락 뚜껑을 열면 동요가 나오는 독특한 에끼벤도 있습니다. 미에현의 아라타케에서 판매하는 소고기 스키야키 도시락은 소 얼굴 모양 용기에 담겨있는데, 뚜껑을 열면 일본 동요의 멜로디가 흘러나온다고 해요. 이 때문에 기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 기차 안이 돌림노래 현장으로 변한다고 합니다.
가장 비싼 에끼벤은 도치기현 닛코시 닛코역에서 파는 '닛코 매장금 도시락'입니다. 무려 23만7000엔(218만원)짜리인데요. 닛코에서 나는 생선으로 만든 초밥, 홋카이도산 대게, 도치기현 와규 스테이크, 캐비어 등이 들어갔다고 해요. 매장금이라는 이름은 닛코시에 묻힌 도쿠가와 이에야스 때문에 나왔는데요. 그가 막부가 몰락하는 것을 대비해 막대한 금을 닛코 어딘가에 묻어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고 합니다. 금은 도쿠가와가 묻었는데 왜 도시락값이 비싼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하튼 해외 유튜버들이 여행 왔다가 먹고 인증하는 의외의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23만7000엔(218만원)짜리 닛코 매장금 도시락. 마스즈시. |
이렇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에끼벤이지만, 요즘 업체들이 고전 중이라고 합니다. 바로 편의점 때문인데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도시락 퀄리티가 점점 좋아지다 보니, 에끼벤을 편의점 도시락으로 대체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죠. 실제로 일본철도구내영업중앙회에 소속된 업체들도 대폭 줄었습니다. 시장이 활성화됐던 1960년대 후반에는 400곳이었는데, 줄폐업이 이어진 뒤 지금은 82곳만 남아있죠.
올해가 에끼벤 탄생 140주년인 만큼, 철도회사에서는 에끼벤을 부활시키려는 여러 노력을 펼칠 예정이라고 합니다. JR 직원들이 나서서 일본의 무형문화재로 에끼벤을 등록하려고 다방면으로 애쓰고 있다는데요. 전국 7곳의 에끼벤 사업자들이 이를 위해 식어도 맛있는, 흔들려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 주변에 냄새가 나지 않는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해요.
일본철도구내영업중앙회에서 가맹사업주들에게 부여하는 에끼벤 공식 마크. 일본철도구내영업중앙회. |
여행의 설렘과 더불어 지방의 특산물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인 것 같은데요. 문화 하나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모쪼록 일본 기차 여행을 떠나시게 된다면 한번 체험해보시길 바랍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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