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
스마트폰 시장에서 배터리 용량이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중국 제조사들은 배터리 ‘절대 용량’을 키워 사용시간을 늘리는 것에 속도를 내는 반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배터리 용량을 급격히 늘리기보다 소프트웨어(SW) 최적화로 체감 사용시간을 끌어올리는 전략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입니다. 방향이 갈리면서 배터리 경쟁의 문법 자체가 바뀌는 모습입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아너는 지난 9일 신형 스마트폰 ‘파워2(Power 2)’를 정식 출시했습니다. 파워2의 핵심은 1만80mAh 용량의 배터리입니다. 통상 4000~5000mAh대가 주류인 스마트폰 배터리 용량을 단번에 ‘1만mAh급’으로 끌어올린 셈입니다. 아너는 1회 충전 기준으로 게임 14.2시간, 내비게이션 17.3시간, 영상 시청 26.3시간의 연속 사용이 가능한 점을 내세웠습니다. 사용자가 가장 민감하게 보는 ‘실사용시간’으로 우위를 굳히겠다는 메시지입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두께와 무게’입니다. 파워2는 1만mAh급 배터리를 넣고도 두께가 7.98㎜, 무게는 216g 수준을 구현했습니다. 대용량 배터리는 보통 두께·무게 증가로 직결되는데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5 울트라(8.2㎜)’보다 더 얇은 두께를 만든 겁니다. 이를 위해 아너는 실리콘-카본 배터리를 제품에 적용했습니다. 실리콘은 기존 리튬보다 에너지 저장 효율이 좋고, 부피 대비 용량 확대가 가능해 스마트폰 크기를 키우지 않고도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다른 중국 업체들도 최근 실리콘-카본 배터리를 이용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원플러스는 지난해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원플러스15’에 7300mAh 배터리를 넣었고, 샤오미도 작년 출시한 ‘샤오미17 울트라’에 6800mAh 배터리를 적용해 사용시간을 끌어올렸습니다. 오포 역시 지난해 출시한 ‘파인드 X9 프로’에 7500mAh 배터리를 탑재했고, 화웨이도 작년 출시한 ‘메이트 70 에어’에 6500mAh 배터리를 적용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배터리 용량 자체를 늘리는데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모습입니다. 양사 모두 최대 배터리 용량이 5000mAh에 인접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중 가장 배터리 용량이 큰 모델은 ‘갤럭시Z 트라이폴드(5600mAh)’이고, 애플은 ‘아이폰17 프로 맥스(4823mAh)’가 가장 큽니다.
양사는 배터리 용량을 급격히 올리는 대신, 운영체제(OS)와 전력 관리 알고리즘, 앱 동작 최적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용량을 대폭 늘리지 않아도 충분한 사용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겁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5000mAh 배터리를 탑재한 갤럭시S25 울트라의 영상 재생 시간(1회 충전 기준)은 최대 31시간에 달합니다. 애플에 따르면 아이폰17 프로 맥스의 영상 재생 시간은 최대 33시간입니다. 김용석 가천대 석좌교수는 “중국산 중저가 제품은 배터리 용량을 1만mAh로 늘렸다고는 하지만 전성비나 칩셋 효율이 떨어져 사용시간이 드라마틱하게 늘어날 순 없었을 것”이라며 “실제 기기에서 불필요한 전력 소모를 줄여 사용시간을 늘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라고 했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채택한 대용량 배터리 접근법이 장기적으로 안전성과 내구성 측면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인식도 삼성전자와 애플이 배터리 용량 확대에 적극적이지 않은 배경으로 거론됩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실리콘 기반 배터리는 내구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아직은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특히 삼성은 과거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을 겪었던 적이 있기에 배터리 안정성에 대해 더욱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다만 삼성전자도 배터리 용량 확대에 있어 ‘완전한 정체’ 입장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폰아레나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갤럭시S 울트라 모델이 수년째 5000mAh 수준에 머물렀던 흐름이 올해는 바뀔 수 있으며, 차기작으로 거론되는 갤럭시S26 울트라의 배터리 용량이 5100~5400mAh 범위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관건은 소비자 기대치가 어디로 이동하느냐입니다. 인공지능(AI) 기능 확대로 ‘전력 소모’가 늘어나는 와중에, 중국발 1만mAh 배터리 시대가 본격화하면 배터리 용량이 다시 마케팅의 중심에 설 수 있습니다. 글로벌 상위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소프트웨어 효율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국면이 오면 배터리 용량의 점진적 상향, 고밀도 배터리 소재 도입, 발열·충전·수명 관리(BMS) 고도화 같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 전략’으로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큽니다.
심민관 기자(bluedrago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