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 제공 |
짧은 시간 안에 극적인 전개와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숏드라마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 숏드라마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중국과 미국,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어 국내 기업들도 제작 체계를 갖추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11일 콘텐츠·테크 업계에 따르면 숏드라마는 회당 1~3분 내외로 짧고, 총 30회~100회차 분량으로 구성된 드라마 형태의 초단편 영상 콘텐츠를 의미한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세로형 화면과 빠른 전개가 특징이다.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를 사로잡고 다음 편 클릭을 유도해야 하기 때문에 주로 로맨스, 막장, 복수극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다. 회당 40~60분에 걸쳐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고 서사를 쌓는 일반 드라마와 달리 핵심 감정과 사건 위주로 극을 이끌어간다.
주요 숏드라마 플랫폼은 드라마박스, 릴쇼트, 드라마웨이브 등 중국 기업이 대부분이다. 웹툰처럼 첫 5~10화는 무료지만, 이후에는 결제하거나 광고를 시청한 뒤 볼 수 있는 구조로 수익을 내고 있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감이 미미했던 숏드라마는 틱톡, 유튜브 숏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short-form·짧은 동영상) 콘텐츠의 대중화와 함께 신규 콘텐츠 강자로 부상했다. 호흡이 짧고 몰입감 있는 숏폼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이제는 비슷한 형식의 드라마까지 소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미디어 파트너스 아시아에 따르면 글로벌 숏드라마 시장 매출은 2023년 50억달러(약 7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120억달러(약 17조4000억원)로 증가했고, 2030년에는 260억달러(약 38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전 세계 숏드라마 시장의 70~80%는 중국이 차지하고 있지만, 업계는 중국을 제외한 숏드라마 시장도 4년 뒤 95억달러(약 13조7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외 시장 중에서는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한국 등에서 숏드라마 도입이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했다고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분석했다. 국내 숏드라마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650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내 기업들도 숏드라마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보고 투자와 제작을 확대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숏드라마 플랫폼 ‘비글루(Vigloo)’를 운영하는 스푼랩스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 2024년 스푼랩스의 지분 1200억원을 사들인 뒤 계열사로 편입한 데 이어 지난달 19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현재 350여개의 숏드라마 콘텐츠를 보유한 비글루는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지사를 설립하고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비글루는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서 올리고 있어 올해부터 북미 시청자의 취향에 맞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규모를 2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웹툰·도서 플랫폼 리디는 숏드라마 플랫폼 ‘칸타’를 지난해 9월 일본에 출시했다. 칸타는 리디의 지식재산권(IP)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형 드라마 콘텐츠의 감성과 재미를 압축된 형식으로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배기식 리디 대표는 “웹소설, 웹툰에 이어 숏드라마까지 시대에 맞는 콘텐츠 포맷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칸타를 시작으로 숏드라마 분야에서도 K-콘텐츠의 일본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네이버웹툰은 LG유플러스의 제작 계열사 스튜디오엑스플러스유와 손잡고 인기 웹툰을 숏드라마로 제작하고 있다. 티빙은 지난해 8월 숏드라마 전용관을 신설하고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숏드라마 5편을 선보였다.
기존 드라마에 비해 제작 주기가 짧고 제작비가 적게 든다는 점이 숏드라마의 강점으로 꼽힌다. 국내 한 숏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일반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는 15억원 수준인데 숏드라마는 5000만원으로도 만들 수 있다”라고 했다. 제작 기간도 일반 드라마는 최소 1년이 소요되는 반면, 숏드라마는 짧게는 2주, 길어야 2~3개월이다. 숏폼 기업 크리스프 모멘텀의 에이드리언 청 의장은 “숏드라마의 평균 제작비는 1억5000만원 미만이며, 1~2개월 만에 제작이 끝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제작에 인공지능(AI) 도입이 늘면서 추가 비용 절감이 가능해졌다. 비글루는 최근 숏드라마에 AI를 전면 적용해 기존 대비 시각 효과와 로케이션 촬영 비용을 90% 이상 절감했고, 제작 기간도 절반으로 단축했다고 밝혔다.
숏드라마 시장에서 한국은 후발주자이지만, 이미 탄탄한 드라마·콘텐츠 제작 역량을 갖추고 있어 차별화된 콘텐츠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최혁재 스푼랩스 대표는 “숏드라마는 단순 스낵 컬처를 넘어 몰아서 정주행하는 새로운 일상형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올해는 스토리텔링을 강화해 더 흡입력 있는 숏드라마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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