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3년 개항 이래 한국 근대화의 상징이었으나, 산업화 이후 급격한 슬럼화로 침체가 깊어진 인천 개항장이 최근 인천의 핵심 관광자원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근대유산을 활용한 도시재생의 대표적 성공 모델로 꼽히는 인천 구도심과 개항장의 변천사와 성공 방정식을 되짚어 본다.
‘인천 개항누리길’에 흐르는 140년 근현대사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인천역에서 인천사거리를 통과하면, 140여년 전 개항기 시절 제물포(인천의 옛 지명)의 이색적 풍광이 펼쳐진다.
인천 개항장 문화지구 전경. [사진=우주성 기자] |
‘인천 개항누리길’을 따라 이어진 ‘인천 개항장 문화지구’다. 한국 최초의 근대식 은행과 호텔 등 2~3층 높이의 다양한 근대 건축물과 기념관이 거리를 따라 이어진 모습이다. 일본식 목조연립(나가야) 가옥도 ‘개항장 역사문화의 거리’를 따라 줄지어 있다.
한국 짜장면의 발상지인 '공화춘' 건물을 활용한 짜장면 박물관. [사진=우주성 기자] |
구한말 청나라와 일본 조계지의 경계였다는 계단에서부터 차이나타운, 인천개항박물관과 짜장면박물관 등 특색있는 전시관에 이르기까지 인천 근현대사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압축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독특하고 차별화된 관광지로 입소문을 타면서, 개항장 문화지구는 일대 상권은 물론 인천 전체의 관광산업을 책임지는 곳으로 변모했다.
인천개항박물관. 개항 당시 인천의 유일한 금융기관이었던 옛 일본 제1은행 지점을 개조해 만들었다. [사진=우주성 기자] |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개항장 문화지구가 위치한 인천 중구의 연간 누적(중복) 방문객 수는 2020년 4441만3110명에서 2024년에는 1억180만1966명으로 129%나 성장했다. 같은 기간 인천 평균 방문객 수 증가율(31%)을 크게 상회한 셈이다. 관광공사가 집계한 인천시 핵심 관광지 9곳 중 3곳도 개항장 지구 관련 지역이다.
5670억 규모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성공시킨 '민관 협력의 힘'
1990년대 후반까지 인천 개항장 일대는 사실상 방치된 땅이었다.
일본인들이 작성한 옛 인천항 일대 지도. [사진=우주성 기자] |
개항장의 역사는 1800년대 후반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강화도 조약으로 나라의 문을 열면서, 조용한 어촌이었던 제물포는 근대식 항구로 변모했다. 청나라와 일본은 물론 서구 열강들의 조계지가 형성됐고 각국의 영사관과 호텔, 근대식 상사와 은행이 들어서면서, 무역 및 물류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이후 산업구조가 재편되기 시작한 1970년대를 기점으로, 개항장 일대와 원도심은 급격한 쇠퇴를 맞이했다.
특히 1985년 인천시청이 중구에서 남동구로 이전하면서, 원도심의 도시 기능은 더욱 후퇴했고 인구 감소와 노후 건축물의 방치는 지역을 슬럼화로 몰아넣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일대 도시재생의 기반 구축에 대한 논의가 지역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인천시는 개항장 일대 근대 건축물에 대한 보존 및 관리 조례를 제정하고, 2010년에는 '개항장 문화지구'를 지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특히 국토교통부 공모를 통해 초기 동력과 사업성을 확보하고, 공공 주도하에 민간참여를 적극 유도해 지속 가능한 사업 추진체계를 구축한 점이 주된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인천시는 ‘개항창조도시 도시재생활성화사업’을 통해 총사업비 5667억원 규모의 대규모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을 추진했다. 사업의 마중물 역할을 한 국비 360억원에 지방비 및 부처 협업 1729억원, 민간 자본 3578억원의 정밀한 재원 조달 구조를 확립했다.
특히 공공이 마중물 예산으로 앵커 시설을 먼저 조성하여 리스크를 부담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체 사업비의 63%에 달하는 민간 자본 투자를 유치한 ‘민관 협력(PPP) 거버넌스’의 성공적 달성이 가능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을 복원해 만든 대불호텔 전시관. [사진=우주성 기자] |
한국 최초의 서구식 호텔인 ‘대불호텔’을 복원해 건립하고, 한국 현대 건축의 거장 김수근의 작품인 ‘이음 1977’ 주택을 공공이 매입하여 원형 복구에도 나섰다. 인천 개항장의 경우, 일본 은행 등 근대 건축물의 역사적 외관은 최대한 보존하되 내부는 구조 안전 진단과 철골 보강을 거쳐 전시 등의 현대적 기능을 부여했다고 평가받는다.
아울러 여기에 인근 차이나타운과 신포시장을 개항장 문화지구와 연결하는 ‘관광벨트’ 구축으로 지역의 인지도와 상업성을 높이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개항장 문화재 야행’ 등 주민과 상인이 주도하는 야간 관광 콘텐츠를 통해 지역 경제의 선순환 구조도 마련했다.
인천도시공사(iH) 등 공기업을 통한 근대 건축물 추가 매입 및 ‘문화 거점’ 확대 노력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7일 인천시와 iH는 '인천 개항장 근대건축자산 활용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iH가 문화재생사업으로 조성한 근대건축문화자산 1호 '이음 1977'과 3호 '이음 1978'을 시와 공동 운영해 개항장 일대 문화 콘텐츠 거점으로 삼겠다는 것이 골자다.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한 숙제도
인천 개항장과 원도심 일대 도시재생사업이 장밋빛 전망으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도시재생 이후 일대 임대료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영세한 규모의 기존 '토박이' 상인들이 밀려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 도시재생의 방향을 두고도 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일부 건축물의 경우 복원에서 상업적 요인이 지나치게 두드러지며 본래 도시재생의 취지에 어긋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형 곡물창고를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든 상상플랫폼이다. 당초에는 인천내항 재개발을 비롯한 중·동구 원도심 전면 재개발을 위한 앵커 역할을 위해 조성됐다. 그러나 높은 임대료로 인한 공간 미활용과 기대에 미치지 못한 방문객 수로 콘텐츠 부실화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인천시의회 관계자는 “도시재생은 결국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동구와 중구 등에 예산을 집중해 성과는 나타났지만, 지역 건축자산의 고유한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이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해석해 자생적인 경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실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우주성 기자 wjs89@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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