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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쫀쿠의 두 얼굴... 햄버거·횟집선 ‘미끼’, 카페는 ‘포기’

조선비즈 이호준 기자;김관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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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를 여러 곳에서 먹어봤는데 여기가 제일 맛있네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두쫀쿠를 판매하는 서울 금천구의 한 가게에는 이런 내용의 리뷰가 수십 건 달려 있었다. 그러나 이 가게의 주력 메뉴는 디저트가 아니라 햄버거다. 초밥집, 닭발집 등 디저트와 거리가 먼 음식점들도 두쫀쿠를 함께 판매하고 있다.

강원 속초시의 한 디저트 카페는 소셜미디어(SNS)에 ‘보유 중인 재료를 다 소진하면 두쫀쿠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공지를 올렸다. 두쫀쿠 열풍으로 손님이 몰리며 연일 품절 사태가 이어졌지만, 재료비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카페 점주는 “모든 것을 걸고 말하자면 두쫀쿠는 팔수록 손해인 메뉴였다”고 했다.

두쫀쿠 인기가 치솟으면서 자영업자들의 선택이 엇갈리고 있다. 매출 확대를 위해 두쫀쿠를 이른바 ‘미끼 상품’처럼 활용하는 곳이 늘어나는 반면, 디저트 전문점들은 원가 부담을 이유로 판매를 줄이거나 아예 접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회, 햄버거, 반찬 등 디저트와 무관한 가게에서 두바이쫀득쿠키를 판매하고 있는 모습. /쿠팡잇츠 캡처

회, 햄버거, 반찬 등 디저트와 무관한 가게에서 두바이쫀득쿠키를 판매하고 있는 모습. /쿠팡잇츠 캡처



두쫀쿠는 세계적으로 유행한 ‘두바이 초콜릿’을 한국인 입맛에 맞춰 변형한 디저트다. 중동식 밀가루 반죽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를 갈아서 볶아 만든 페이스트(풀처럼 끈적하고 부드럽게 갈거나 으깬 식품)에 화이트 초콜릿을 섞어 속을 채운 뒤, 이를 마시멜로로 감싸 카카오 가루를 입힌다. 대부분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져 제조 시간이 길고, 가격도 최대 1만원 수준으로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두쫀쿠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두쫀쿠 맛집으로 불리는 매장에는 하루 수백 명이 몰리고, 1~2시간 대기는 흔한 풍경이 됐다. 인스타그램에선 9일 오후 4시 기준 ‘두쫀쿠’ 관련 게시물만 8만개에 달했다.


현재 배달의민족 앱 내에 신설된 '두바이 간식' 픽업 카페·매장 지도(오른쪽)와 인스타그램에 '두바이 쫀득 쿠키' 또는 줄임말인 '두쫀쿠'를 검색한 결과 화면 캡처. /배민·인스타그램 캡처 갈무리

현재 배달의민족 앱 내에 신설된 '두바이 간식' 픽업 카페·매장 지도(오른쪽)와 인스타그램에 '두바이 쫀득 쿠키' 또는 줄임말인 '두쫀쿠'를 검색한 결과 화면 캡처. /배민·인스타그램 캡처 갈무리



이런 분위기에 업종을 가리지 않고 두쫀쿠를 판매하는 가게가 늘고 있다. 국밥집이나 횟집처럼 디저트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곳에서도 기존 주력 메뉴는 유지한 채 사이드 메뉴 형태로 두쫀쿠를 추가하고 있다.

이들 가게는 공통적으로 두쫀쿠 가격을 3000~6000원대로 낮게 책정하고, 1인 1개로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일부는 기성품이 아닌 ‘직접 제조’를 강조하며 홍보에 나서고 있다.

배달 앱에서는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기 위한 선택지로 두쫀쿠가 활용된다. 직장인 권모(27)씨는 “최소 주문 금액이 2만원이면 혼자 국밥을 두 그릇 시키기보다는 두쫀쿠를 함께 주문하는 게 낫다고 느낄 수 있다”며 “웨이팅 없이 유행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라고 했다.


두바이쫀득쿠키의 원재료인 피스타치오 가격 변동 모습. /폴센트 앱 캡처

두바이쫀득쿠키의 원재료인 피스타치오 가격 변동 모습. /폴센트 앱 캡처



반면 디저트 카페나 제과 전문점들은 두쫀쿠를 ‘계륵’이라고 했다. 손님을 끌어들이는 효과는 있지만, 원가 부담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두쫀쿠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재료는 피스타치오다. 온라인 쇼핑몰 가격 변동을 알려주는 앱 폴센트에 따르면, 쿠팡 기준 피스타치오 1㎏ 가격은 지난해 12월 초 1만8500원에서 이달 6일 5만원까지 치솟았다.

손질이 완료돼 비교적 조리가 간편한 피스타치오 페이스트도 190g 기준으로 같은 기간 2만829원에서 4만9500원으로 뛰었고, 현재는 품절 상태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피스타치오의 특성이 가격 급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껍질을 벗기지 않은 피스타치오 수입량은 2020년 621톤(t)에서 2024년 1203t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는 1월부터 11월까지 1310t에 달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카다이프와 마시멜로, 밀가루, 설탕, 계란 등 다른 재료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두쫀쿠 속재료를 30g 기준으로 계산하면 원가는 약 2880원으로 추산된다. 판매가를 6000원으로 잡을 경우 재료비 비율만 약 48%다. 여기에 임대료와 인건비를 더하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 디저트 카페 주인은 “소비자들이 가게별로 속재료 중량을 비교하다 보니 40~50g까지 넣는 경우도 있다”며 “그렇다고 가격을 더 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원가를 줄이기 위해 껍질째 피스타치오를 사 직접 손질하는 점주도 있지만, 작업 시간이 늘어나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원가 상승이 이어지면 점주 입장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두쫀쿠 비중을 전체 매출에서 낮추거나 피스타치오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두쫀쿠 열풍이 반짝 유행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두쫀쿠가 장기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원재료 가격을 고려했을 때 지속 가능한 구조여야 한다”며 “고물가 환경에서 현재와 같은 레시피와 수입 재료 의존 구조라면 과거 해외 디저트들이 그랬듯 롱런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hjoon@chosunbiz.com);김관래 기자(ra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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