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노컷뉴스 언론사 이미지

"미국 석유산업을 다시 위대하게"…베네수엘라 친 진짜 이유[기후로운 경제생활]

노컷뉴스 CBS노컷뉴스 최서윤 기자
원문보기
美정유업계,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으로 누리던 '과거 영광' 잊지 못해 로비 정황
베네수엘라산 초중질유, 휘발유 특화된 묽은 셰일오일보다 다양한 제품 생산 가능
디젤·벙커C유·아스팔트 등 '기후대응 역행' 석유제품 생산 늘 수 있어
다음 타깃은 그린란드?…"자유·존중·이해, 미국의 가치는 어디로 갔나"
편집자 주
'기후로운 경제생활'은 CBS가 국내 최초로 '기후'와 '경제'를 접목한 경제 유튜브/라디오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의 대표 기후경제학자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와 함께합니다. 매주 수/목/금 오후 9시 업로드됩니다. 표준FM 98.1mhz 목/금 오후 5시에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전체 영상 내용은 '경제연구실' 채널에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최서윤 CBS 경제부 기자


◆ 홍종호>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안 전해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입니다. CBS 경제부 최서윤 기자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최서윤> 네, 안녕하세요. 오늘도 두 가지 소식 준비했습니다. 먼저 첫 번째 소식은 트럼프가 베네수엘라를 친 진짜 이유입니다. 토요일이던 지난 3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전격 공습을 명령한 지 2시간여 만에 미 육군 최정예 특수부대 델타포스가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생포했죠. 월요일이 되니까 바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가 뉴욕 법원 법정에 섰습니다. 적용된 혐의가 마약 밀거래 관여 혐의예요. 마두로 대통령은 결백 주장했고요.

◆ 홍종호> 네, 베네수엘라는 카리브해 바로 밑에 위치한 남아메리카 나라 아닙니까. 지금 한 나라의 대통령을 다른 나라 대통령이 국내법으로 생포한 사건이 21세기에 벌어졌다는 거죠.

◇ 최서윤> 믿을 수가 없었죠. 순식간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로 지금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긴급 소집된 유엔 안보리에서 영국, 프랑스는 마두로 정권의 이양을 촉구했고요, 중국이랑 러시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주권 침탈을 규탄했습니다. 미국 내부도 두 동강이 났더라고요. 로이터 통신이 입소스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보니까 이번 군사 작전에 찬성한다고 답한 미국 시민 33%, 반대 응답 34%로 팽팽하게 갈렸습니다. 나머지 33%는 잘 모르겠다고 했고요. 교수님 이번 사태 어떻게 보셨나요?



◆ 홍종호> 예, 경제학자의 눈으로 보면 마두로 정권이 경제 정책 실패한 건 맞거든요.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엄청나게 높은 인플레이션, 재정 파탄을 끼쳤습니다. 오랫동안 베네수엘라 안에서는 석유에 대한 보조금이 얼마나 강했냐 하면 1리터의 석유가 1센트에 팔렸어요. 그러니까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는 자격 미달인 정책을 펴온 건 사실이에요. 게다가 마약 관련된 불법 경제 규모도 꽤 크다는 국제기구의 보도도 있었고요. 그러나 미국의 대통령이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한 주권 국가의 대통령을 납치해 오는, 구금하는 것들이 과연 21세기에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냐. 그린란드도 우리 거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보면서 국제 질서를 완전히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이고 덴마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회원국 아니에요? 동맹국의 자치령을 이런 식으로 대한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건 다 갖겠다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게 아닌가, 두 가지 생각을 다 갖고 있는 상황입니다.

◇ 최서윤> 그렇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공격의 표면적 이유로 제기한 건 마약 밀매예요. 그런데 이걸 그대로 받아들인 사람 지금 아무도 없습니다. 베네수엘라와 미국은 오랜 반목이 있었는데, 그 시작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90년대에 세계 5대 원유 수출국으로 베네수엘라가 부흥을 누렸는데, 갑자기 '21세기 사회주의'라는 걸 주창한 우고 차베스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반미 국가가 된 거예요. 그래서 마두로 대통령이 차베스랑 정치적 동지이고 차베스 사후에 후계자를 자처하고 정권을 계승했기 때문에 차베스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간단히 말씀드릴게요. 차베스는 원래 육군 장교 출신이고요, 90년대 초반에 군사 쿠데타 일으켰다가 실패했는데, 실패한 직후에 한 방송 연설이 유명세를 타서 결국 6년 뒤에 대선에서 56% 득표율로 당선합니다. 이때부터 무려 4선 집권해서 2013년 악성 종양으로 사망할 때까지 14년 이상 베네수엘라를 통치한 인물이에요. 강력한 반미주의, 반제국주의, 사회주의자로 불리는데요. 저는 차베스를 '다시 라틴 아메리카를 위대하게 만들고 싶었던 이상가'라고 트럼프랑 비교해서 명명해 보고 싶어요.


◆ 홍종호> 뭔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하고 좀 비슷한 느낌이 나네요. 독단적인 성격 성향도 비슷하다고 보이고, 양극단은 통한다는 말도 생각 나네요.



◇ 최서윤> 베네수엘라 정식 국명이 원래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공화국(la República Bolivariana de Venezuela)'이에요. 볼리바르란 말이 원래 없었는데 차베스가 취임하면서 국명을 바꾼 겁니다. 볼리바르가 누구냐면 시몬 볼리바르, 라틴 아메리카 독립 영웅을 말하는 거예요. 볼리바르가 스페인 식민지 시절에 지금의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이쯤 되는 영토에다가 '그란 콜롬비아', 그러니까 '대(大) 콜롬비아'라는 독립 공산국을 세우려고 한 인물입니다. 차베스가 볼리바르 정신에 되게 심취해 있었고 당시 석유 수입으로 돈이 좀 있었으니까 다시 한번 라틴 아메리카를 서방 제국주의로부터 해방시켜 보겠다는 일념으로 국명까지 바꾼 거예요. 그런데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돈을 많이 벌어서 차베스 전성기인 2000년대, 2010년 정도까지 중남미에 반(反)외세를 표방하면서 온건 좌파 정부가 잇따라 들어섰습니다. 덜 빨간 정부라고 해서 '핑크 타이드', 좌파 물결이라고 부르죠.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바로 '반외세'란 표현입니다. 당시 라틴 아메리카 국가 모두 독립 정부 수립돼 있었는데 왜 반외세냐, 라틴 아메리카가 보유한 엄청난 부존자원으로부터 외세를 배격한다는 의미가 있어요. 대표적으로 베네수엘라 석유, 볼리비아 리튬, 칠레와 페루의 구리 같은 광물 자원들이 있습니다.

◆ 홍종호> 당시 베네수엘라가 석유 매장량 전 세계 1위 국가잖아요.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서방의 초대형 정유사들이 가서 채굴해서 이익을 취하고 있었는데 그 개발 주권을 되찾겠다, 또 이념적으로 좌파 사회주의, 그러니까 결국 미국과는 반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간 거겠죠.


◇ 최서윤> 그렇습니다. 베네수엘라의 본격적인 석유 탐사는 1910년대에 이뤄졌어요. 그때도 미국 제너럴 아스팔트 같은 서방 업체들이 들어가서 시추 작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베네수엘라에 묻힌 원유는 '초중질유'라는 점성이 강한, 굉장히 끈적끈적한 기름이라서 정제하기가 쉽지 않았대요. 그래서 그때는 경제성이 그렇게 높지 않았는데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베네수엘라 기름이 돈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아시겠지만, 오일 쇼크로 국제 유가가 급등했는데 정제 기술도 발달하면서 경제성이 확 올라간 거예요. 그래서 쉘, 쉐브론, BP, 렙솔 같은 유명한 서방 정유사 입장에서는 베네수엘라가 그야말로 '노다지'가 됐습니다. 현지 정권이랑 약간 결탁한 것도 있어요. 그래서 한 20년간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이익을 서방 기업들이 독점하다시피 하는 데 이른 겁니다. 그런데 갑자기 반미 정권이 들어섰다는 건 서방 입장에서는 석유 산업으로 이익이 줄어드는 걸 의미하는 거예요. 우리가 요즘에 라틴 아메리카를 두고 미국이랑 중국이 외교 각축전을 벌인다고 얘기하는 데도 이런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 차베스 정부 출범 첫해인 1999년에 당시 베네수엘라 일평균 원유 생산량이 약 350만 배럴에 달했는데요, 당시 석유수출국기구 OPEC 전체 생산량의 1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차베스 대통령이 병마와 싸우던 2012년쯤 아주 유의미한 바람이 불었어요. 뭘까요?



◆ 홍종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국의 이른바 그 셰일 혁명이죠. 과거에는 전혀 사업성이 없는, 매장돼 있는 석유 가스였는데 수평으로 시추에 들어가는 기술이 나오면서 더 이상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아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 거죠.

◇ 최서윤> 맞아요. 그 이후에 미국은 2018년부터는 하루 천만 배럴 넘는 원유를 생산하면서 세계 1위 산유국으로 떠올랐습니다. 반면에 베네수엘라는 아시다시피 내리막길을 걸었죠. 차베스 사후에 마두로 정권 들어서면서 경제 제재도 더 심하게 받고 원유 생산량이 80만 배럴 안팎으로 쪼그라들었어요. 그래서 미국이 전 세계 하루 원유 생산량의 8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데 베네수엘라는 뭐 100분의 1 될까 말까 하는 수준입니다. 그러면 왜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베네수엘라를 쳤나. 바로 아까 말씀드린 초중질유라고 하는 끈적끈적한 베네수엘라 기름 특성 때문입니다. 미국 셰일 오일 같은 경우에는 묽은 경질유라서 휘발유 생산에는 되게 적합한데 다른 용도에 좀 한계가 있다고 해요. 그래서 다른 것들이랑 좀 섞어서 사용해야 된다고 해요. 중동산 원유 하면 중질유로 분류가 되고, 베네수엘라는 이것보다 더 점성이 강한 끈적끈적한 초중질유인데 되게 무겁고 끈적한 성질 때문에 정제 과정에서 다양한 제품이 생산됩니다. 디젤, 아스팔트, 벙커C유 같은 산업용 중장비 연료 제품들이 다양하게 생산할 수가 있는 게 산업계에서는 장점으로 꼽힙니다.


또 하나 이유가 있는 게 미국 정유사들이 베네수엘라 원유 정제하면서 투자했던 초중질유 전용 정제 설비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썩히거나 셰일용 설비 따로 신규 투자하는 것보다는 기왕이면 다시 들어가서 그때 옛날에 막대한 이익 취하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면서 다시 해보고 싶었던 거예요.

◆ 홍종호> 이른바 '좌초자산' 만들고 싶지 않은 거죠.

◇ 최서윤> 예,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에다 로비를 계속해 왔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 공격 전에도 석유 기업 간부들이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랑 수차례 회동하면서 부추겼다는 보도도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추측할 필요도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에서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석유 자원을 장악하고 미국 기업들 유치해서 황폐해진 미국의 석유 산업을 재건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 홍종호> 아주 노골적이네요. 국제법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방송의 취지이기도 한 기후 위기의 관점에서 보면 전 세계가 탈탄소 흐름으로 가자고 노력들을 계속하고 있는 마당에 완전히 역행하는 거잖아요. 지금 석유 가스 대신 무탄소 전원으로 에너지 전환하자, 재생에너지 중요하다. 또 실제로 미국 내에서는 그런 흐름이 아직도 여전히 견고하고요. 산업 중장비 연료도 재생에너지로 교체하자, 또 선박도 과거에 있었던 벙커C유에서 또 다른 대체 연료를 바꾸자 하는 마당인데 아예 이런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식으로, 노골적으로 우리는 베네수엘라의 석유가 너무 필요해. 이걸 선언한 거죠.

◇ 최서윤> 맞습니다. 석유가스 생산 늘리고 온실가스 더 많이 배출하는 벙커C유, 지금 IMO(국제해사기구)에서 퇴출하자고 하고 있는 제품 생산 늘려서 돈 좀 다시 벌어보겠다, 라는 트럼프의 구상이 지금 기후변화 시기에 정말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지점입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아주 노골적으로 베네수엘라 석유 침탈 야욕을 드러냈는데, 이걸 보고 저마다 다른 시각에서의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더라고요. 일단 좀 씁쓸한 경제 차원에서 분석을 하나 소개해 드리면요. 영국 포브스지는 베네수엘라 원유 매장량을 금액으로 환산해 봤더니, 미국 증시의 '매그니피센트 7'로 불리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 7개 기업 시가총액 다 합친 거랑 맞먹는다고 밝혔습니다. 거의 18조 달러입니다. 그래서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 자원 제대로만 활용하면 물가도 잡고 금리 내려서 증시를 부양시킬 호재다, 이렇게 짚었더라고요.

반면에 국내 환경 저널리스트 남종영 작가의 통찰이 인상적이라서 소개해 드릴게요. 남 작가는 "화석연료인 석탄은 재생에너지와 달리 소유할 수 있고 수송과 대규모 저장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보니 독점과 통제가 가능해서 전쟁의 원인이 된다"고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햇빛을 빼앗기 위해, 바람을 빼앗기 위해 전쟁을 벌일 수는 없다. 태양광이랑 풍력은 분산돼 있고 누구도 독점할 수 없는 평화의 에너지"라는 게시물을 올렸어요.

◆ 홍종호> 미국 외신에서도 미국 정치인들이 미국의 가치는 어디로 갔나 통탄하더라고요. 미국이 가져왔던 자유, 존중, 이해의 가치는 어디 가고 노골적으로 미국의 이익만을 위해서 불법적인, 국제법상에 저촉될 수 있는 군사 행위도 가차 없이 하겠다는 것들이 전 세계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저는 굉장히 우려되고 아무리 각국 도생의 시대라고 하더라도 너무 나갔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 jebo@cbs.co.kr
  • 카카오톡 : @노컷뉴스
  • 사이트 : https://url.kr/b71afn


진실은 노컷, 거짓은 칼컷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유재석 냉탕 폭포수
    유재석 냉탕 폭포수
  2. 2안세영 말레이 오픈 결승
    안세영 말레이 오픈 결승
  3. 3무인기 침투 공방
    무인기 침투 공방
  4. 4전북 오베르단
    전북 오베르단
  5. 5월드컵 베이스캠프 과달라하라
    월드컵 베이스캠프 과달라하라

함께 보면 좋은 영상

노컷뉴스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독자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