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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나은 줄 알았는데…” 치료 늦으면 신경통 ‘지옥’[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동아일보 이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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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연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면역력↓, 수두바이러스 활성화

신경 있는 부위면 어디든 발생… 신체 중앙선 한쪽, 띠 모양 물집

피부 발진 발생 72시간 골든타임… 50세 이상-면역저하자 백신 필수
문지연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대상포진의 극초기 증세는 양상이 다양해 곧바로 알아차리기 어렵다. 다른 질환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증세를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문지연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대상포진의 극초기 증세는 양상이 다양해 곧바로 알아차리기 어렵다. 다른 질환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증세를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대상포진은 단순한 피부병이 아니다. 신경세포체가 모여 있는 부위를 신경절이라고 하는데, 바로 이곳에 염증을 일으키는 신경계 질환이다. 원인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다. 어릴 적 앓았던 수두가 완치됐다 하더라도 바이러스는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활성화된다. 이 바이러스가 신경을 따라 이동하면서 발진과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대상포진이다.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나이다. 노화로 면역력이 약해지면 수두 바이러스가 활성화되기 쉽다. 실제 환자의 대부분은 60대 이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 환자도 적지 않다. 과로, 학업 스트레스, 정서적 문제 등으로 심신이 약해진 30, 40대는 물론 10, 20대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특히 초기 증세를 잘 알지 못해 엉뚱한 대응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문지연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대상포진의 극초기 증세(전구 증세)는 양상이 다양해 곧바로 알아차리기 어렵다. 통증 없이 가렵기만 하거나, 수포가 올라오기 전 그 부위에 통증 없이 이상 감각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며 “다른 질환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관련 증세를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 신체 한쪽에만 통증 나타나



대상포진의 초기 진행 과정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수포가 올라오기 전 3∼5일은 1단계, 수포가 발생한 뒤 통증이 가장 심한 5∼7일은 2단계, 이후 딱지가 생겨 아물기까지가 3단계다. 바이러스가 활성화되는 초기부터 수포가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보통 한 달이면 충분하다.

가장 눈에 띄는 증세는 피부의 수포다. 붉은 반점이나 물집이 몸의 한쪽에 띠 모양으로 나타나면 대상포진을 의심하고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한다. 수포가 나타나기 전 그 부위에 감각 이상이나 근육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증상이 감기몸살이나 일반적인 근육통과 비슷해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실제 많은 환자들이 1단계 시기에 파스나 마사지, 수액 치료, 감기약 등에 의존하다가 수포가 생기면서 통증이 극심해지는 2단계에야 병원을 찾는다.

문 교수는 “수포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거나 눈에 띄지 않는 두피나 등 부위에 생기면 초기에 증세를 발견하지 못해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수포가 올라오지 않는 1단계라도 몸 한쪽의 이상 감각과 과거 경험하지 못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해당 부위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부분은 통증 양상이다. 감기몸살은 전신이 뻐근하고 쑤시는 느낌인 반면, 대상포진의 통증은 화끈거림, 따가움, 바늘로 찌르는 느낌,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한 감각 등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통증’에 가깝다.

통증이 나타나는 부위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감기몸살은 주로 전신이 아프지만 대상포진은 가슴, 등, 복부, 얼굴, 목, 어깨, 허리 등 특정 신체에 신경 분포를 따라 한쪽으로 통증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왼쪽 얼굴이 아프고 오른쪽은 괜찮고, 오른쪽 가슴만 아프고 반대쪽은 괜찮은 식이다.

대상포진이 ‘약한 부위로 온다’는 속설에는 근거가 있을까. 문 교수는 “발병 부위를 미리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발병 후 영상 검사를 해보면 많은 환자에서 해당 부위 뼈 염증이나 압박 골절, 폐렴 등이 동반되었던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상포진으로 인한 통증은 쉬어도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특징도 보인다. 감기몸살은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 서서히 회복된다. 대상포진은 수포가 올라오면서 통증이 더 심해지고 수포가 가라앉으면서 통증도 서서히 호전된다.

● 항바이러스제 투여 ‘골든타임’ 중요

2단계가 시작되는 약 1주일은 통증이 가장 심한 시기다. 피부는 수포가 올라와 물집이 잡히고 맑은 진물이 고인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 시기에 손으로 수포를 만지거나 긁어선 안 된다. 뜸이나 마사지도 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차 감염으로 이어지거나 수포가 아물어도 흉터가 남을 수 있다. 수포가 치유될 때까지는 사우나나 수영장 같은 공중시설 이용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시기에도 병명을 몰라 피부과나 내과를 전전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진단의 중요한 단서는 수포의 양상이다. 신체 한쪽에 띠 모양으로 군집해 나타나면 대상포진일 가능성이 크다. 문 교수는 “단순 피부 발진을 대상포진으로 오인하거나, 반대로 대상포진 병변을 알레르기나 발진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대상포진은 한쪽 신경절을 따라 나타나며, 신체 중앙선을 넘어 반대쪽까지 퍼지는 경우는 드물다”라고 설명했다.


수포 발생 초기에는 전염도 가능하다. 수두 항체가 없는 사람이 수포 속 진물에 닿으면 수두에 걸리게 된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수두 백신을 맞지 않은 신생아 및 영아와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피부 발진이 나타난 뒤 72시간 이내에는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야 한다. 아시클로버, 팜시크로버 계열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신경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초기부터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항우울제나 항경련제로 신경통을 조절하기도 한다. 그래도 증세가 나아지지 않으면 신경차단술을 시행한다. 환자의 나이, 기저 질환, 초기 통증 정도 등을 고려해 치료의 강약을 조절하는 맞춤 치료가 중요하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신경 손상으로 인한 통증이 후유증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진다. 피부가 다 아문 뒤에도 수포가 있던 부위에 통증이 지속되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신경통은 보통 수포 발생 후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통증을 뜻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으면 신경통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문 교수는 “60대 환자들이 신경통을 겪을 위험성은 약 10∼15%에 이른다. 신경통이 장기화하면 우울증, 수면 장애, 불안장애는 물론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 등 성인병이 악화할 위험이 커진다”라고 했다.

발병 2추 차에는 수포 부위에 가피가 생기고, 3주 차에는 딱지가 굳어 떨어진다. 한 달 정도 지나면 피부가 아물고 통증도 사라진다. 문 교수는 “피부 발진과 수포 부위를 넓게 사진으로 남겨 두면, 이후 신경통이 발생했을 때 치료할 신경절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조언했다.

● 50세 이상 예방접종 권고

대상포진의 위험 요인은 다양하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이 있거나 고령일수록 발병 위험이 높다. 암 치료, 면역억제제 복용, 과도한 스트레스, 큰 수술, 우울증 등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또 직계 가족이 대상포진을 앓은 경우 발병률은 3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발병률을 낮추며, 걸리더라도 가벼운 통증만으로 지나갈 수 있다. 국내에서는 50세 이상 성인에게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백신을 두 차례 접종하면 예방 효과는 89%에 이르며, 효과는 10년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이나 과거 대상포진을 앓았던 환자도 발병 후 1년이 지난 경우 접종하는 게 좋다.

평소 면역력 관리도 중요하다. 문 교수는 “대상포진은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통증 정도나 재발률,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라며 “하루 7시간 이상 규칙적으로 수면을 취하고, 주 3회 이상 30분가량의 유산소 운동으로 체력을 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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