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말은 단단했고, 자신감도 분명했다. 그러나 코트 위의 선택은 정반대였다. 세계 정상급 라이벌전을 앞두고 남긴 인터뷰가 공개된 지 불과 3시간 만에, 천위페이(중국)는 결국 코트에 서지 않았다.
천위페이는 9일(한국시간) 열린 페트로너스 말레이시아 오픈 2026 여자 단식 8강에서 라차녹 인타논(태국)을 21-13, 21-14로 제압하며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 내용은 깔끔했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다음 상대는 세계랭킹 1위 안세영(삼성생명). 세계 배드민턴계가 기다려온 또 하나의 ‘클래식 매치’였다.
경기 직후 천위페이는 BWF 공식 인터뷰를 통해 안세영과의 맞대결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는 “두 번 이기긴 했지만, 많이 지기도 했다. 더 안정적이고 꾸준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항상 그 수준으로 경기할 수 있다면, 그건 내 실력이 향상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최대 기량을 10점 만점으로 본다면 8점이나 9점 정도로 플레이할 수 있다면 승산이 있다. 그보다 못하면 질 것”이라며 안세영과의 승부를 냉정하게 분석했다. 다이빙 수비와 압박 대응에 대해서도 “허점이 없어야 한다. 빈틈이 많으면 상대가 이용한다. 완벽한 경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만 놓고 보면, 천위페이는 결전을 준비하는 도전자 그 자체였다. 두 선수의 상대 전적은 14승 14패. 올림픽 챔피언 출신 두 명이 매번 팽팽한 접전을 벌여온, 여자 단식 최고의 라이벌 구도였다.
그러나 그 인터뷰가 공개된 지 약 3시간 뒤, 상황은 급변했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천위페이가 말레이시아 오픈 준결승을 기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유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완벽한 게임’을 말하던 천위페이는 안세영과 마주 서지 않았다. 코트 위 시험대는 끝내 열리지 않았고, 안세영은 준결승을 치르지 않은 채 결승에 직행했다.
아이러니는 분명했다. 안세영은 2025시즌 77경기에서 단 4패만을 기록한 절대 강자다. 그 몇 안 되는 패배 중 일부를 천위페이에게 허용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세계선수권 준결승 패배는 안세영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긴 경기였다. 그만큼 이번 준결승은 ‘증명’의 무대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천위페이는 그 시험대 앞에서 멈춰 섰다. 인터뷰 속 자신감과 달리, 선택은 기권이었다. 몸 상태 관리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안세영은 또 한 번 가장 강한 상대와의 싸움을 치르지 못한 채 다음 단계로 향했다. 그리고 천위페이의 말은, 코트 위에서 증명되지 못한 채 기록으로만 남게 됐다.
배드민턴은 말로 하는 종목이 아니다. 결국 기억되는 것은, 인터뷰가 아니라 코트 위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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