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역에서 출발한 자기부상열차에 승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 자기부상열차는 하루 평균 이용객이 1000명 정도다. /장경식 기자 |
6일 오전 11시 25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내 자기부상열차 승강장. 서울~공항을 오가는 공항철도 승강장과 달리, 너무나 적막했다. 2량짜리 열차의 정원이 186명이지만, 기자가 탑승한 이 열차의 승객은 약 20명에 불과했다. 1터미널을 출발한 이 열차는 장기주차장·합동청사·파라다이스시티·워터파크역을 거쳐 종점 용유역까지 6.1㎞ 구간, 총 6개 역을 약 15분 만에 주행했다. 용유역에서 공항으로 다시 돌아오는 열차를 탔을 땐 승객 2명이 전부였다. 열차 안에서 만난 이모(71)씨는 “무료 관광 열차라고 해서 타 봤는데, 주변에 볼 게 없어 종점까지 갔다가 그냥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정부와 인천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총 4500억원을 투입해 2016년 개통한 자기부상열차가 ‘애물단지’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때 승객 부족으로 운행이 3년간 중단됐던 이 열차는 작년 10월 다시 운행을 재개했지만, 여전히 이용객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자기부상열차는 자력을 이용해 열차가 공중에 미세하게 뜬 채 주행하는 방식으로, 마찰이 없어 소음과 진동이 적다는 점에서 2000년대 초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주목받았다. 당시만 해도 여러 지자체가 도입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중 인천시와 인천공항공사가 2007년 시범 사업에 선정됐고, 건설비와 연구비를 합쳐 약 4500억원(국비 약 3500억원)을 투입했다. 당시 인천공항을 시작으로 전국 각 도시에 자기부상열차를 도입하고, 해외 수출까지 이뤄내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였다. 정부는 “3조원 이상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고, 인천공항은 개통 당시 “일본 나고야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자기부상열차”라고 홍보했다. 많은 사람이 타볼 수 있게 운임도 무료였다.
하지만 수요 예측부터 빗나갔다. 인천시와 인천공항은 역 인근에 호텔·리조트·워터파크 등이 들어선다는 가정 아래 하루 평균 승객을 3만~4만명으로 예상했지만, 정작 관련 개발 사업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탑승객은 늘지 않았다. 노선 중간 ‘워터파크역’ 주변엔 워터파크는 없고 허허벌판만 펼쳐져 있다. 관련 공사 계획도 잡혀 있지 않다. 게다가 영종도 대표 명소인 을왕리해수욕장은 종점 용유역에서 7㎞나 떨어져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이용객이 가장 많았던 2019년에도 하루 평균 이용객은 4000명에 그쳤다.
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자기부상열차 플랫폼이 한산하다./장경식 기자 |
정부는 자기부상열차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지만, 아직까지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예 철거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600억원 상당의 철거 비용도 문제다. 고심 끝에 열차 성격을 ‘도시철도’에서 ‘관광열차’로 바꾸고 운행 횟수를 기존 하루 103회에서 24회로 줄여 작년 10월 운영을 재개했다. 이를 통해 연간 운영비를 8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줄였다. 그럼에도 하루 평균 이용객은 1000명 수준으로 여전히 처음 예측 수요의 5%에도 못 미친다. 공항 관계자는 “역사 내 매장 임대나 광고 사업을 하자니 승객이 없고, 그렇다고 운임을 받자니 가뜩이나 없는 승객이 더 줄어들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국토교통부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자기부상열차를 유지하는 데 앞으로 30년간 4000억원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신기술에 대한 지나친 낙관이 재정 부담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김경택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자기부상열차를 철거하기에는 매몰 비용이 지나치게 커서, 지자체가 나서 인근 관광 자원을 활성화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해법이 없다”고 했다.
[영종=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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