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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배우의 마지막 진심… “세상에 필요한 건 착한 사람”

조선일보 신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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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안성기 명동성당서 영결식
“내 아들 다빈아, 이 세상에서 참으로 바꿀 수 없이 필요한 것이란 바로 착한 사람이란 것을 잊지 말아라.”

60여 년간 한결같은 품위로 한국 영화를 지켰던 국민배우가 이 세상에 남긴 당부는 ‘착한 사람’이었다. 9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엄수된 고(故) 안성기 배우의 영결식에서 유족 대표로 인사에 나선 장남 안다빈(38)씨는 “나흘 전 아버지 서재를 정리하러 들어갔다가 제게 써주셨던 편지를 발견했다”며 “저희 모두에게 남기고 가신 메시지 같기도 해서 읽어보겠다”고 했다. 고인이 1993년 11월 다섯 살 장남에게 쓴 편지였다.

9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엄수된 고 안성기 배우의 영결식장에서 유족 대표로 인사말을 마친 장남 안다빈씨가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고 안성기 배우의 영정이 그를 지켜주듯 바라보고 있다./김지호 기자

9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엄수된 고 안성기 배우의 영결식장에서 유족 대표로 인사말을 마친 장남 안다빈씨가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고 안성기 배우의 영정이 그를 지켜주듯 바라보고 있다./김지호 기자


편지에서 안성기는 “다빈이는 이 다음에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라고 운을 떼며 “아빤 다빈이가 항상 겸손하고 정직하며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고 서두를 시작했다. 이어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시간을 꼭 지킬 줄 알며, 실패나 슬픔을 마음의 평화로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했다. 또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자신을 잃지 말고 끝없이 도전하라, 그러면 나아갈 길이 보인다”고도 했다. 부친이 남긴 편지를 낭독하던 아들 안씨는 동생 안필립(35)씨를 언급한 대목에서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안성기는 편지에서 “너에게는 동생 필립이 있다는 것을 항상 기쁘게 생각하라”며 “동생을 위해 기도할 줄 아는 형이 되거라”라고 했다. ‘착한 사람’은 아들에게 남긴 편지에서 강조하듯 힘주어 쓴 마지막 문장이었다.

이날 영결식 조사에서 배우 정우성은 “선배님께서는 지치지 않는 정신과 온화한 모습으로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셨다”며 “배우의 품격과 인간의 품위를 지켜내신 아름다운 분이셨다”고 기렸다. 두 번째 조사를 맡은 배창호 감독은 “안형의 지난 세월은 그냥 흘러간 것이 아니며, 관객을 웃고 울게 해주었던 그 주옥 같은 작품들 속에 고스란히 살아있다”며 “그동안 함께해서 즐겁고 든든했고 고마웠다”고 했다.

영결식에 앞서 오전 8시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대주교가 집전한 추모 미사가 열렸다. 정 대주교는 미사에서 “안성기 사도요한 형제님은 영화를 위해 봉사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신 분”이라며 “인간 존중과 따뜻한 품위를 깊이 각인시키신 삶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천주교 신자인 안성기는 1985년 명동성당에서 혼인 성사를 치렀으며,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미사 때는 제1독서를 봉독했다.

이날 추모 미사와 영결식에는 신영균 신영균예술문화재단 명예회장,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영화계 원로를 비롯해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인촌 전 문체부 장관, 이준익 감독, 배우 설경구·정준호·박상원 등 각계 인사 600여 명이 참석했다. 고인이 주연을 맡았던 일본 영화 ‘잠자는 남자’(1996)를 연출한 오구리 코헤이 감독도 자리를 지켰다.

[신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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