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드라마·음악·음식 이어… 이제는 ‘K이불’ 시대

조선일보 김성윤 기자
원문보기
[아무튼, 주말]
광장시장 이불 골목
외국인 관광객 몰려
6일 서울 광장시장 이불 골목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구매할 이불을 살펴보고 있다./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6일 서울 광장시장 이불 골목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구매할 이불을 살펴보고 있다./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중앙에서 조금 벗어난 ‘이불 골목’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좁은 골목 양쪽으로 늘어선 상점들은 물론 통로 양옆으로도 이불이 천장에 닿을 만큼 쌓여 있었다. 가게마다 ‘品質最好, 價格最低(최고 품질, 최저 가격)’ ‘可運送至臺灣·香港·新加坡(대만·홍콩·싱가포르 배송 가능)’ ‘眞空包裝(진공 포장)’ ‘韓國製品(한국 제품) Made in Korea!’ ‘涼感被(냉감 이불)’라고 한자와 영어로 적힌 팻말과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빈대떡·육회·칼국수 등 먹거리로 이름난 광장시장이 ‘K이불 쇼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1960년대부터 혼수 전문 상권으로 형성된 이불 골목은 이제 주 고객층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바뀌었다. 한 상점 주인은 “장사가 잘되는 날은 5만원 하는 이불이 200채 나가기도 한다”며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집에 있는 부모나 지인에게 영상통화로 이불을 보여주고 5~6채씩 사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상인들은 “이불을 사 가는 손님은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관광객 위주”라며 “특히 대만 관광객을 실은 버스는 하루에도 쉴 새 없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중국어 구사가 가능한 직원이 근무하는 건 기본이고, 대부분 가게에서 대만 달러화를 받는다. 시장에서 만난 대만 관광객 가이드는 “기상 이변으로 최근 대만에서도 이상 한파가 예전보다 많아졌지만 난방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이불 수요가 늘었다”며 “한국에 오는 대만 관광객들이 이불을 하도 많이 찾아서 광장시장 이불 골목을 무조건 관광 코스에 넣고 있다”고 했다.

한국산 이불에 외국 관광객들이 푹 빠진 가장 큰 이유는 탁월한 가성비. 다양한 소재의 냉감 이불을 비교해보던 싱가포르 관광객 비비안(32)씨는 “우리나라에선 이렇게 예쁘면서 품질 좋은 이불을 사려면 20만원은 줘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6만원이니 사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한 상인은 “한국의 섬유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수준”이라며 “살에 닿는 촉감이 시원해 ‘에어컨 이불’이라 불리는 듀라론부터 통기성 좋고 부드러운 모달, 땀 흡수 잘되는 마이크로파이버 같은 소재를 사용한 이불을 외국에선 이 가격대에 구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일본 관광객들은 아예 이불을 일본식 발음인 ‘이부루(イブル)’라고 부르며 고유명사처럼 사용한다. 이불 골목에서 만난 일본인 사나(33)씨는 “어린 자녀를 키우는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한국 ‘이부루’가 인기”라고 했다. “일본 이불은 두껍고 무겁지 않으면 얇은 천 제품밖에 없어요. 폭신하고 가볍고 부드러운 한국 누비이불은 아이 덮어주기 딱이에요. 또 솜과 커버가 일체형인 차렵이불은 세탁을 쉽게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데 일본에는 없어요. 가져가기 편하게 진공 포장해 주는데다, 한 채 배송비가 1만~2만원으로 비싸지 않아 여러 채 사갈까 합니다.”

한국산 담요는 이불보다 먼저 해외에서 인기를 얻었다. 중동 지역에서는 ‘밍크 담요’라 불리며 겨울철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 수출한 극세사 담요가 뛰어난 보온성과 부드러움, 화려한 색감으로 현지 부유층과 최고급 호텔에서 사용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중동은 1년 내내 더울 것 같지만 겨울은 10도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사막 지형으로 일교차가 커서 여름에도 밤이면 꽤 쌀쌀하다. 담요가 필요한 이유다. 2010년대 말부터는 미국 아마존 등 해외 쇼핑몰에서 ‘코리안 밍크 벨벳 블랭킷(담요)’ ‘타이거(호랑이) 블랭킷’ 등으로 불리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K이불’의 인기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김성윤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민간 무인기 중대범죄
    민간 무인기 중대범죄
  2. 2이민성호 레바논
    이민성호 레바논
  3. 3신봉선 양상국 플러팅
    신봉선 양상국 플러팅
  4. 4데이앤나잇 이순재
    데이앤나잇 이순재
  5. 5이란 안보 레드라인
    이란 안보 레드라인

조선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